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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불허전 2


 

가르쳐 줘요

 

가르쳐 달라고요!

 

(남자1) 자식, 그렇게 신기하냐?

 

네, 신기합니다

 

(남자1) 이놈아, 각도, 각도!

 

침 가는 김에 네놈 마음도 부지런히 갈아

 

의원이랑 침이

 

마음적으로 먼저 하나가 돼야 한다, 이 말이여

 

의원이 삿된 마음을 품으면 침이 알겄어, 모르겄어?

 

[캑캑거린다]

 

[흥미진진한 음악]

 

[괴로운 숨소리]

 

[놀란 신음]

 

[아파하는 신음]

 

[방귀를 뿡 뀐다]

 

[한숨]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하라 모) 이게 무슨 소리야?

 

애가 사라지다니!

 

네가 이번에 바뀌었다는 주치의야?

 

(연경) 네, 그렇습...

 

[간병인의 놀란 숨소리]

 

(민재) 아, 사모님 [하라 모가 씩씩거린다]

 

대체 병원에서 환자 관리를 어떻게 하길래

 

수술 전날 애가 사라져?

 

(하라 모) 당장 찾아와

 

내 딸 잘못되면 너

 

의사 생활 끝인 줄 알아

 

[하라 모의 거친 숨소리]

 

[민재가 중얼거린다]

 

[민재의 한숨]

 

(민재) 아, 어떡해

 

아, 아프시겠다

 

오하라 얼마나 됐니?

 

입원한 지는 며칠 됐고요

 

저분이 오하라 어머니신데

 

(민재) 저희 병원 이사장님 사모님이랑 친구시고 또...

 

오하라 나간 지 얼마나 됐냐고?

 

아이, 그게 한 30분쯤

 

너 근데 이제야...

 

심장병 환자야, 무슨 뜻인지 몰라?

 

알죠, 잘 알죠

 

걸어 다니는 시한폭탄이랄까

 

(민재) 아니지, 뭐 폭탄은 멈추는 거고 심장은...

 

야, 그, 아직 안 왔나 봐?

 

(민재) 누구, 오하라요?

 

네, 아, 아직...

 

걔 말고, 그 숨바꼭질 단서

 

지금쯤 올 때 됐는데

 

너 뭔 소리야? [휴대 전화 알림음]

 

(만수) 왔구나 [손가락을 딱 튕긴다]

 

[영상에서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만수와 민재의 탄성]

 

(만수) 뭐야, 이 여자? 누구야?

 

[의미심장한 음악] (연경) 이거 뭐야, 누가 찍은 거야?

 

(민재) 자, 잠깐, 이거 선배 아니에요?

 

(민재) 어제...

 

(만수) [웃으며] 야, 너 대박, 야, 대박이다, 너

 

너 밖에서 이러고 노냐?

 

아, 근데 여기 접때 내가 오하라 찾았던 거긴데

 

(민재) 뭐야, 그럼

 

선배, 이 복장으로 거기...

 

오하라도 클럽에?

 

아, 걔 이런 데 다니면 안 되는데 [휴대 전화 알림음]

 

(하라)

 

(만수) 야, 너 오라는데?

 

그때랑 똑같이 입고

 

야시시하게

 

내가 미쳤어?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돼?

 

빨리 안 튀어 가?

 

아, 근데 심장병 환자잖아요 제가 그...

 

나도 네가 가는 게 나을 것 같은데

 

[한숨]

 

오하라 이 쪼끄만 게 진짜

 

[의미심장한 음악]

 

저, 아저씨 혹시 이런 여자애 본 적 있어요?

 

(연경) 중학교 2학년 여자애인데

 

클럽에서 일하시는 분 아니에요?

 

명찰이 없네

 

됐어요, 감사합니다

 

그, 이...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연경) 선일아

 

내 환자인데 오늘 여기서 본 적 있니?

 

못 본 거 같은데요

 

[연경의 한숨]

 

(연경) 어, 나, 아직 소식 없어?

 

[한숨]

 

이쪽도 아직

 

네가 지금 내 옷을 궁금해할 때야? [사람들의 놀라는 신음]

 

다시 통화해

 

[한숨]

 

[사람들의 놀라는 신음]

 

오하라?

