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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12월의 열대야 2

 

 

 

 

#1. 휴게소 출구, 정우의 차안 (1부 씬69)

 

 

 

 

긴장된 낯빛으로 정우의 차를 뚫어지게 주시하고 있는 영심. 떨린다.

 

점점 다가오는 정우의 차.

 

영심, 두려움 날리려는 듯 염색가발 다시 잘 다잡아 쓰고 심호흡도 크게 한번 하고, 두 눈 질끈 감고 마침내 정우의 차로 홱, 뛰어든

 

다.

 

화들짝 놀라서 끽, 가파른 비명지르며 급정거하는 정우의 차.

 

간담이 서늘해진 정우, 두려움에 질린 눈빛으로 다급하게 사태를 확인하는데...

 

웬 여자가 두팔을 쫙 펼친 채 자신의 차를 막고 서 있다.

 

핑크색 요란한 염색머리에, 새빨간 립스틱, 얼굴엔 마를린 먼로 점까지 만든 영심이 몹 시 숨차고 다급한 표정으로 서 있다!

 

 

 

 

정우 (?) ... (뭐라 말할 새도 없이)

 

 

 

 

영심, 조수석 문을 열고 허겁지겁 올라타서는 죽어라 머리를 숙인 채 몸을 숨긴다.

 

 

정우 이봐요? 지금 뭐하는 겁니까?

 

영심 (호스티스가 했던 그대로 쉬- 조용히 하라는 절박한 제스추어)

 

정우 (?) 아니 이것 봐요?

 

영심 (펄쩍 뛰며 쉬- 조용하라고 또 한번 재촉)

 

정우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낮춰 소근거리며) 무슨 일입니까? 네?

 

영심 (소근) 깡패들한테 쫓기구 있어요. 밖에 검은 양복 입은 놈들 있나 봐줄래요?

 

정우 (둘러보지만 없다! 소근) 안 보이는데요?

 

영심 (소근) 있어요. 잘 찾아보세요. 셋이나 되는데?

 

정우 (아무리 둘러보지만 없다! 소근) 정말 없어요! 한명도 안 보이는데요?

 

영심 그럼 이놈들이 떼루 화장실 갔나? (눈치보며 슬금슬금 고개를 들고) 저기요? (두손 모아 싹싹 빌며) 이렇게 이렇게 부탁하는데요

 

, 저 좀 저 좀 살려주세요 네? 놈들 손에 잡히면 저 오늘 죽어요! 지금두 트렁크에 갇혀있다가 겨우 탈출한 거예요! 콜 록콜록. (힘들

 

어한다)

 

정우 (!)

 

영심 콜록콜록. (호흡 곤란한 듯) 어디까지 가세요? 가시는 데까지만이래두 어떻게 안될 까요? 콜록콜록.

 

정우 ... ... (뭔가 찜찜하지만 하는 수 없이 차를 출발시킨다)

 

영심 (혼자 몰래 쾌재를 부른다)

 

 

 

 

#2. 고속도로

 

 

 

 

달려오는 정우의 차.

 

 

 

 

#3. 달리는 정우의 차안

 

 

 

 

정우, 곁눈질로 영심을 쳐다본다.

 

정우의 시선에.. 요란한 핑크머리, 마를린 먼로 점, 새빨간 립스틱, 질겅질겅 껌 씹으 며 볼썽사납게 풍선껌 불고있는 영심!

 

 

 

 

정우 (이 여자와의 동행이 영 내키지 않는다!)

 

 

 

 

정우, 시선 거두고 나면, 이번엔 영심이 곁눈질로 정우를 쳐다본다.

 

영심의 시선에, 훤칠한 젊은 남자 정우! 생전 처음 경험하는 낯선 남자와의 동행..

 

 

 

 

영심 (이 남자와의 동행에 나풀나풀 설레임이 인다!)

 

 

 

 

좀 더 적극성을 띄고 요리조리 뜯어보는 영심.

 

보기좋은 이마, 짙은 눈썹, 깊은 눈, 시원한 콧등, 단정한 입매..!

 

 

 

 

영심 (각각 표정, 새삼 참 잘생겼다! 하지만 무뚝뚝 차게 느껴진다. 그게 아쉽다!)

 

정우 (노골적인 시선에 불편, 불쾌하지만 애써 무시하는데)

 

쫓기구 있는 사람 맞습니까?

 

영심 (웃음 뚝 끊어지며) 네,네?

 

정우 깡패들한테 쫓기구 있다는 거 정말이예요?

 

영심 그,그럼요! 정말..이죠 그럼! 왜,왜요? 거,거짓말 같아요?

 

정우 ... ...

 

영심 세상에! 의심할 게 따루있지, 어떻게 목숨 걸고 차에 뛰어든 사람한테.. 아니 제가 무슨 덕을 보겠다구 목숨까지 걸어가면서 그

 

쪽한테 그런 거짓말을 하겠, (목 부여 잡고) 콜록콜록. 미안해요. 차 트렁크 속에 오래 갇혀 있다보니까, (고통스러운 듯) 콜록콜록.

 

정우 (쩝, 석연치 않은 표정) 깡패들한텐 왜?

 

영심 네? 네에.. 그,그게 그,그러니까... (번뜩 생각나서 핸드백 뒤져 퇴물의 명함을 꺼 내 계기판에 ‘자신있게’ 올려놓는다)

 

정우 (? 보면)

 

 

 

 

‘00룸싸롱 0번 아가씨 이효리’와 ‘서비스 끝내줍니다!’류의 문구가 적혀있는 명함.

 

 

영심 (껌 질겅질겅 씹으며) 제가요 빚이 좀 있는데요, 치사한 새끼들이 나 이제 늙었다 구, 늙어서 손님 다 떨어졌다구 섬으루 팔려구

 

하잖아요. 섬으루 한번 잡혀가면요 펴엉생 뭍으룬 나오지두 못해요! 완전히 창살없는 감옥이예요!

 

정우 (명함과 영심 차례로 보고는 안 믿을 수 없는) ... ...

 

영심 (먹힌 것 같다!) 어머 내 정신 좀 봐. 여태 고맙단 인사두 안하구, 생명의 은인이 신데! 고마워요! 진짜 진짜 넘 넘 고마워요!

 

정우 (하는 수 없이 끄덕)

 

영심 (부시럭 부시럭 봉지에서 통감자 건네는) 드세요!

 

정우 괜찮습니다.

 

영심 에이 손 부끄럽게. 드세요오?

 

정우 (하는 수 없이 고맙다고 끄덕이고는 받아서 한 입 문다)

 

영심 (흐뭇, 자기도 생각나서 또 부시럭부시럭, 펫병의 음료 따서 컵에 따라 건네는) 저기요 이것두..

 

정우 됐습니다.

 

영심 에이, 또 손 부끄럽게 만든다아! 드세요. 네? 자요 자아.

 

정우 (운전하는데 신경 쓰이는) 아뇨. 생각 없습니다.

 

영심 에이, 그래두 주는 사람 성의를 생각해서라두...

 

정우 (시야 막고있는 영심의 손 때문에 운전 방해되고, 짜증스레 밀치며) 글쎄 생각없다 잖아요? (하는데)

 

 

 

 

영심, 컵을 놓쳐 엎지르고 만다. 음료 정우의 허벅지께로 고꾸라져 순식간에 바지를 적시고 시트를 적시고..

 

 

 

 

정우 어! 어? (당혹스러워하며 )

 

영심 어머나 세상에! 휴지! 휴지 어딨어요 휴지? (황망히 찾아서 바쁜 손길로 닦아주는) 아후우 어떻게 어떻게? 세상에나 홀라당 다

 

젖었네! (열심히 닦아주는데, 보기에 민망한 포즈다!)

 

정우 (헉!) 이,이봐요? 돼,됐어요! 그만해요 네? 괜찮으니까 그만..끄응..

 

영심 있어봐요. 안쪽까지 홀딱 다 젖었어요. 아후 미안해서 어떻게에?

 

정우 (아우 진짜!) ... (홱 밀쳐내는) 어디까지 닦아요? 어디라구 닦아요?

 

영심 (어?) ... (젖은 채 휴지 덕지덕지 묻어있는 정우의 허벅지 바라보고 그제야 깨닫 는) 헉! 어머어머! 세상에나 세상에나! 미,미

 

안해요. 전 그냥... 큭. 큭큭.

 

정우 (냉랭하게 일견하고 정면만 바라보며 운전한다)

 

영심 (그 차가운 시선에 기죽어서 바로 앉는다)... (머쓱, 그저 통감자 먹기 시작한다, 한 개, 두 개! 부스르기 흘리면서)... (세 알

 

째 집어 입으로 가져가다 시트에다 흘 리고 부산스레 찾는다)

 

정우 (이 여자 정말 싫다!) ... (유리창의 자국이며 젖은 시트, 시트에 떨어져있는 감자 부스러기! 내차도 아닌데! 예민해진다)

 

영심 (목이 막혀 가슴을 치며 허겁지겁 부시럭부시럭 음료 꿀꺽꿀꺽 마시고는 통감자 를 봉지에 넣는다)

 

정우 (그나마 안심하는데)

 

영심 (이번엔 호떡을 꺼내 먹기 시작한다)

 

정우 (질리는)... (시트를 더럽히지 않을까 조바심 이는데)

 

 

 

 

시트로 뚝, 떨어지는 호떡의 설탕물!

 

 

정우 (확 일그러진다!)

 

영심 (모른 채 먹는데 여념이 없다!)

 

 

 

 

정우 그런 영심이 한심하고 귀찮다. 영심 정우의 시선 의식하고 보면 정우 외면하고 운전한다.

 

영심 (바라보다가 문득, 어떤 생각으로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근데요, 우리.. 어디서 만 난 적.. 없어요?

 

 

정우, 굳은 채 운전하고 있다.

 

 

 

 

영심 그쪽두 생각 좀 해봐요? 우리, 분명히 전에 어디선가 만난 적 있어요!

 

정우 ... ...

 

영심 하이, 도대체 어서 본 거야? (정우 쳐다보며) 분명히 만난 적이 있는데! (문득 어 떤 생각으로)

 

 

 

 

새빨간 입술 휴지로 닦고, 침 묻혀 빡빡 점 지우고, 가발도 홱 벗는 영심.

 

 

 

 

영심 저기요 나 좀 봐요?

 

정우 ... ...

 

영심 (팔을 톡톡 치며) 있잖아요, 나 한번만 쳐다볼래요?

 

정우 (치밀어올라 홱 쳐다보는데) ... (본래의 수수한 영심이 있다!) ... (?)

 

영심 변장..한 거예요, 까,깡패..들 때문에. 이게 본래 내모습인데, 나랑 어디서 만난 적 없어요?

 

정우 네. (다시 운전에만 열중한다)

 

영심 하후.. (갸웃, 생각해내려고 애쓰는데)

 

 

 

 

 

 

 

#4. 영심의 시댁, 거실

 

 

 

 

앞치마 두르고 걸레질 하고있는 지혜. 그녀로썬 처음해보는 중노동이라 몹시 힘들다.

 

넓은 거실, 아직 남아있는 주방, 계단, 그리고 2층.. 지혜, 벌써부터 질린다.

 

 

 

 

지혜 (지친 한숨) 후우, 곰이야 곰! 도와주는 사람 하나 없이 이 큰 살림을 어떻게 혼자 ...! (지쳐서) 아후우 난 못해. (힘들어서 소

 

파로 가 앉고 잠시 한숨 돌리는데)

 

나여사 (안방에서 문 열고 막 나오며) 게으름 필 일이 따루 있지 아니 여태두 안 찾아노면 어떡하란 거야? 어엉?

 

 

 

 

지혜, 재빠르게 바닥으로 내려가 열심히 걸레질한다.

 

 

 

 

나여사 에미야! 지원아?

 

지혜 네 어머니! 형님, 남해 내려갔잖아요 어머니.

 

나여사 참 그렇지. 아후 이 정신머리하군.

 

지혜 아까두 그러시더니... 시키실 일 있으시면 형님만 찾으시지 말구 저두 좀 찾아주세 요 어머니.

 

나여사 입에 붙어 그래. 오냐 그래에. 앞으룬 시킬 일 있으면 널 찾으마.

 

지혜 (미소) 형님 없어서 어머니 많이 불편하시죠? 첨이시잖아요.

 

나여사 불편은 얘는! 그깐 물건이 뭐라구 지 없다구 내가 불편해? 너한테 할 소린 아니다 만 그 물건 안보구 사는 게 한평생 소원인

 

사람이야 내가. 나아, 하나두 안 불편 하구 모처럼 이 맘이 평온한 게 아주 필소굿이야! 맨날 이랬으면 좋겠네!

 

지혜 (조금 웃고) 근데 시키실 일이 뭐예요 어머니?

 

나여사 어머 얘 나 좀 봐라, 거땜에 나와놓군. 어엉 저기, 세탁소 좀 다녀와. 드라이 맡긴 옷이 여태 안와 있네. 오늘 필요하니까 꼭

 

찾아노라구 그렇게 일렀건만 이 물건 이거 친정나들이에 들떠 잊은 모양이다.

 

지혜 네. 강연 있으세요?

 

나여사 (가로저으며) 으음 인터뷰.

 

지혜 인터뷰도 하세요?

 

나여사 그러게 말이다 얘. 이름자 얻겠다구 하는 봉사두 아닌데 낯 뜨겁게 됐지 뭐니. 남 들 다 하는 봉사 쬐금 더 많이 하구 사는 거

 

뿐인데 증말 왜들 난리들인지. 받은 만큼 사회루 돌려주는 거, 그거 가진 자로써 당연한 의무구 책임 아니니?

 

지혜 (살살 띄우는) 어머님 참 대단하세요! 다른 봉사두 아니구 호스피스, 말이 쉽지 아 무나 할 수 있는 일 아니잖아요. 죽어가는 사

 

람들 곁을 지킨다는 게 어디 예삿일인 가요? 증말 자랑스럽구 존경스럽구, 저두 어머니처럼 나이들면 좋겠어요!

 

나여사 (흡족) 얘는 얘는! 존경은 무슨? 내가 뭐어 대단한 일 한다구우!

 

지혜 (혼자만의 조소 띈 미소)

 

 

 

 

#5. 고급주택가 - 영심의 시댁 대문 앞

 

 

 

 

나여사의 정장 들고 뙤약볕을 걸어오는 지혜. 지친 기색이다.

 

지혜, 문득 멈춰서고 시어머니의 세탁물 들고있는 자신을 내려본다. 좀 한심하게 느껴 진다. 시선을 돌려 시댁을 바라본다.

 

뙤약볕 내리쬐는 길 한가운데 우뚝 선 채 시댁을 응시하고 있는 지혜.

 

 

 

 

지혜 (답답하고 목을 죄는 듯한 이 기분은 뭘까?)

 

 

 

 

#6. 지혜 신혼방

 

 

 

 

화장대 앞에 멍하니 앉아 제모습 물끄러미 응시하고 있는 지혜.

 

지혜, 두르고 있는 앞치마가 갑자기 참을 수가 없어서 홱, 벗어던진다.

 

방안을 휘- 둘러보는 지혜. 부부침대, 재환의 물건들(혹은 서재 공간), 벽면을 한가득 메우고 있는 그녀와 재환의 웨딩사진!

 

지혜, 제 모습도 이 방도 낯설다. 도무지 친숙해지지가 않는다.

 

 

지혜 (거울 속의 저를 향해) 여기서 뭐하구 있는 거니 너?

 

 

 

 

#7. 고속도로, 달리는 정우의 차안

 

 

 

 

어느 순간 영심, 배가 사르르 아파와서 배를 움켜잡는다.

 

 

 

 

영심 (아픈) 아우.. 아우.. (점점 더 힘들어지는) 아후우 배야...아우...

 

정우 (이 여자 또 뭐하는 거야? 대수롭지 않게 일견하고 시선을 거둔다)

 

영심 (너무 고통스러워 엉덩이를 덜썩이며) 아후우우... 어떻게? 아후우 어떻게?

 

정우 ... ...

 

영심 윽.(앞으로 몸을 꺾고 배 움켜쥐고는 몹시 고통스러워한다) 저기요? 저기요?

 

정우 (쳐다보는) ... ... (심상치 않아서) 왜 그래요? 어디 아파요?

 

영심 (숙인 채) 아윽... (거의 울먹이는) 아후 아후우 엄마아아...

 

정우 어디가 어떻게 아픈 거예요? 예? 이것 봐요? (흠칫 놀라는)

 

 

 

 

영심, 사색이 되어 식은땀을 흘리며 정우 향해 간절한 구원의 눈빛을 보내고 있다.

 

 

 

 

정우 좀만 참아요. 곧 북대전 I.C 나오니까 대전으루 빠져서 병원으루 모셔다 드릴게요.

 

영심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가로젓는)

 

정우 (??) ... 괜찮아요. 병원까진 모셔다 드릴게요.

 

영심 (글썽글썽한 눈으로 고통 참으며) 병원..말구요 화장, 흑, 화장..실루 조옴...

 

정우 (???) 네?

 

영심 빨리요! 아흑, 빨리요오! 끙...

 

 

 

 

#8. 고속도로

 

화장실을 향해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정우의 차.

 

 

 

 

#9. 고속도로 휴게소 주차장

 

 

 

 

다급하게 달려와 멈추는 정우의 차.

 

사색이 된 영심, 시체처럼 내리고 ‘ㄱ’자로 꺾은 자세로 엉거주춤 힘들게 걸어나간다.

 

차안의 정우, 유리창 통해 그 모습 바라보며 어이가 없다!

 

한데 영심이, 갑자기 되돌아 정우를 향해 온다. 그 자세 그대로 엉거주춤.

 

 

 

 

정우 (? 창문을 내린다)

 

영심 (간신히) 나 버리구 혼자 가면 끙 안돼요? 깡패요 흑 깡패...알죠? 그 사람들 지금 두 나 쫓아서 오구 있을 거예요. 끙.

 

정우 ... 빨리 다녀오기나 해요.

 

영심 (끄덕이고는 엉거주춤 우스꽝스런 자세로 걸어나간다)

 

정우 (그저 한숨만)

 

 

 

 

#10. 휴게소 남자화장실

 

 

 

 

정우, 세면기에 손을 씻고 얼굴에도 찬물을 끼얹는데, 넓은 거울을 단숨에 채우며 다가 오는 검은양복의 덩치 세명!

 

 

 

 

정우 (어?)

 

 

 

 

검은양복의 덩치들 엄숙하게 소매를 걷어올리고 나란히 손을 씻는다.

 

 

 

 

정우 (경계의 눈초리로 주시하며 빠르게 떠올리는)

 

영심 (E) 그 사람들 지금두 나 쫒아서 오구 있을 거예요. 끙.

 

 

 

 

*플래시 백.. 씬1의 영심!

 

영심 제가요 빚이 좀 있는데요, 치사한 새끼들이 나 이제 늙었다구, 늙어서 손님 다 떨 어졌다구 섬으루 팔려구 하잖아요.

 

 

 

 

바짝 긴장한 정우, 덩치들 경계하며 표나지 않게 서둘러 빠져나간다.

 

 

 

 

#11. 휴게소 남자화장실 밖 - 여자화장실 밖

 

 

 

 

정우, 다급하게 뛰쳐나오고 여자화장실로 달려간다.

 

부리나케 달려가지만 정우, 여자화장실 앞에서 멈춰서고, 잠시 어쩔줄 몰라하다, 화장 실 안 향해 영심을 부르기 시작한다.

 

 

 

 

정우 효리씨! 효리씨?

 

 

 

 

나오고 들어가는 여자들 정우를 힐끔거린다.

 

정우 효리씨, 안에 있어요? 효리씨? 이효리씨이?

 

 

 

 

여자들 키득키득 웃는다. 누군가는 이상한 사람 취급도 하고.

 

정우, 난감해하고 있는데 남자화장실에서 나오는 덩치들! 덩치들, 매점으로 들어간다.

 

잔뜩 긴장한 정우, 안되겠다 싶어 다급하게 여자화장실 안으로 뛰어들어간다.

 

 

 

 

#12. 휴게소 여자화장실

 

 

 

 

여자들 비명을 지르고 욕을 퍼붓는 가운데... 정우, 다급하게 영심을 찾는다.