 

[연경의 다급한 숨소리]

 

이봐요, 미쳤어요?

 

(연경) 비켜요 [허임의 놀라는 신음]

 

신혜병원 흉부외과 의사 최연경입니다

 

보호자 되세요?

 

아, 네, 제가 여자 친구예요

 

제가 환자 상태를 좀 보겠습니다

 

(여자) 네

 

아니, 우리 오빠가 멀쩡히 춤추다가 나와서는 [긴장되는 음악]

 

갑자기 막 가슴을 잡고 쓰러졌어요

 

119는요?

 

(남자2) 아, 제가 불렀어요, 지금 오고 있어요

 

(연경) 왼쪽 폐 소리가 안 들려요 긴장성 기흉인 것 같습니다

 

(여자) 그게 뭔데요?

 

흉강에 공기가 차서 폐와 심장을 누르고 있어요

 

(연경) 맥박도 잘 안 잡히고

 

지금 바로 공기를 빼 줘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람들의 탄식]

 

[환자의 힘겨운 숨소리]

 

[바람이 솨 빠져나온다]

 

[거친 숨소리]

 

[사람들의 탄성]

 

(허임) 참으로 놀라운 여인이다

 

저 의술은 또 뭐란 말인가

 

일단 급한 위기는 넘겼습니다

 

[사이렌이 울린다] (연경) 구급차 오면 병원으로 옮겨서...

 

[타이어 마찰음]

 

(연경) 신혜병원으로 가 주세요

 

연락하고 뒤따라가겠습니다

 

(구급대원1) 네, 보호자세요?

 

- (여자) 네 - (구급대원1) 보호자분 타세요

 

[사이렌이 울린다]

 

오하라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허임의 다급한 숨소리]

 

(연경) 왜요, 뭐 할 말 있어요?

 

뉘시오?

 

신혜병원 흉부외과 최연경이라고요 아까 못 들었어요?

 

[허임의 다급한 신음] (허임) 하면 처자는 그, 기녀가 아니고

 

의녀요?

 

이봐요, 나 의사 맞고 내가 지금 좀 급해요

 

그러니까 비켜요

 

(허임) 하면 여인도 의원이 될 수 있단 말이오?

 

아, 뭐래

 

아, 그러면 그 말도 없이 달리는 요상한 그, 수레 같은 건

 

병자를 싣고 어디로 간 것이오?

 

영업이든 작업이든 때와 사람을 봐 가면서

 

오케이?

 

(허임) 아, 이보오

 

[아파하는 신음]

 

여인네가 저리 포악해서

 

아, 이보오!

 

[경쾌한 음악] (연경) 어, 민재야

 

[허임이 연경을 부른다] 구급차 5분 안에 도착할 거야

 

[연경이 통화한다] 그, 잠깐 거기 서 보시오

 

(연경) 응급 처치 한 거 공기 잘 빠져서 폐가 잘 펴졌는지 좀 확인해 봐

 

이보오, 이보오!

 

(허임) 잠시만 기다려 주시오

 

너 그 얘기를 왜 이제 해?

 

[자전거 벨이 울린다] (허임) 궁금한 것이 있어 그렇소

 

[허임의 놀란 신음]

 

[놀란 숨소리]

 

[구시렁거린다]

 

[자동차 경적] [놀란 신음]

 

(허임) 아이씨

 

[구시렁거린다]

 

[자동차 경적]

 

[자동차 경적이 연신 울린다] [긴장되는 효과음]

 

[삐 소리가 울린다]

 

[타이어 마찰음]

 

[거친 숨소리]

 

[삐 소리가 울린다] (버스 기사) 야, 이 새끼야, 또라이 같은 새끼야!

 

너 죽으려고 환장했어?

 

[가쁜 숨소리] 너 당장 일로 와

 

[연경이 털썩 쓰러진다] 너 일로 와, 일로 와, 일로 와 일로 와, 씨

 

뭐야?

 

사고는 여기서 날 뻔했는데 왜 사람이 쓰러져 있어? [어두운 음악]

 

아, 예, 거기 119죠?