 

 

 

 

정우 이효리씨? 이효리씨? (다른 쪽으로 가서) 이효리씨 안에 없어요? 있으면 대답해요! 이효리씨? 이효리씨?

 

 

 

 

아무런 대답없고... 정우, 여자들의 비난 뒤로 하고 부리나케 밖으로 뛰어나간다.

 

 

 

 

#13. 휴게소 건물 앞 - 주차장 마당

 

 

 

 

건물 앞 한가운데 멈춰선 정우, 빠르게 훑으며 영심을 찾는다.

 

정우의 걱정어린 시선에 어느 순간, 영심이 들어온다.

 

 

 

 

정우 (발견하고는 흠칫 놀라고 긴장한다)

 

 

 

 

주차장 마당에 영심, 화장실의 덩치들에게 에워싸여 있다.

 

정우의 시선에, 검은 덩치들에게 둘러싸인 채 연신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영심!

 

한순간 맹수처럼 달려나가는 정우!

 

정우, 거칠게 덩치들 밀치고 들어가 재빠르게 영심의 손을 잡고 영심을 그의 뒤에다 홱 돌려 세우며 보호한다!

 

 

 

 

영심 (어?)

 

정우 (3대1이다! 빠르게 세놈을 파악하며 방어자세 취하며) 약한 여잘 상대루 도대체 이 게 뭐하는 짓이야? 니들이 사람이야? 꺼져!

 

경찰 부르기 전에 당장 꺼져!

 

덩치1 (열받은) 이 자식이 근데? 야, 너 뭐야? 어? 너 미쳤어? 돌았어 이 자식아? 왜 멀 쩡한 사람을 치구지랄이야 자식아? 너 오늘

 

내손에 한번 죽어볼래?

 

덩치2 (제지하며) 상중이야. 조용히 가자. (황당해하며) 당신 뭐요? 아니 언제 봤다구 다 짜고짜 사람을 쳐요? 도대체 이러는 이유나

 

좀 압시다?

 

정우 (? 영심을 돌아본다)

 

영심 (? 올려다본다)

 

정우 (작게 고개짓 하며 깡패들 아니냐고 묻는다)

 

영심 (아니라고 풀죽은 고개짓으로 대답한다)

 

정우 허..! (어이가 없다) ... (정중하게) 죄송합니다. 제가 오해를 한 것 같습니다. 증 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용서하십시오.

 

덩치2 나 참! 죄송하다는데 화두 낼 수 없구.. 가자. (가고)

 

덩치1 아후 진짜, 상중이라 참는다 엉? (가고)

 

영심 저기요 어묵값이요? 어묵값 받아가셔야죠?

 

덩치1 거 눈이나 제발 똑바루 뜨구 다녀요 예? 아후 재수가 없으려니까 진짜! 퉤!

 

 

 

 

정우의 시선에, 땅바닥에 마구 엎질러져 있는 어묵들! 그리고 흰 소복과 검은 상복의 상주들이 장례버스에 줄줄이 오르고 있다!

 

 

 

 

정우 (한심해지고)

 

 

 

 

조금 떨어져서 미안한 마음으로 정우 바라보고 있는 영심. 그러나 영심, 기분이 좋다. 정우 응시하고 있는 영심의 눈엔 찰랑찰랑 설레

 

임의 감정이..

 

 

#14. 휴게소 일각

 

 

 

 

생수 벌컥벌컥 들이키고 있는 정우. 생각할수록 기 막혀서 헛웃음만 나온다.

 

그때 울리는 핸드폰 벨.

 

주머니에서 꺼내 무심코 열고 발신자 확인하는데, 한순간 얼어붙는 정우!

 

핸드폰 액정, ‘지혜’다!

 

정우, 선뜻 받지 못한 채 바라보고만 있다.

 

길게 우는 지혜의 벨소리.

 

마침내 받는 정우.

 

 

 

 

정우 (귀에 대고만) ... ...

 

지혜 (F) ... ... 참 지독해 너.

 

정우 (너무나 오랜만에 듣는 지혜 목소리다!) 으응. 참 지독해 나.

 

지혜 (F) 졌어 내가.

 

정우 그래. 졌어 니가.

 

지혜 (F) 내 전화, 기다리기는 했구?

 

정우 가끔.

 

지혜 (F) 날마다 시간마다 가끔?

 

정우 날마다 시간마다 가끔.

 

 

 

 

#15. 지혜 부부방 - 휴게소 일각

 

 

 

 

두 화면 동시에..

 

 

 

 

지혜 (글썽글썽) 어떻게 지내?

 

정우 잘.

 

지혜 어떻게 잘?

 

정우 평소와 다름없이 잘.

 

지혜 넌 안 물어보니? 너 평소와 다름없이 잘 지내는 동안 난 결혼두 하구 신혼여행두 다녀오구 시집살이두 하구 아내두 됐구 며느리

 

두 됐구 동서두 됐는데...

 

정우 니가 선택한 일이야..

 

지혜 (눈물 또르르) 그래 내가 선택한 일이지.

 

정우 ... ...

 

지혜 전화.. 해두 돼.

 

정우 니가 해. 난 기다리는 역 맡았잖아.

 

지혜 핸드폰 새루 샀어. 너, 남편 뒤루 보내기 싫어서. 너, 그대루 0번이다? 그리구 이 핸 드폰엔 이제 너밖에 없어. 방해받기 싫어서

 

다른 사람들 몽땅 새 핸드폰으루 이사 시켰어. 그러니까 전화하라구.

 

정우 ... ...

 

지혜 할 거지?

 

정우 가끔.

 

지혜 날마다 시간마다 가끔. 응? 응?

 

정우 ... ...

 

지혜 보구싶어. 나, 너 미치게 보구싶어 정우야!

 

정우 ... ...

 

 

 

 

#16. 동 휴게소 일각

 

 

 

 

통화 끝낸 정우, 고개를 푹 숙인 채 앉아있다. 아주 많이 힘들어 보인다.

 

 

 

 

#17. 휴게소 주차장

 

 

 

 

정우, 복잡한 얼굴로 차로 다가가는데..

 

정우의 카메라를 요리조리 들여다보고 만져보고 있는 영심!

 

 

정우 (확 치밀어 오르고)

 

 

 

 

영심으로부터 카메라를 거칠게 낚아채는 정우!

 

 

 

 

영심 (무안)

 

 

 

 

정우, 그 카메라 케이스에 넣어 뒷자석에 놓고 문을 사납게 닫는다. 무서운 기세다.

 

움찔하는 영심. 그저 바라보고 섰는데...

 

성마르게 운전석에 앉는 정우.

 

 

 

 

영심 (?)

 

 

 

 

#18. 고속도로, 달리는 정우의 차안

 

 

 

 

정우의 기척 살피다 풀죽어 창밖을 쳐다보는 영심.

 

정우, 지혜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뭔가 폭발할 것 같은 정우!

 

 

*시간 경과...

 

영심, 어느새 유리창에 머리 찧으며 자고 있다. 자면서도 아파하지만 맛있게 잔다.

 

그때 요란하게 울리는 영심의 핸드폰 벨.

 

‘엄마 전화! 이쁜 우리엄마, 얼른얼른 전화 받으세요! 빨리요오!’

 

 

 

 

정우 (쳐다보는) ... (엄마? 벨소리 들으며 ?해서 기다린다)

 

반복해서 울리는 영심의 핸드폰 벨.

 

 

 

 

정우 (의심이 짙어지는데)

 

 

 

 

잠에 취해 전화를 받는 영심.

 

 

 

 

영심 하이 누구야 진짜? (사이) 어어 동서! 왜 집에 무슨 일 있어? (사이) 응. (사이) 응. (사이) 괜찮아. 별일 아니야. 애들 원래 그

 

래. 그리구 훈이 걔가 원체 몸에 열이 많 아. 걱정하지말구 해열제부터 먹이구 옷은 벗겨놓구. 시간마다 체온 체크하구 응? 정우 (의

 

심이 확신으로 변해서 파르르 쏘아보고 있는)

 

 

 

 

#19. 달리는 정우의 차안 - 지혜 부부방

 

 

 

 

잠이 덜 깬 영심, 파르르 쏘아보는 정우, 아픈 훈이 눕혀놓고 어쩔줄 몰라하는 지혜..

 

화면 세 개로 분할되어서 세사람 동시에...

 

 

영심 혼자 힘들지? 미안해 동서. 결혼식에 신혼여행에 동서야말루 푹 셔야 되는데.

 

정우 (표정)

 

지혜 전 괜찮으니까 편히 다녀오세요. 고속버스 불편하시죠? 한두 시간두 아니구 고생스 러우시겠어요?

 

영심 아냐. 하나두 안 고생스러워. 나 지금 고속버스 아니구 자가용이거든.

 

정우 (표정)

 

지혜 자가용이요?

 

영심 어! 글쎄 휴게소서 버슬 잘못 탔지 뭐야!

 

정우 (표정)

 

지혜 세상에!

 

영심 그러게 말이야. 마침 남해 가는 찰 잡아타 그렇지 고속도로 한가운데서 그게 무슨 낭패야?

 

정우 (표정)

 

지혜 증말 다행이다! 같이 가는 사람은 어때요? 편해요?

 

영심 같이 가는 사람? (무심코 쳐다보는데)

 

정우 (무서운 기세로 쏘아보고 있다!)

 

영심 허억! ... ... (수화기를 떨어뜨리는) ... ...

 

지혜 (?) 형님? 형님? (??) 여보세요? 형님?

 

영심 (표정) ... ...

 

정우 (표정) ... ...

 

 

 

 

#20. 고속도로 갓길

 

 

 

 

가파르게 급정거하는 정우의 차.

 

 

 

 

영심 저,저기요..?

 

정우 (무섭게 가라앉은) 내려요!

 

영심 저기요?

 

정우 내려요 어서!

 

영심 설명할게요! 어떻게 된 일인지, 전부 다, 처음부터 다, 다 설명할게요! 제발 내말 좀 들어봐요 네?

 

정우 (지르는) 내려! 내리라잖아?

 

영심 저기요...

 

 

 

 

정우, 내리고 거칠게 조수석 문을 열고는 내릴 때까지 기다린다.

 

영심, 버티다 어쩔 수 없이 내린다.

 

 

 

 

정우 (문 확 닫고 운전석으로 가 오른다)

 

영심 (허겁지겁 문고리 잡는데)

 

정우 (안에서 잠근다)

 

영심 저기요? 저기요오?

 

 

 

 

휑하니 달려나가는 정우의 차.

 

 

 

 

영심 저기요? 이봐요? 이봐요오?

 

 

 

 

쏜살같이 달려나가는 정우의 차.

 

그 차 바라보며 발을 동동 구르는 영심.

 

영심, 고속도로 한가운데 그렇게 무참하게 버려진다!

 

 

 

 

#21. 고속도로, 달리는 정우의 차안

 

 

 

 

정우, 뒤가 당기지만 내처 달려나간다.

 

 

 

 

#22. 고속도로 갓길

 

 

 

 

내리쬐는 뙤약볕 속에서 열심히 히치하이킹 하고있는 영심.

 

땀범벅이 되어 갖은 방법을 다 써 보지만.. (*여러가지 버전으로)

 

쌩쌩 전속력으로 달리는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영심을 위해 차를 세워줄 운전자가 있을 리 없다.

 

실망하고 절망하고 지칠 대로 지치고 곤혹스러운 영심.

 

 

 

 

#23. 남해 정우의 집 앞

 

 

 

 

정우, 차에서 짐 내리다가 문득 발견한다.

 

조수석 한구석에 끼여져 있는 영심의 핸드백과 바닥에 떨어져있는 핸드폰, 그리고 영심 의 가발!

 

정우, 난감해진다.

 

 

 

 

#24. 고속도로, 달리는 견인차

 

 

 

 

앞유리창 통해 견인차 운전사와 일가족으로 보이는 네명의 가족이 비좁게 끼어앉아 있 는 게 보인다. 한데 영심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

 

다.

 

카메라 이동하면, 사고로 된통 찌그러져서 견인되고 있는 승용차의 운전석에 영심이 앉 아있다! 영심, 마치 자기가 운전하는 것처럼

 

핸들을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고 하며 무 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영심, 기어도 놓아보고 깜빡이도 켜보고, 비상등도 켜보고, 와이퍼 작동도 시켜보고... 어 느새 즐거워지는 영심.

 

앞에선 마른 하늘에 와이퍼가 왔다갔다 부산스레 움직이고 있고, 뒤에선 비상등이 깜빡 깜빡 연신 점멸하면서, 견인차에 끌려 천천히

 

고속도로를 기어가고 있는 영심의 찌그러 진 승용차!

 

 

 

 

#25. 남해 정우의 집 건넛방

 

 

 

 

짐을 푸는 정우. 방바닥이 거슬거슬 해서 손바닥으로 쓸어보면 새까맣게 묻어나는 먼지.

 

정우, 둘러보면... 치우지는 않고 쌓아만 놓아 엉망진창인 방.

 

마음 무거워지는 정우.

 

 

 

 

#26. 남해 정우의 집 마루 - 안방

 

 

 

 

정우, 마루로 나오고 안방 문 열어본다.

 

역시 엉망진창이다. 쾌쾌한 냄새가 문밖까지 코를 찌르고..

 

이부자린 깔린 채고, 막걸리병과 소주병은 마구 벗어놓은 오래된 옷가지들과 함께 나뒹 굴고 있고, 곰팡이 핀 냄비밥과 무수히 쌓여있

 

는 컵라면 용기 옆엔 한심하게 놓여있는 약봉지, 벽지는 뜯어지고 벽마다 시커먼 곰팡이가 피어 있는 아버지의 방!

 

화도 나고 슬프기도 하고 그리고 갑갑해지는 정우.

 

 

 

 

#27. 남해 미조항 (혹은 다른 항)

 

 

 

 

아버지를 찾아나선 정우.

 

횟집들 살피다 누군가로부터 아버지의 행선지를 듣게 되는 정우.

 

정우, 저멀리 먼 바다쪽으로 시선을 던진다.

 

 

 

 

#28. 미조항 선착장 (해질무렵)

 

 

 

 

어딘가에 앉아서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는 정우.

 

배 한 척이 들어오고 있다. 서너 명 타고 있는 배.

 

정우, 유심히 살피다 선상 위의 익숙한 실루엣 확인하고 일어선다.

 

배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정박하고..

 

배 위의 태복, 아직 아들의 존재 모르고 바쁘게 일손을 놀리고 있다. 바쁜 그 와중에도 연신 소주를 들이키는 태복.

 

정우의 시선에, 죈종일 바닷바람에 날려 마구 헝클어진 머리, 뙤약볕에 타 시꺼먼 얼 굴, 병색이 느껴지는 퀭한 눈.. 아버지다!

 

태복, 생선바구니 들고 뭍으로 건너오다 순간 미끌, 넘어질 뻔하는데, 넘어지려는 찰나 누군가가 민첩하게 그를 잡아준다.

 

 

 

 

태복 (쳐다보면, 아들이다!)

 

정우 (그저 꾸벅 인사한다)

 

태복 (무뚝뚝) 왠 일이냐?

 

정우 (생선바구니 받아들고) 가요. (앞서나간다)

 

태복 (짐작된다)... ... (뒤따라간다)

 

 

 

 

#29. 남해 버스터미널 (저녁)

 

 

 

 

정차중인 버스들 속을 뒤져 자신의 짐을 찾고있는 영심.

 

버스도 짐도 없다. 속 상하고..

 

한 운전기사 붙잡고 열심히 사정을 설명하는 영심.

 

운전기사가 일러주는 대로 사무실을 찾아보지만 허탕이다.

 

완전히 낙담해서 터덜터덜 걸어나오는 영심.

 

 

 

 

영심 (너무 속상한) 허후우, 엄마 약이며 옷이며, 한의사가 진짜루 좋은 약재루만 정성 들여 졌다 그랬는데.. 하이 증말, 10년 만에

 

첨 친정나들이 오면서 어떻게 빈손으 루 가아. (하는데)

 

퇴물 (E, 휘파람) 휘이익!

 

영심 (돌아보는) 어! (반색) 어?

 

 

 

 

퇴물, 한구석 어딘가에 앉아서 영심의 가방 달랑달랑거리고 있다.

 

 

 

 

영심 효리씨? (기뻐 어쩔줄 모르며 달려가서) 효리씨이!

 

퇴물 뭐야 진짜아아?

 

영심 세상에! 그럼 여태 나땜에 여기서 이러구 있었던 거예요?

 

퇴물 그럼 용빼는 재주 있어? 연락처두 없는데. 핸드폰 줘봐.

 

영심 네?

 

퇴물 (핸드폰 들고 번호 남길 태세로) 밥은 언니가 쏴야 될 거 같아서.

 

영심 핸드폰.. 없는데..

 

퇴물 뭔 소리야? 있는 거 다 봤는데. 밥 사기 싫어? 아님 술집년이랑은 엮이기 싫어 그 래?

 

영심 그게 아니라, 빽이랑 핸드폰을 어떤 사람 차에 놓구 내려서... 효리씨 가발..두.

 

퇴물 또오? 버릇 더럽네에. 아주 습관성이구나? (핸드폰 건네는) 자.

 

영심 (?)

 

퇴물 핸드폰 안 찾을 거야?

 

영심 (그제야) 아아. (받아들고 걸려다가 멈추는)

 

퇴물 쥐났어? 뭐해 얼른 안걸구.

 

영심 (선뜻 걸기가 좀) ... ...

 

 

 

 

#30. 남해 정우의 집 부엌

 

 

 

 

저녁밥 지으려하는 정우.

 

그러나 빈 쌀통, 바닥난 김치통, 그나마 있는 재료는 죄 상해 있다.

 

도대체 먹고는 지내는 건지.. 화가 치미는 정우.

 

 

 

 

#31. 남해 정우의 집 마루

 

 

 

 

백열등 주위로 바글바글 날아드는 날벌레들.

 

그 불빛 아래.. 소반에 달랑 라면냄비와 신김치만 놓고 마주앉아 있는 태복과 정우.

 

 

 

 

정우 집에 먹을 거라군 이것뿐이던데 매일 이렇게 드시는 거예요?

 

태복 먹자. (후르르 먹는다)

 

정우 ... ... 쓰러지셨다면서요.

 

태복 10년만에 더위라잖니.

 

정우 아부지 5월에도 쓰러지셨어요.

 

태복 나이 들면 다 그런거지. 세월 이기는 장사 없다.

 

정우 어떻게 어제 쓰러진 사람이 오늘 바다엘 나가요?

 

태복 명숙이는?

 

정우 늘 그렇죠 뭐.

 

태복 미친년!

 

정우 종합검진, 받아요. 내일 저랑 서울 올라가세요.

 

태복 일읎다.

 

정우 아부지?

 

태복 (일어나 찬장 속에서 소주 꺼내며) 멀쩡한 사람을, 최가가 또 쓸데 읎는 짓 했다. (앉고, 마시려는데)

 

정우 (빼앗는다) 제발 그만 좀 드세요! 아부지 몸 망치구 있는 건 세월이 아니라 이 술 이예요! 모르시겠어요?

 

태복 (다시 빼앗으려는데)

 

정우 (뺏기지 않는다)

 

태복 이 손 못 놓냐?

 

정우 아부지가 노세요!

 

태복 건방진 노무 새끼!

 

정우 ... ...

 

 

 

 

그때 열린 건넛방에서 요란하게 울리는 영심의 핸드폰 벨소리. ‘엄마 전화! 이쁜 우리 엄마, 얼른얼른 전화 받으세요! 빨리요오!’

 

두 사람 동시에 시선을 던진다.

 

 

 

 

태복 (?) 애 엄마 핸드폰을 왜 니가 갖고있노?

 

정우 ... ...

 

 

 

 

계속 울리는 벨소리. ‘엄마 전화! 이쁜 우리엄마, 얼른얼른 전화 받으세요! 빨리요오!’

 

 

태복 안 받니?

 

정우 ... ...

 

 

 

 

#32. 남해 터미널

 

 

 

 

핸드폰 들고 연결되길 기다리고 있는 영심.

 

 

 

 

퇴물 왜? 안받아?

 

영심 (끄덕이는) ... ... (끊으려는데 연결된다! 긴장되고) 여,여보..세요?

 

태복 (F) 애 엄마슈?

 

영심 (?) 네? 여보세요? 누구세요?