 

아, 예, 예, 여기...

 

(허임) 이보오, 이보오, 이보오 정신 차려 보시오, 이보오!

 

에헤, 참

 

[맥박 효과음]

 

성미는 불같이 급하더니 기가 이리 약해서야

 

[의미심장한 음악]

 

(허임) 이 맥은? [맥박 효과음]

 

이 여인은 대체...

 

이봐요, 미쳤어요?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남자3) 행색도 이상하고 이상한 사람 같아

 

[사이렌이 울린다]

 

[차 문이 달칵 열린다] (남자4) 아, 여기, 여기, 여기

 

(구급대원1) 어? 아까 그 의사분?

 

아니, 금방 뒤따라온다더니 어쩌다

 

혹시 보호자세요?

 

- (구급대원1) 보호자세요? - (여자) 네

 

(구급대원1) 보호자분 타세요

 

그렇소, 내 이 여인의 보호자요

 

(구급대원1) 네, 일단 병원으로 옮길게요, 예

 

보호자분도 타세요

 

[흥미진진한 음악]

 

[사이렌이 울린다]

 

[허임의 거친 숨소리]

 

[허임이 캑캑거린다]

 

[허임의 당황한 신음]

 

(구급대원1) 어디 불편...

 

[거친 숨소리]

 

난, 난 괜찮소, 난 괜찮소이다

 

[구급대원1의 놀란 신음]

 

(구급대원1) 어, 괜찮, 괜찮으세요?

 

(허임) 괜찮...

 

[거친 숨소리]

 

[허임이 구역질한다] (민재) 선배!

 

선배, 선배!

 

(민재) 우리 선배 왜 이래요?

 

이 누님이 이렇게 쉽게 쓰러지고 그럴 누님이 아닌데

 

어디 다치거나 깨진 데는 없어요?

 

(구급대원1) 네, 발견 당시 의식은...

 

(허임) 그 처자 잠시 혼절한 거니 걱정할 거 없소이다

 

내 바로 깨어나게 할 수도 있었으나

 

왠지 여기서 그랬다간 경을 칠 일이 생길 것 같기도 하고

 

병자 상태가 화급을 다툴 만큼 중한 것 같지 않아 그냥 뒀소!

 

(민재) 누구... [허임이 구역질한다]

 

(구급대원1) 거기 자칭 보호자라고 우기시는 분

 

안으로 따라오세요

 

(민재) 네? 보호자요?

 

(구급대원1) 하, 예, 뭐, 보호자라는데 뭐 하는 분인지...

 

(허임) 아휴, 내 멀미가 심해 말도 잘 안 타는 사람인데

 

아휴, 병원이라는 데 오는 길이 이리 거칠고 험해서야

 

[콜록거린다]

 

그렇지 않아도 몸이 성치 않은 병자들이 이곳을...

 

[웅장한 음악]

 

(황 교수) 저 튜브는 뭐냐?

 

(만수) 아마도 그 삽관 세트에 들어 있는 튜브를 잘라서...

 

[만수의 탄성] (황 교수) 밖에, 길바닥에서?

 

그 왜, 맨날 들고 다니는 까만 가방

 

와, 그래도 저런 것까지

 

언제, 어디서, 어떤 환자를 만날지 모른다고

 

[황 교수의 헛기침] (만수) 참 나

 

워낙 응급 처치가 잘돼서 흉관 교체만 해 주면 문제없을 겁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네, 그 쌤도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황 교수의 헛기침]

 

(여자) 근데 이 흉관 교체요 이것도 그 쌤이 해 주시면 안 돼요?

 

(의사) 그 쌤, 지금 들어오고 있답니다

 

(여자) 아, 감사합니다

 

(함께) 하나, 둘, 셋

 

(민재) 선배, 선배!

 

- 교수님 - (황 교수) 응?

 

그 쌤 흉관 교체 어렵겠는데요

 

뭐?

 

쟨, 쟨 또 꼴이 왜 저래, 저거?

 

[익살스러운 음악]

 

(허임) 아니, 밖은 이렇게 푹푹 찌는데

 

어휴, 여긴 어디서 이렇게 한풍이

 

병원

 

[놀라는 신음]

 

[에어컨 바람이 솨 나온다]

 

[허임의 탄성]

 

[기분 좋은 신음]

 

(만수) 뭐, 보호자? 보호자 누구?

 

(민재) 그건 저도 잘...

 

젊은 남자던데요

 

(간호사1) 오빠인가?

 

아니면 남동생?

 

무남독녀 외동딸

 

혹시 남친?

 

- (민재) 네? - (간호사1) 남친요?

 

(만수) [웃으며] 야, 와, 최연경, 이거

 

그런 거였어?

 

그래서 이렇게 클럽 가고 이야, 옷도 야시시

 

누군 일하고... [민재의 놀란 신음]

 

저, 저, 저기 옵니다

 

[흥미진진한 음악]

 

어?

 

[코웃음 치며] 최연경 취향 참

 

쟤 좀 이상한...

 

(민재) 저, 누구... [허임의 놀란 신음]

 

(허임) 아, 그, 나는 병자가 아니고 그...

 

오, 저기, 저, 저

 

저 여인의 보호자요

 

아니, 그러니까 저 여인

 

아니, 저 처자

 

(민재) 아니, 우리 연경 선배랑 어떤 관계시냐고요

 

(간호사1) 진짜 연경 쌤 남친이에요?

 

[익살스러운 음악] (허임) 남친?

 

친분 있는 남자

 

혹은 친절을 베푼 남자를 말함인가

 

씁, 뭐가 됐든... [혀를 찬다]

 

[헛기침]

 

그렇소, 내가 저 여인의 남친이오

 

[개구리 울음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타이어 마찰음]

 

[떨리는 숨소리]

 

(민재) 선배, 깼어요?

 

[연경의 가쁜 숨소리]

 

왜요, 어디 안 좋아요?

 

어떻게 된 거야?

 

- (민재) 네? - 내가 왜 여기 있어?

 

선배 길거리에서 뭔지 모르겠지만 뭔가에 엄청 충격받아 졸도하셨고요

 

(연경) 기흉 환자

 

그 환자 어떻게 됐어?

 

하, 진짜 선배는 이 와중에도

 

선배 응급 처치가 너무 완벽해서

 

흉관 교체만 하고 바로 입원실 올렸습니다

 

[안도하는 한숨]

 

오하라는?

 

괜찮아?

 

아, 그럼, 괜찮죠

 

괜히 선배만 개고생시키고, 쯧 나쁜 계집애

 

지금 남 걱정할 때 아니거든요?

 

(민재) 아휴, 선배 무려 졸도하셨었거든요

 

(연경) 호들갑 떨지 마, 별거 아니야

 

아, 맞는다, 그 선배 남친

 

(민재) 하, 근데 어디 갔지?

 

좀 전까지 여기 있었는데

 

그건 또 뭔 소리야, 뭐, 남친?

 

그렇죠, 아니죠?

 

와, 진짜 내가 완전 깜놀

 

(민재) 아, 글쎄 어떤 사람이 선배 보호자라고 같이 왔는데

 

뭐, 혹시 생명의 은인인가?

 

뭐, 암튼 어떤 사이냐고 물어보니까 선배 남친이라고 막...

 

[헛웃음]

 

아, 선배

 

(연경) 어디 있는데?

 

[신발을 탁 집어 든다] 내 남친이자 보호자이자, 어?

 

생명의 은인인 그 인간

 

[익살스러운 음악] [민재의 한숨]

 

[안내 음성] 승객 여러분의 안전을 위하여 황색 선 안쪽으로 탑승하여 주십시오

 

[탄성]

 

[트림한다]

 

[엘리베이터 도착음]

 

[허임의 놀란 신음]

 

이보오, 이리 오너라!

 

이보오, 여기 사람이 갇혔소 [안내 음성이 흘러나온다]

 

이보오! [엘리베이터 작동음]

 

[겁먹은 신음]

 

아, 이거, 염병, 씨, 아이

 

[허임의 겁먹은 신음]

 

여기 사람이 갇혔소!