 

태복 (F) 핸드폰 잊어버린 애 엄마요?

 

영심 네에.

 

 

 

 

#33. 남해 정우의 집 마루

 

 

 

 

마당에 소주 쏟아 버리고 있는 정우.. 건넛방에서 들려오는..

 

 

태복 (E) 미조항 와서 아무 횟집에 들어가 박정우집 찾으믄 돼요.

 

 

 

 

#34. 남해 터미널

 

 

 

 

영심, 퇴물과 헤어지고 있다.

 

 

 

 

영심 갈 덴 있어요? 없으면 같이 가요.

 

퇴물 따라가면 평생 먹여줄거야?

 

영심 ... ...

 

퇴물 황제나이트라구 알아? 시내에 있대는데.

 

영심 (가로젓는)

 

퇴물 아는 언니가 거기 있는데 나두 거기서 일할라구.

 

영심 (끄덕이는) 가발, 찾는데루 꼭 돌려줄게요. 미안해요.

 

퇴물 미안할 건 없는데 꼭 돌려주기는 해라 언니야. 거 되게 비싼 거거든.

 

영심 (끄덕이고) 오늘 고마웠어요 증말.

 

퇴물 피차일반! (악수 청하는)

 

영심 (악수하는)

 

퇴물 꽤 반가웠어!

 

영심 피차일반!

 

 

 

 

두 여자, 마주보며 기분좋게 웃는다.

 

 

 

 

#35. 영심의 친정집 대문 앞

 

 

 

 

짐 바리바리 들고 멘 영심, 대문 앞에 멈춰선다.

 

10년만의 귀향이 감격스러운 영심, 담 넘어 집안을 들여다본다.

 

그리운 것들이 저 안에 있다!

 

 

 

 

#36. 영심의 친정집 마당 - 마루

 

 

 

 

그리움으로 마당에 들어서는 영심.

 

안방에서 텔레비전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는 거로 봐서 엄마는 안방에 있는 것 같다!

 

‘엄마’ 부르려다 말고 영심, 살금살금 마루로 올라선다. 살금살금 짐을 놓고 살금살금 안방으로 향하던 영심, 문앞에서 멈춰선다.

 

방안을 바라보는 영심의 눈길에 금새 애틋함이 묻어난다.

 

 

 

 

#37. 영심의 친정집 안방

 

 

 

 

텔레비전 저 혼자 떠들어대는 가운데 끝순, 꾸불텅하게 모로 누워 선잠 자고 있다.

 

머리맡에 놓인 단촐한 저녁 쟁반엔 다 먹은 국수사발과 김치보시기..

 

‘엄마가 이렇게 먹고 지내는구나.. 상도 없이 쟁반에 국수나 말아서..’

 

눈물이 핑 도는 영심.

 

끝순, 모기가 달라드는지 손으로 쫓으며 잠을 청하다가 결국 일어나앉으며,

 

 

끝순 이노메 모기들을 확 그냥! (침 묻혀 바르며) 오줄읎는 것들이 똥도 방 봐가미 싸 야지 다 늙어 말라비틀어진 몸떵어리 머 얻어

 

처묵을 끼 있다꼬 요래 패악을 떨어 샀노.

 

영심 엄마!

 

끝순 (?) ... (돌아보고 깜짝 놀라서) 영..심아?

 

영심 (달려들어 껴안는) 엄마아아!

 

끝순 (딸의 뜻밖의 등장에 어안이 벙벙한 채) 이기 무신 일이고? 어이?

 

영심 (껴안은 채) 엄마아.. 엄마아아..

 

끝순 (갑자기 홱 몸을 떼내고 긴장해서) 니, 쫓기난나? 소박, 맞은 기가?

 

영심 뭐? (어이가 없어서 웃는다)...뭐 무슨 박? 흐흐흐 호박 수박두 아니구 소박? 푸하 하 내가 대박은 맞아도 소박은 안맞는다! 사

 

람을 어떻게 보구!

 

끝순 아이가? 그라문 홍두깨도 아이고 연락도 읎이 여는 우짠 일이고?

 

영심 우리엄마 보구싶어 왔지! 연락은 부러 안했지이. 엄마 요렇게 깜짝 놀래켜줄려구.

 

끝순 (안심하고 그제야 딸을 깊은 눈으로 찬찬히 본다, 딸이다!)

 

영심 (엄마 마주바라보며 가슴 저 밑에서부터 따뜻한 물이 차오르는 것 같은)

 

끝순 (눈시울 붉어져서) 늙었다 이 가스나야!

 

영심 (글썽) 피이 사둔 남말하구 있네! 자기두 쭈그렁 할머니 다 됐구만 뭐!

 

 

 

 

#38. 민원장의 병원 수술실

 

 

 

 

큰수술이라 초긴장된 수술실.. 지환, 재환의 서브 받으며 뇌수술 하고 있다.

 

긴장한 재환, 크고 작은 실수하는데,

 

지환, 흔들림 없이 재환을 이끌어가며 집도하고 있다.

 

 

#39. 수술실 밖

 

 

 

 

지환과 재환, 의료진들, 장시간의 수술 끝내고 모두 지친 기색으로 나온다.

 

 

 

 

재환 고생했어 형. 와줘서 고맙구. 우리병원 VIP야.

 

지환 뇌수술할 땐 뇌만 봐. 환자 얼굴 보지말구.

 

재환 ... ...

 

민원장 (E) 어떻게 됐냐?

 

재환 아버지? 여태 계셨어요?

 

민원장 살렸어 죽였어?

 

재환 살렸죠오! 형이 누군데요오?

 

민원장 (안도하고 지환을 바라본다) 애썼다. 집으루 가냐?

 

지환 병원에 들렸다 갈거예요.

 

민원장 그럼 옷갈아 입고 내방에 들렀다 가. (앞서 걸어나간다)

 

지환 (?)

 

 

 

 

#40. OO병원 민원장 방

 

 

 

 

OO병원 가운차림의 민원장과 재환, 그리고 양복차림의 지환이 앉아있다.

 

 

 

 

재환 저녁 사주시게요?

 

지환 (아버지 바라보며 기다리는)

 

민원장 병원 옮겨!

 

지환 (?)

 

민원장 왜 제 집 놔두고 남의 집에서 더부살이 해. 그만 들어와.

 

재환 (아버지 의중 살피며 형의 대답 기다린다)

 

지환 여기두 제 집은 아니죠 아버지 집이지.

 

민원장 느에비 늙었어. 들어와 봉양 해.

 

지환 제겐 대학병원이 맞아요. 다양한 임상경험두 할 수 있구 얘들 가르치는 일두 보람 있어요. 아부지 봉양은 재환이가 잘 하구 있잖

 

아요?

 

민원장 내겐 아들이 둘이야.

 

지환 아버지 욕심이세요.

 

민원장 내아들이야. 내자식한테 욕심 좀 부리기로서니 뭐 문제 돼? 니놈 욕심 여태 내가 참아줬으니 이번엔 니가 참아.

 

지환 아버지?

 

재환 (긴장된다)

 

 

 

 

#41. 영심의 친정집 마루

 

 

 

 

영심의 선물이 마루 한가득이다.

 

끝순, 이것저것 뜯어보며 쓸데없는데 돈 썼다고 입으론 야단치지만 마음은 기쁘다.

 

영심은 전화를 걸고 있다.

 

 

 

 

영심 웬 통화가 이렇게 길어? 통 말수두 없는 사람이.. (갸웃)

 

 

 

 

#42. 대학병원 지상주차장 - 병원건물 출입구

 

 

 

 

지환, 파킹하고 건물로 걸어가면서 통화..

 

 

 

 

지환 옆퉁수나 뇌골 밖에 생긴 종양이야 한두 시간 수술루 간단히 처리되지. 근데 위치 가 너무 안좋은거야. 거기다 종양이 시신경이

 

랑 마구 엉켜있어서 그거 떼낸다구 열 시간 이상 끌었어.

 

가흔 (F) 그럼 점심 저녁 다 굶은 거야?

 

지환 생각두 없어. 너무 진이 빠져서. 완전히 녹다운이야 나.

 

가흔 (F) 그렇게 보여. 서른여섯이 아니라 마흔여섯 같다.

 

지환 (?해서 멈춰서고 보면)

 

 

 

 

저앞 출입구에 가흔이 손을 흔들고 있다.

 

 

 

 

지환 (멈춰선 채 계속 핸드폰에 대고) 뭐야?

 

가흔 (걸어오며 핸드폰에 대고) 느이집사람두 없는데 너랑 밤새 놀려구. 이 좋은 기횔 어떻게 놓쳐?

 

지환 (!)

 

가흔 (바로 앞에 다가와 멈춰서고 미소로 바라본다)

 

지환 ... ...

 

가흔 (갑자기 지환의 넥타이를 푼다)

 

지환 왜 이래?

 

가흔 (넥타이 접어 백에 넣고는) 넥타이 꽉 조여매고 놀 순 없잖아. (팔짱 끼고) 가자. 종일 긴장한 니 몸과 마음 내가 책임지구 편안

 

하게 풀어줄게. (이끄는)

 

지환 (!!)

 

 

 

 

#43. 가흔의 갤러리 (혹은 미술관)

 

 

 

 

암전된 상태에서 순간 불이 하나 둘 켜지면서 드러나는 갤러리의 풍경.

 

샤갈 전..

 

 

 

 

지환 (반색) 뭐야? 샤갈이네! (그림 앞으로 끌려나가는)

 

가흔 (그럴줄 알았다는 미소)

 

 

 

 

지환, 샤갈에 폭 빠져서 그림들을 천천히 감상한다. 행복한 표정이다.

 

그런 지환을 또 행복한 눈으로 바라보는 가흔.

 

 

 

 

#44. 영심의 친정집 마루

 

 

 

 

전화 수화기 내려놓으며 갸웃하는 영심. 안방으로..

 

 

 

 

#45. 영심의 친정집 안방

 

 

 

 

모기장 쳐져있고 끝순은 누워있다. 영심, 모기장 안으로 들어간다.

 

 

 

 

끝순 와? 안즉 전활 안받나?

 

영심 자나봐. 핸드폰 꺼놨어. (아무래도 이상하다)

 

끝순 니도 피곤할 낀데 어푼 자라.

 

영심 응.