 

죽을죄를 지었소이다 [엘리베이터 도착음]

 

[허임의 겁먹은 신음]

 

[허임의 다급한 신음]

 

이곳에선 여인네들이

 

자신의 뜻에 따라

 

의녀도 의원도 될 수 있다는 말인가

 

[한숨]

 

(민재) 병원 옥상 정원에서 놀고 있었대요

 

병원 밖으로 아예 나가지도 않았다니까요

 

(연경) [한숨 쉬며] 쌤이 한 방 먹었네?

 

아, 어머니까지 두 방인가?

 

이번 한 번은 넘어가 주는데 또 그런 장난 쳤다간...

 

그랬다간 뭐?

 

아, 죽는다?

 

(하라) 아, 그래, 뭐, 그거 잘됐네

 

어차피 죽을 건데

 

나가

 

아줌마 꼴도 보기 싫으니까 나가라고

 

걱정 마, 너 안 죽어

 

(연경) 그리고 나 아줌마 아니고 의사거든?

 

네가 병원에 온 이상

 

그리고 내 환자가 된 이상 [기계 조작음]

 

널 살려야 하는 게 내 의무고 책임이고

 

내가 월급 받는 이유야

 

그러니까

 

내가 너 꼭 살려

 

[잔잔한 음악]

 

저녁 8시 이후에는 물도 마시면 안 된다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꼼짝 말고 푹 자고

 

아침에 보자

 

[문이 드르륵 열린다] 재수탱이

 

발암 캐릭 [문이 드르륵 닫힌다]

 

[피식 웃는다]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연경) 어휴, 배고파

 

[한숨]

 

[간호사들이 킥킥거린다]

 

(간호사들) 안녕하세요

 

(간호사2) 최 선생님 남친 봤어?

 

(간호사3) 나 청학동에서 온 줄 알았잖아

 

(간호사2) 어유, 야

 

(민재) 누님 잠든 사이에

 

그 누님 남친 소문 쫙

 

대체 어디 있니, 그 또라이?

 

[익살스러운 효과음]

 

(허임) 아유, 터가 안 좋나? 아휴

 

가만있어 보자

 

내 어디까지 했더라

 

[긴장되는 음악]

 

[허임의 떨리는 숨소리]

 

[선조의 성난 숨소리]

 

(허임) 전하, 소인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십시오, 전하

 

전하, 전하!

 

(찬성) 네 이놈!

 

네놈이 역심을 품지 않고서야

 

어찌 그런 돌팔이 실력으로 감히 대전에 들 생각을 했단 말이냐!

 

[허임의 다급한 신음]

 

(허임) 역심이라니, 당치 않으십니다요

 

뭔가 잘못된 것이 틀림없습니다

 

다시 한번 기회를

 

다시 한번 기회를!

 

[찬성의 헛웃음]

 

네놈이 얼마나 엄청난 짓을 저질렀는지 아직 감이 안 잡히는 게로구나

 

(찬성) 여봐라! 당장 저놈을 옥에 가두지 않고 뭣들 하느냐!

 

(금군들) 예!

 

[당황한 신음]

 

[의미심장한 음악]

 

[아파하는 신음]

 

이게 다 너 때문이다

 

[못마땅한 숨소리] [흥미진진한 음악]

 

너 그게 어떤 기회였는지 아느냐?

 

내가, 이 허임이 장장 10년 만에

 

[한숨]

 

너만 아니었어도 내가 지금쯤 대궐에서

 

전하 옆에...

 

(허임) 아이!

 

아니, 내가 그때 어쩌자고 이런 놈의 도구를 가지고...

 

이 간악한, 이 재수 옴 붙은 놈!

 

꼴도 보기 싫다, 이놈아

 

[한숨]

 

남친인지 또라이인지 되게 신경 쓰이네, 정말

 

[한숨]

 

[쓸쓸한 음악] [허임의 한숨]

 

(허임) 죽다 살아나 보니

 

저승도 이승도 아닌 400년 후의 조선 땅이라

 

하, 그 듣도 보도 못한 의술에

 

여인도 의원이 되는 경천동지할 세상이라

 

대관절 이 일을 어쩌면 좋다는 말인가

 

(허임) 아, 이보오, 이보오!