 

 

 

 

#46. 가흔의 갤러리

 

 

 

 

푹신하고 긴 의자에 나란히 앉아 와인 마시며 샤갈 그림을 바라보고 있는 지환과 가흔.

 

 

지환 샤갈은 사람을 참 행복하게 해.

 

가흔 그 말은 지금 너 행복하다는 거니?

 

지환 (그런 것 같다! 끄덕끄덕)

 

가흔 (팔을 지환 어깨에 걸치며)나두 행복해. 니가 행복해서.

 

지환 (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가흔 (애틋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 (천천히 제 얼굴을 지환에게로)

 

지환 (긴장)

 

가흔 (거의 입술이 맞닿고, 키스를 하려는데)

 

지환 (고개를 돌린다)

 

가흔 (무안) 미안. 취했..나봐 나.

 

지환 미안하다. 나, 너랑 40살 50살 죽을 때까지 함께 샤갈 보구 함께 마스카니 듣구 함 께 운동하구.. 그러구 싶어.

 

가흔 ... ...

 

지환 ... ...

 

 

 

 

#47. 영심의 친정집 안방

 

 

 

 

정말 오랜만에 한 이부자리에 누운 엄마와 딸. 그녀들의 따뜻한 시간..

 

엄마도 딸도 쉬이 잠이 오지 않는다.

 

 

 

 

영심 (엄마를 보고 또 보고) ... (엄마 손을 잡는다) 이렇게 손 잡구 자자.

 

끝순 (싫지 않으나) 문디이 별지랄을 다 하잔다 더버죽겠구마는.

 

영심 참 심심했겠다 혼자. 밤에두 혼자 낮에두 혼자 여름에두 혼자 겨울에두 혼자...

 

끝순 새실 까지말고 퍼뜩 잠이나 퍼자라.

 

영심 엄마곁 그렇게 빨리 떠날줄 알았으면 엄마한테 좀 잘 하는 건데. 왜 그땐 몰랐을 까? 엄마하구 같이 할 수 있는 날이 이렇게 짧

 

다는 걸.

 

끝순 ... ...

 

영심 엄마..

 

끝순 와?

 

영심 지금보다 더 늙지는 마. 엄마 몫까지 내가 다 늙을게.

 

끝순 ... ...

 

영심 운동해라 엄마. 얼굴에 오이두 붙이구. 그래서 이담에 우리, 친구처럼 매일매일 붙 어다니자. 시장두 같이 가구 찜질방두 같이

 

가구 미장원에도 같이 가구, 그러자 우 리.

 

끝순 ... ...

 

영심 나, 엄마 꼭 모셔갈 거야. 내상황이 좀 더 나아지면 그이한테 말해서 엄마 서울루 모실거야.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꼭 그렇게

 

할거야 나.

 

끝순 ... ...

 

 

 

 

#48. 정우의 집 마루

 

 

 

 

모기장 쳐져있는.. 잠든 태복, 어두운 얼굴로 아버지를 내려보고 있는 정우.

 

아버지의 런닝앞섶에 말라 붙어있는 라면가락.

 

그 라면가락 조심스레 떼어내는 정우. 그리고 정우의 깊은 한숨..

 

정우, 모기장 밖으로 나와 마당으로 내려가는데 열린 건넛방 안에 놓인 핑크색 가발이 눈에 들어온다. 아주 짧은 순간 영심을 떠올리

 

는 정우.

 

정우, 마당으로 내려와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여러가지 일이 뒤엉켜 심란한 정우.

 

 

 

 

#49. 영심의 친정집 마루

 

 

 

 

마루에 걸터앉아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영심.

 

밤하늘도 좋고 바람도 좋고 바람이 전하는 바다냄새도 좋다!

 

 

영심 (몸 맡기고 음미하듯) 음... (그러다 문득 떠오르는)

 

 

 

 

*플래시 백.. 씬15의 깡패들로부터 영심을 보호해주던 정우의 근사한 모습!

 

 

 

 

영심, 배시시 웃는다. 그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F.O)

 

 

#50. 남해 앞바다 (다음날 오전)

 

 

 

 

눈부시게 빛나고 있는 여름바다.

 

 

 

 

#51. 정우집 대문 앞 - 마당

 

 

 

 

쌕쌕 한박스 손에 든 영심, 대문앞에 와 멈춰서고 안을 기웃기웃한다.

 

영심, 들어가려다 순간 멈추고 머리며 옷매무새 바로잡는다.

 

 

 

 

#52. 정우의 집 마당 - 마루

 

 

 

 

조심스레 다소 얌전을 떨며 들어오는 영심.

 

 

 

 

영심 실례합니다! (?) 계세요? 계세요? (하는데)

 

 

 

 

극심한 고통으로 데굴데굴 구르며 안방에서 나오는 태복!

 

 

 

 

영심 (화들짝 놀라서 잠시)... ...

 

 

 

 

태복, 고통에 찬 비명을 토해내며 머리를 찧고 있다.

 

 

 

 

영심 저,저기요? 왜,왜그러세요?

 

 

 

 

어느 순간 휙 고꾸라지며 실신하는 태복!

 

후다닥 달려가 살피는 영심.

 

 

영심 이보세요? 이보세요? 아저씨? 아저씨?

 

 

태복, 위중해 보인다.

 

두려운 영심!

 

 

 

 

#53. 시골병원 응급실 밖 - 안

 

 

 

 

다급하게 실려와 응급실 안으로 옮겨지는 태복.

 

함께 온 이웃주민들 속에.. 완전히 지친 영심이 넋이 빠진 채 있다.

 

 

 

 

#54. 거리

 

 

 

 

정신없이 뛰쳐나오는 정우.

 

 

 

 

#55. 시골병원 응급실 밖

 

 

 

 

사색이 된 정우가 땀범벅인 모습으로 달려온다.

 

영심, 정우를 먼저 발견하고 벌떡 일어나는데..

 

영심의 존재 눈에 들어올 리 없는 정우는 다급하게 이웃주민들쪽으로 간다.

 

 

 

 

영심 (!) ... ...

 

정우 (불안) 아버진요?

 

최씨 저 안에. 안즉 몬 깨어났다.

 

정우 (풀썩 꺾이는)

 

최씨 곧 깨어날끼다. 걱정하지마라. 마 잘못될라꼬 했시믄 저 각시가 때마춤 느아부질 발견허지도 않았을 끼다.

 

정우 (고개 돌려 쳐다보면 영심이다!)

 

영심 (어정쩡한 목례와 미소)

 

정우 (무반응으로 일견하고 응급실 안으로 들어간다)

 

영심 (무안)... ... (풀죽어 걸어나간다)

 

 

 

 

#56. 응급실 안

 

 

 

 

의료진들 바쁘게 검사를 하고 있는 가운데..

 

혼수상태로 누워있는 아버지를 내려보고 있는 정우.

 

 

 

 

#57. 정우의 집 건넛방

 

 

 

 

영심, 자신의 핸드백과 퇴물의 염색가발을 챙겨들며 방안을 휘 둘러본다.

 

지저분하고 을씨년스런 방안 풍경.

 

 

 

 

#58. 정우의 집 마루 - 안방

 

 

 

 

마루에서 나온 영심, 휘 둘러보며 열린 안방도 들여다본다.

 

쾌쾌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엉망진창인 방. (#28의 풍경)

 

구석에 한가득 쌓여있는 빨래더미, 땟국물에 절어있는 이불, 흩어져 뒹구는 약봉지와 알약들, 쓰러져있는 주전자와 쏟겨져 있는 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영심.

 

영심, 안으로 들어가 대충 흩어져 나뒹구는 것들만 주섬주섬 치운다. 그리고 흥건한 물 을 닦기 위해 두리번거리며 걸레를 찾아서 마

 

루로 나온다.

 

마루 한구석에서 걸레를 찾아 다시 안으로 들어간 영심, 쏟겨져있는 물을 훔치는데, 금 새 시꺼매지는 걸레. 걸레의 시커먼 때 보고

 

놀라서 방바닥을 손으로 쓸어보는 영심. 손바닥에 새까맣게 묻어나는 방바닥의 먼지와 때. 기막혀하는 영심.

 

어느 순간 영심, 두손 걷어붙이고, 깔려있는 이불을 개는 것으로 청소를 시작한다.

 

 

 

 

#59. 병원 응급실 밖

 

 

 

 

정우, 고개를 푹 숙인 채 초조하게 앉아있는데.. 정우를 부르는 간호사.

 

 

간호사 환자분 의식 돌아왔슴니더. 들어와보이소.

 

정우 (반색하며 뛰어들어간다)

 

 

 

 

#60. 응급실 안

 

 

 

 

의식을 찾은 태복, 기운없이 누워있다.

 

 

 

 

정우 아버지..?

 

태복 집에 가자.

 

정우 아버지!

 

태복 아무렇지도 않다. 아까는 내가 더윌 먹었나보다.

 

정우 (답답하고)

 

태복 얼른!

 

정우 이번 기회에 건강검진 받으세요. 의사가 가라구 해두 제가 안돼요!

 

태복 ... ...

 

정우 ... ...

 

 

 

 

#61. 정우의 집, 영심의 몽따쥬

 

 

 

 

건넛방의 쌓여있는 잡동사니 정리정돈 하는 영심.

 

집안 곳곳 씩씩하게 걸레질하는 영심.

 

더러운 이불 호청 떼어내 쌓인 옷가지와 함께 마당의 빨래터로 던지는 영심.

 

부엌 청소하고, 버릴 건 몽땅 내다버리는 영심.

 

빨래터에서 쌓인 옷가지를 하나씩 하나씩 빨아 치우는 영심.

 

큼직한 통에 들어가 발로 밟으며 이불 빨래하는 영심.

 

 

#62. 정우의 집 대문 앞

 

 

 

 

정우, 무겁게 걸어온다. 무심코 들어가려다 뭔가를 발견하고는 흠칫 멈춰선다.

 

정우의 시선에... 치마 걷어올려 묶고 허연 허벅지 다 드러내놓고 맨발로 신나서 뛰어 다니며, 수도 호스를 쥐고 분수처럼 물을 튕기

 

게 만들어서, 까르르 까르르, 사방팔방으 로 뿌려대고 있는 영심!

 

 

 

 

정우 (확 일그러지고, 도대체가 난해해서 도무지 불가해한 저 여자!)

 

 

 

 

#63. 정우의 집 마당

 

정우, 가파르게 들어서는데... 파르르한 정우 얼굴을 강타하는 물줄기!

 

졸지에 물세례 당하는 정우!

 

거의 동시에 터지는 정우와 영심의 비명!

 

 

 

 

영심 (완전히 당황해서) ... ...

 

정우 (젖은 채 쏘아보는) ... ...

 

영심 (어쩔줄 몰라하는) 흠..

 

정우 남의 집에서 당신 지금 뭐하는 거야?

 

영심 그게 그러니까..

 

정우 나가!

 

영심 (기다렸다는 듯 거의 동시에) 네. (부리나케 제 물건 챙겨서 나간다)

 

 

 

 

영심, 허겁지겁 대문을 나가다 갑자기 생각나서 멈추고, 되돌아 슬금슬금 눈치보며 정 우를 지나쳐 댓돌 위의 신발을 챙겨들고 도망치

 

듯 나간다.

 

정우, 치민 화를 애써 누르며 얼굴의 물기를 털어내고, 아무래도 수건이 필요해서 무심 코 빨래줄의 수건을 툭 걷어 머리며 얼굴을 닦

 

는데..문득 깨닫고.. 고개를 돌려 홱 쳐 다보면, 빨래줄에 널려있는 아버지의 옷가지며 이불호청!

 

 

 

 

정우 (어?)

 

 

 

 

정우, 그제야 집안을 살피면 뭔가 달라져있다.

 

정우, 이끌리듯 마루로 올라가 건넛방을 들여다보면.. 말끔하게 정리돼 있는 방안!

 

정우, 이번에는 안방으로 간다.

 

정우의 시선에... 너무나 깔끔해진 아버지의 방! 쟁반에 다소곳이 주전자, 컵과 함께 놓인 아버지의 약!

 

그리고.. 아버지의 소주병에 꽂혀있는 앙증맞은 들꽃!

 

 

정우 ... ... (뛰쳐나간다)

 

 

 

 

#64. 정우의 집 대문 앞

 

 

 

 

정우, 뛰쳐나가고 살펴보지만...

 

영심은 이미 보이지 않는다.

 

미안해지는 정우.

 

 

 

 

#65. 정우의 집 안방

 

 

 

 

병원에 가지고 갈 아버지의 속옷을 챙기다 문득 고개 돌려 들꽃을 바라보는 정우.

 

정우, 소주병 들고 들꽃을 코에 갖다대본다. 들꽃에서 기분좋은 향기가 난다.

 

정우, 얼핏 미소를 짓는다. (F.O)

 

 

 

 

 

 

 

#66. 영심의 시댁 전경 (이른 아침)

 

 

 

 

(E) 알람 울어댄다.

 

 

 

 

#67. 지혜 부부방

 

 

 

 

깊이 잠들어 있는 재환, 그 옆에 나란히 잠들어 있는 지혜.

 

지혜, 알람소리에 놀라 벌떡 일어나고, 울어대는 알람을 끈다.

 

지혜, 아침 일찍 일어나는 일이 정말 괴롭다. 억지로 침대에서 내려가는데..

 

 

재환 (팔을 잡으며) 좀 더 자 여보야.

 

지혜 아침준비 해야 돼요. 깨우러 올테니 더 자요.

 

재환 여보야 없이 어떻게 자? (눕히며) 30분만 딱 30분만 더 자자 우리.

 

지혜 (귀찮다는 듯 신경질적으로 뿌리치는) 왜이래요 아침마다!

 

재환 (무안) 여보야?

 

지혜 (미안) 아버님 조간 갖다 드려야 돼요. (달래는) 피곤할 텐데 한숨 더 자요. 응?

 

재환 ... ...

 

지혜 (욕실로 가는데 뒤가 당긴다)

 

 

#68. 지혜 부부의 욕실

 

 

 

 

지혜, 칫솔에 치약 짜다가 문득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응시한다. 왜 이렇게 매사 짜증 이 나는지 모르겠다. 골똘한 채 칫솔질 시작하

 

는 지혜.

 

거울 속으로 재환이 지혜에게 다가온다. 지혜를 뒤에서 가만히 안는 재환.

 

 

 

 

지혜 (생각에서 깨어나 거울 속 재환을 바라본다)

 

재환 많이 피곤하지? 곧 형수님 올라오시니까 조금만 참아.

 

지혜 ... 왜 안자구 같이 이래요? 한사람만 피곤하면 됐지.

 

재환 우리 여보야가 피곤한데 어떻게 나만 편하냐?

 

지혜 ... ...

 

재환 (거울 속 지혜를 빤히 쳐다본다)

 

지혜 왜..그렇게 봐요?

 

재환 참 이쁘다 너! 여태 어서 뭐하다가 이제서야 내 앞에 타나난거야? 아까워 죽겠어. 더 일찍 널 못만난 거.

 

지혜 (억지 미소)... ...(재환 보며 복잡해진다)

 

 

 

 

#68-1 영심의 부부방

 

 

 

 

거울을 보며, 넥타이 매며 출근 준비하던 지환, 문득 떠오르는..

 

 

 

 

*플래시 백.. 씬48, 가흔과의 키스장면!

 

 

가흔을 생각하고 있는 지환의 눈에 일순간 들어오는 가족사진!

 

지환, 들고 보면.. 사진속에서 아이들과 함께 환하게 웃고있는 영심!

 

지환, 아내를 물끄러미 응시한다.

 

 

 

 

#69. 시골병원 입원실

 

 

 

 

아테네 올림픽 중계방송(전날 밤 경기를 재방송으로) 보고있는 태복과 환자들.

 

정우, 회진중인 의사에게.. (*TV의 타임 오전8시20분 정도)

 

 

 

 

정우 검사결관 언제쯤..

 

의사 낼 오후에 나올낍니다.

 

정우 (끄덕, 아버지를 쳐다본다)

 

 

 

 

태복,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가서 우리선수 응원하고 있다.

 

 

 

 

#70. 정우의 몽따쥬 (오전 9시 정도)

 

 

 

 

차를 몰고 섬을 한바퀴 돌며 사진을 찍고있는 정우.

 

남해 곳곳의 아름다운 자연을 사진에 담는 정우의 모습 스케치..

 

 

 

 

#71. 다랭이마을

 

 

 

 

정우, 바다와 어우러진 가파른 다랭이마을의 풍광을 사진에 담고 있다.

 

연신 이쪽 저쪽으로 카메라 각도를 잡으며 셔터를 누르는 정우.

 

어느 순간 들려오는 구수한 소리 한자락. (*남해의 구전민요)

 

정우의 시선 그 소리를 쫒아가보면, 저쪽 다랭이논에서 허리 굽힌 채 엉덩이 하늘로 향 한 자세로 몸빼차림의 두 여자가 나란히 일을

 

하고 있다. 하늘로 향하고 있는 그녀들의 엉덩이엔 동그란 간이의자가 우스꽝스럽게 매달려있다. (*옷에 탈부착 하도록 고안된)

 

소리를 한자락씩 주고니받거니 하며, 뙤약볕 아래의 중노동을 오히려 즐기고 있는 두여 자의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정우.

 

정우, 그녀들을 그의 카메라에 담기시작한다. 한 장, 두 장, 석 장, 넉 장...

 

한편 다랭이논의 영심, 허리를 펴고 일어선다. 스트레칭하는 영심. 그러다 발견하는..

 

 

 

 

영심 (어? 정우 같다!) ... (앞으로 걸어나와 좀 더 자세히 보면, 정우다!)

 

 

 

 

아직 모르고, 고맙게도 일어서주고 이쪽을 바라봐주는 여자를 찍어대는 정우. 한 장, 두 장, 그러다 흠칫 놀라서 카메라를 치우고 홱

 

쳐다보는 정우.

 

정우의 시선에.. 아는 체하며 손 흔들고 있는 영심!

 

정우, 저도 모르게 스윽 팔을 올려 어정쩡하게 응답하다가, 놀라서 퍽, 내린다.

 

 

 

 

영심 (손나팔 만들어서 지르는) 아버진 괜찮으세요?

 

정우 (그적 끄덕)

 

영심 (손나팔) 정말 다행이예요오!

 

정우 (또 끄덕)

 

영심 (손나팔) 근데 제사진은 왜 찍으세요오?

 

정우 (끙) ... ...

 

끝순 누고?

 

영심 왜 어제 말한..

 

끝순 어어 그라문 쓰러짔다는 그 양반 아들인가배.

 

영심 응.

 

끝순 머스마가 참 인물이 좋네! 키도 훤칠한 기 마.

 

영심 응. (끄덕끄덕)

 

 

 

 

어느새 정우, 두여자 가까이로 다가오고.. 끝순 향해 꾸벅 인사한다.

 

 

 

 

끝순 마이 놀랬지요 어젠?

 

정우 네? 아 예에..

 

끝순 쯧쯧, 늙어가민서 자식들 애 안미기고 늙어가는기 그기 자식들 도와주는 긴데.

 

정우 ... ... (영심 향해) 어젠 미안..했어요. 그리구 고마웠습니다.

 

영심 네? (기쁜) 네. 뭘요. 저두 어제 미안하구 고마웠어요.

 

정우 ... ...

 

끝순 여서 이랄기 아이라 우리집에 가입시다. 내 시원한 미숫가루 한사발 타주께.

 

정우 괜찮습니다. 일하시던 중이신데 저때문에 그러실 것 없습니다.

 

끝순 덕분에 허리도 피고 목도 축이고. 가입시다. 시간도 마이 안든다. 바로 저언데 머. (앞장서 나간다)

 

영심 마시구 가세요.

 

정우 ... ...

 

 

 

 

#72. 영심의 친정집 마루 - 마당

 

 

 

 

마루에 앉아 미숫가루 마시는 정우, 영심, 끝순.

 

정우, 불편해서 빨리 벗어나려고 미숫가루를 급하게 마시고, 빈 그룻을 놓는데..

 

 

 

 

끝순 하이고오 이 총각이 목이 억쑤로 탔는갑네. (더 퍼주며) 자요 자 여 많으니까는 양 껏 묵어요.

 

정우 (쩝) ... ... (또 마시는)

 

영심 (웃는) 큭.