 

그, 관노시오?

 

뭐요?

 

(허임) [웃으며] 아, 그러니까, 그

 

천출이냐 물었소

 

(청소부) 천, 뭐?

 

아, 그게 뭐여?

 

나 여기 정규직 직원인디

 

정규직

 

하면 여기 의원, 그...

 

의사라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오?

 

신분이라든가

 

의사들?

 

아, 최고로 잘나고 똑똑한 분들이제

 

(청소부) 아, 그랑께 사람들이 그냥

 

'선생님, 선생님' 하면서 떠받들고 그라제

 

- 하면 돈도... - (청소부) 아, 돈?

 

(청소부) 아, 많이 벌제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떵떵거리게 벌제

 

그러면 그 침을, 침을 놓는 그...

 

(청소부) 아이고, 아이, 비켜요!

 

바빠 죽겄는데, 별... 아, 비켜요!

 

[웃음]

 

(허임) 우리가 아직은 이별할 때가 아닌 듯싶구나

 

[입바람을 후 분다]

 

내 좀 더 상황을 면밀히 살핀 후에 결정할 터이니

 

그때까지 조용히 자숙하고 있거라

 

[화살이 쉭 날아온다]

 

[의아한 숨소리]

 

분명히 두 대를 맞았는데

 

허, 참, 귀신이 곡할 노릇일세

 

[헛웃음]

 

(허임) 아니, 가만 [익살스러운 음악]

 

아니, 참 나, 염병

 

화살은 왜 쏴?

 

도망질 좀 했기로서니 앞뒤 없이 막 쏴?

 

그것도 두 대나, 허, 참

 

내 뭐 그리 죽을죄를 지었나

 

(진오) 허임 그자가 화살을 맞고 사라졌단 말이냐?

 

(충호) 뒤쫓던 금군들 말로는

 

분명 화살을 맞고 물속으로 떨어진 걸 보았사온데

 

아무리 뒤져 봐도 흔적이 없답니다

 

활은, 활은 누가 쐈다더냐?

 

숲에서 날아왔다는데 그 역시 찾지 못했다 합니다

 

[진오의 생각하는 신음]

 

(진오) 평소 행실이 오죽했으면 목숨을 노리는 자가 있을꼬

 

[혀를 찬다]

 

그리 천지 분간 못 가리고 오만방자를 떨더니

 

[피식 웃는다]

 

전하 앞에서 침 든 손을 벌벌 떨었다?

 

그 꼴이 아주 볼만했겠구나

 

[진오의 웃음]

 

대전에 허준 영감을 파직하고

 

유배 보내야 한다는 상소가 빗발치고 있답니다

 

음, 하긴

 

영감이 천거한 자가 전하를 능멸하고 도주까지 했으니

 

뭐, 별수 있겠느냐

 

다 자초한 일인 것을

 

(진오) 이제야 십 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가는 것 같구나

 

[진오의 웃음] [의미심장한 음악]

 

(검은 사내) 분부하신 대로 처리했습니다

 

[화살이 쉭 날아간다]

 

(허준) 그래, 애썼다

 

(검은 사내) 하면 이제 영감마님은...

 

활시위를 당겼으니 이제 모든 게 그 아이에게 달린 일

 

그놈이 죽어 오든 내가 죽어 나가든

 

그저 기다릴밖에

 

"혜민서"

 

(남자5) 언제 오신다는 거야?

 

(남자6) 허 의원님 지금 어디 계십니까요?

 

(권지) 아, 글쎄, 내가 몇 번을 말해!

 

허 의원은 사정이 있어서 오늘 못 나온다는데도!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남자7) 아, 이것이 뭔 일이래요

 

허 의원님은 여적 이런 일이 없었는데

 

(남자8) 그러게요

 

(남자6) 그려, 하루라도 혜민서를 비운 적이 없는 분이

 

어디가 편찮으십니까요?

 

[버럭 한다] [문이 달칵 열린다]

 

[남자6의 놀란 신음]

 

(금군) 허임이 여기 있느냐?