 

끝순 (마당에 쌓여있는 배추 보고는) 보소, 배추 좀 주까? 마늘하고.

 

정우 네? (배추와 마늘 보며) 아뇨. 됐습니다.

 

끝순 되긴 머시 돼? 집구석에 묵을 꺼라곤 라면밖에 없다꼬 야가 그카던데.

 

영심 엄마?

 

정우 (쩝) ... ...

 

끝순 그카니까 아부지가 픽픽 쓰러지재. 늙으믄 다 밥심으로 사는 긴데. 갖꼬 가요. 한 국사람은 고마 김치 하나만 있어도 밥이 술술

 

넘어간다 아이가.

 

정우 ... ...

 

 

 

 

*시간경과.. 양손에 배추와 마늘 든 정우, 끝순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정우 안녕히 계십시오. 그리구 (배추와 마늘) 잘 먹겠습니다.

 

끝순 더 필요하면 운제든지 더 갖다 묵어요.

 

정우 (따뜻해지고) 예. (영심 향해 목례) 그럼.. (대문을 나간다)

 

영심 ... ... (갑자기 쫓아나간다)

 

 

 

 

#73. 영심의 친정집 대문 앞

 

 

 

 

영심 (쫓아나와서) 저기요 박정우씨?

 

정우 (뒤돌아본다 ?)

 

영심 근데, 김치는 담글줄 알아요?

 

정우 (가로젓는)

 

 

 

 

#74. 정우의 집 마당

 

 

 

 

마당에 펼쳐져있는 김치꺼리 재료들.

 

영심과 정우, 배추의 누런잎 함께 떼고 있다.

 

 

영심 누런 것만 떼내요.

 

정우 (영심 하는 것 보고 따라 떼낸다)

 

영심 남은 건 정우씨가 떼내요. 난 배추 썰테니까.

 

정우 예. (서툴러서 느리게 떼낸다)

 

영심 (배추를 4등분으로 나누며) 배춘요 칼을 많이 댈수록 물러지구 맛이 떨어지거든요 큰건 4등분 하시구요 만약에 배추가 작으면 2

 

등분 하세요.

 

정우 (끄덕이며 열심히 보고 듣는다)

 

영심 먼저 배추밑등에 요 정도, (가까이 보여주고) 요정도 칼집을 넣은 담에 이렇게 손 으루 갈라주면 돼요. 아시겠어요?

 

정우 (끄덕)

 

영심 자요 한번 해봐요.

 

정우 (서툴게 배운 대로 하는데 잘 안되는)

 

영심 에이 칼집을 좀 더 내셔야죠.

 

정우 (시키는대로)

 

영심 예 됐어요. 그렇게 하시면 돼요. 잘 하시네요?

 

정우 (웬지 뿌듯하다)

 

 

*시간경과.. 커다란 플라스틱 대야에 절여지고 있는 배추.

 

영심과 정우, 마루에 앉아 마늘을 까고 있다.

 

 

 

 

정우 여섯시간이나 절여야 돼요?

 

영심 네. 담에 혼자 하실 땐 밤에 절여놓구 아침에 치대시면 돼요.

 

정우 하루종일 시간을 뺏어서 어떡해요?

 

영심 별루 할 일두 없는데요 뭐. 남은 건 제가 깔테니까 정우씬 이제 마늘하구 생강 좀 찧어주세요.

 

 

 

 

정우, 절구에 마늘을 쏟아붓고 찧기 시작하는데 힘조절이 안돼 마늘이 자꾸 통통 튀어 올라 마루로 떨어지고 마당으로 날라가고..

 

 

 

 

영심 (보고 웃는다)

 

정우 (무안해서 재빠르게 주워담아 다시 애를 먹으며 찧는데)

 

 

 

 

이번엔 튀어오른 마늘이 영심의 얼굴과 몸을 맞힌다.

 

 

 

 

정우 어우 미안해요!

 

영심 (우습고) 큭큭큭 괜찮아요. 큭큭. 그게 그렇게 잘 안돼요?

 

정우 (풀죽은) 예.

 

영심 줘봐요. 힘으루만 하면 안돼요. 일단 얘들 기를 이러어케 누른 다음, 얘들을 절반 쯤 죽여놓구, 그때부터 팍 팍 팍 있는 힘을 다

 

해 맹공을 퍼부면서, 얘들을 요렇게 한순간에 몰살시키구는 거죠!

 

정우 (귀엽다! 바라보며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75. 남해 시내의 대형마트 (또는 시장)

 

 

 

 

쌀 사고 장을 보는 영심과 정우.

 

 

 

 

정우 (멀쭘하게 따르며) 이렇게 하실 거 까진..

 

영심 배추 치댈 때까지 심심하잖아요. 제가 밑반찬 좀 만들어 드릴게요.

 

정우 ... ...

 

 

 

 

영심, 주부답게 찬찬히 요것저것 골라담고.. 정우, 뻘쭘멀쭘 어색해하며 뒤따라다닌다.

 

 

 

 

#76. (해안)도로, 달리는 정우의 차안

 

 

 

 

뒷자리에 장바구니 싣고 정우와 영심, 도로를 달려온다.

 

 

영심 (발견하고) 어머! 저기 좀 봐요?

 

정우 (보는)

 

 

 

 

푸른 바다와 초록 들판을 배경으로 앙증맞게 자리한 노란 운전면허학원.

 

 

영심 너무 귀엽다아. 꼭 장난감 모형 같지 않아요?

 

정우 그러네요.

 

영심 텅텅 볐네. 운영을 안하나봐요?

 

정우 시골이라 배울 사람이 많지 않으니까요.

 

영심 저기요, 운전하면 재밌어요?

 

정우 뭐. 사람에 따라 다르겠죠. 운전, 못해요?

 

영심 네. 배우구는 싶은데 무슨 시험을 세번씩이나 쳐야된다면서요? 어우 한번두 아니구 세번씩이나 붙을 자신 난 없어요. 워낙에 머

 

리두 나쁘구.

 

정우 ... ...

 

영심 한심해요. 남들 다 하는 운전두 못하구.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어머니 말씀대루 난 정말 할줄 아는게 아무것두 없어요.

 

정우 ... ...

 

 

 

 

정우의 차, 갑자기 후진을 해서 오던 길을 돌아간다.

 

 

 

 

영심 (?) 왜 그래요?

 

정우 ... (시원하게 후진하는)

 

 

 

 

정우의 차, 운전면허학원 앞에 멈춰선다.

 

 

 

 

영심 (?)

 

정우 내려요. (면허학원 바라보며) 배우구 싶다면서요. 내가 가르쳐줄게요.

 

영심 (!)

 

 

 

 

#77. 운전면허학원 몽따쥬

 

 

 

 

아무도 없는 시골의 운전면허장에서 정우에게 운전을 배우는 영심!

 

정우가 가르쳐주는 대로 해보지만 겁먹은 영심, 차를 굴리는 것조차 안된다.

 

엑셀을 조금 밟고도 비명을 꽥꽥 질러대는 영심!

 

영심이 운전하는 차, 엑셀과 브레이크를 오가며, 조금 가다 급정거하고 조금 가다 급정 거하고..

 

시간경과 되어, 차를 이제 달릴 수 있게 된 영심. 이번엔 기뻐서 꽥꽥 질러댄다!

 

영심에게 자상하게 이것저것 운전요령을 가르쳐주는 정우.

 

그런 정우를 설레임으로 몰래 바라보는 영심!

 

 

 

 

#78. 정우의 집 마당 (해질무렵)

 

 

 

 

배추를 치대고 있는 영심. 그 모습 열심히 보며 익히고 있는 정우.

 

영심, 양념 치댄 배추를 뜯어서 맛보는데.. 침을 꿀꺽 삼키는 정우!

 

영심, 웃으며 배추 한잎을 뚝 찢어서 정우에게 건넨다.

 

 

 

 

정우 (받아서 먹는다)

 

영심 (긴장해서 기다리는)

 

정우 (엄지 손가락 올려보이며 최고라고)

 

영심 (뿌듯, 으쓱)... ...(다시 치대기 시작하고)

 

정우 (구경하며) 이름이.. 뭐예요? 아직 이름두 안 물어봤네.

 

영심 (?)

 

정우 이효리 말구 진짜 이름이요.

 

영심 오영심.

 

정우 네? 오.. 뭐요?

 

영심 오영심이요 오영심! 만화영화의 그 영심이! 영심이 몰라요?

 

정우 아 예에.. ...

 

영심 (열심히 치대며 낮게 흥얼거리기 시작하는) 안개속에서 나는 울었어 외로웠어 한참 을 울었어 사랑하고 싶어서 사랑받고 싶어서~

 

정우 (뭐야?) ... (하다가 갑자기 번뜩하는, 입엣 소리로) 오영심... (떠올리는)

 

 

 

 

영심의 노래, 1부의 요란법썩한 영심의 노래와 겹쳐서 흐른다.

 

 

 

 

#79. 인써트 (1부의 씬10)

 

 

 

 

정우와 기태를 비롯한 강사들과 연수생들이 라디오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영심 (E) 보고싶을 때 못보면 눈물 흘리고 마는 활화산처럼 터져오르는 그런 사랑~ 그런 사랑~

 

나여사 (E, 꽥) 야아- 오영시임-!

 

기태 앗싸! 영심이 파이팅이다!

 

정우 (어느새 웃고 있다)

 

 

 

 

#80. 동 정우의 집 마당

 

 

 

 

정우, 웃으며 영심을 보고 있다.

 

 

 

 

영심 (조금 더 목소리 높여서 감정을 잡고) 안개속에서 나는 울었어. 외로워서 한참을 울었어~ 사랑하고 싶어서 사랑받고 싶어서!

 

 

 

 

정우, 그 모습 바라보며 소리내어 웃기 시작한다. 몹시 유쾌해서 시원하게 웃는다.

 

 

 

 

영심 (홱 쳐다본다, ?)

 

 

 

 

정우, 영심의 그 얼굴 보고 더 웃겨서 완전히 넘어가서는 웃어젖힌다.

 

영문을 모르고 어리둥절한 영심. 하지만 정우의 웃는 모습에 기분이 좋아진다.

 

정우를 가만히 응시하는 영심..

 

정우의 웃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정우가 더 오래 더 많이 웃었으면 좋겠다!

 

 

 

-제2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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