 

어, 허 의원은 어제 아침 입궐한 뒤로

 

아직 오질 않았사옵니다

 

몰래 숨어 들어왔을지도 모르니 샅샅이 뒤져라!

 

(금군들) 예!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남자7) 이게 뭔 일이래요?

 

(남자6) 허 의원이 죄를 지은 겨?

 

[사람들의 놀란 신음]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막개) 어?

 

[막개의 놀란 신음]

 

우리 허 의원님의 소중한 구침들인데

 

의원님

 

어디 계세요

 

참봉, 참봉, 허 참봉 나리

 

얼른 벌떡 일어나셔요!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

 

[익살스러운 음악]

 

그러니까 이 인간이 내 남친?

 

(민재) 네, 이 사람이

 

아니, 이 자식이, 쯧 선배 아는 자식이에요?

 

(연경) 혹시 나한테 침놨단 얘기는 안 하던?

 

(민재) 침요?

 

아, 이분 한의사세요?

 

(연경) 일차적인 소견으로는 클럽 삐끼

 

뭐, 자세한 건 검사를 더 해 봐야 알겠고

 

(민재) 삐끼? 그럼 뭐야, 음

 

설마 허준?

 

[간호사1이 피식 웃는다]

 

이런 가발은 또 어디서 구했대? [허임의 아파하는 신음]

 

[졸린 목소리로] 깨우지 말거라

 

허 의원님 고단하다

 

(민재) [손을 딱 튕기며] 맞네, 허 의원

 

허준 의원

 

(허임) 막개야

 

내 꿈을 꿨는데

 

어찌나 정신이 사납고 번잡하던지

 

근데 거기서 한 여인을 만났는데

 

내 태어나서 그리 자태가 고운 여인은 처음 봤단다

 

[웃으며] 너도 같이 봤으면 정말...

 

혹시 그 여인이 나니?

 

그 여인이 왜 너...

 

[익살스러운 효과음]

 

[허임의 놀란 신음]

 

꿈이, 꿈이 아니야

 

(허임) 어? 그 처자

 

아유, 갑자기 사라져서 내 얼마나 놀랐는지 아시오?

 

아, 어딜 가면 간다고 말을 해 줘야 할 것 아니오

 

[웃음]

 

내 그대 근심에 밤새 한숨도 못 잤소이다

 

괜찮으시오?

 

[연경의 헛웃음]

 

[익살스러운 음악]

 

그 머리 좀 어떻게 좀...

 

아, 워낙 경황이 없다 보니 못 볼 꼴을 보였소

 

(허임) 사람이 머리털을 묶어

 

하늘로 향하게 하는 것이 도리임을 모르지 않으나

 

자는 동안만이라도 이리 거풍을 해 줘야

 

우리 몸에 양기가 통하는 경락이 열리는지라

 

실은 여기 사람들의 머리털을 보고 좀 놀랐소이다

 

'신체발부 수지부모'라 하였거늘

 

성리학의 법도가 이리도 관대해졌나 보오

 

이만하면 되었소?

 

됐고요

 

됐구나 [웃음]

 

(연경) 내가 지금 좀 바쁘니까 용건만 간단히 빨리 끝내죠

 

우선 어제 119에 신고하고 병원까지 데려다준 거

 

고맙게 생각해요, 생각하는데

 

(허임) 입고 있는 옷이 여기 의원 그러니까 의사들이 입는 의복이오?

 

한결 간결하니 멋스럽고 좋소이다

 

[허임의 웃음] 뭐, 남친?

 

(연경) 보호자?

 

그런 뻥은 왜 쳐요?

 

듣자 하니 여기 의사들이 떵떵거리고 돈도 많이 번다고 하던데

 

하면... [연경의 헛웃음]

 

아, 사례금을 달라?

 

아니, 그, 그리 들렸소? [멋쩍은 웃음]

 

내 급전이 필요한 처지인 줄은 어찌 알고

 

하나 내가 원래 돈이 궁한 사람이 아니오

 

갑작스럽게 이렇게 건너오다 보니까 노잣돈 한 푼도 없이 이렇게

 

[허임의 멋쩍은 웃음] (연경) 차비도 없으시고

 

그래, 얼마나요?

 

내 이곳 물정을 잘 몰라서 그런데 넉넉하게 백 냥 정도면 [연경이 돈을 쓱쓱 센다]

 

백만 원?

 

너무 많은 것 같고 한 쉰 냥?

 

아니, 그쪽 일하는 데가 어디예요?

 

보보는 아닌 것 같고

 

(연경) 클럽 노즈? 아테나?

 

쉬, 쉰 냥 정도면...

 

(연경) 이봐요, 또라이 삐끼 씨

 

그쪽 일하는 데가 어디냐고 묻잖아요, 지금

 

아, 그, 내가 일하는 데...

 

- (허임) 혜... - 헤라!

 

(연경) 종로에 있는 헤라?

 

하, 참, 멀리서도 오셨네

 

멀리서 온 건 맞는데 헤라가 아니고

 

거기서도 당신 이러고 다니는 거 알아요?

 

알 턱이 있나

 

아, 이 정도면 이거 범죄인 거 몰라요?

 

성희롱에 스토커로 확 신고해 드려요?

 

[휴대 전화 벨 소리]

 

(연경) 어, 민재, 금방 올라가

 

됐거든? 관심 꺼라

 

(허임) 아니, 누구랑 얘기를 하고 계시오?

 

[휴대 전화 조작음]

 

내가 어제 일을 생각해서 넘어갈 테니까

 

이쯤에서 그만하고 돌아가시죠

 

- 아니, 그... - (연경) 계속 귀찮게 하면

 

진짜로 경찰에 신고합니다

 

아시겠어요?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익살스러운 음악]

 

(허임) 아...

 

여기 국밥 한 그릇이 얼마...

 

다섯 냥?

 

[카드 인식음]

 

밥 샀으니까 이걸로 어제 일은 퉁

 

됐죠?

 

아, 퉁, 고맙소

 

내 신세는 후일에 꼭 갚...

 

아, 이보오, 어디 가시오?

 

(직원1) 다음 분!

 

(민재) 오하라 님, 수술실로 이동하시겠습니다

 

(간병인) 아, 아, 나 좀 봐

 

기다리다가 깜빡...

 

어머, 얘가 어디 갔대? [흥미진진한 음악]

 

어? 아니, 아니, 얘가 또 어딜 간 거야

 

[익살스러운 효과음]

 

아이고, 막개 그놈

 

흰쌀밥에 고기반찬 먹는 게 소원인 놈인데, 참

 

[심호흡]

 

[만족스러운 숨소리]

 

같이 한술 뜨자꾸나

 

[휴대 전화 알림음]

 

이게 뭐야?

 

(허임) 안 된다고 하지 않았느냐

 

에이, 안 된다고...

 

(연경) 오하라, 너 지금 여기서 뭐 하니?

 

(허임) 어, 왔소? 여기 찬이 맛이 아주 오묘한 게...

 

오하라

 

[수저를 탁 내려놓는다]

 

아, 배불러

 

아저씨, 생큐

 

[연경의 한숨]

 

[식기를 탁 내려놓는다]

 

[허임의 힘주는 신음]

 

(연경) 뭐 하는 짓이에요, 안 비켜요?

 

말을 해 보시오

 

대관절 내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이리 화를 내시오?

 

궁금해요?

 

궁금하니 묻지 않소

 

수술 앞둔 환자한테 음식을 먹였어요, 누가?

 

또라이 삐끼 씨 당신이

 

그게 무슨 뜻인데 대관절 자꾸 그리 부르시오

 

덕분에 그 아이 오늘 수술 못 할지도 몰라요

 

당장 수술 못 받으면 언제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연경) 밥 다 먹었죠?

 

그럼 당장 병원에서 나가요

 

다시 한번 내 눈앞에 띄면 그땐 정말로 말로 안 끝납니다

 

그, 천, 천천히 먹거라, 그...

 

그러다가 체한다니까

 

에헤, 천천히 먹으라니까

 

[의미심장한 음악] [맥박 효과음]

 

멈추시오!

 

이보오!

 

병자에게 병증에 맞게 음식을 가려 먹여야 한다는 것쯤은

 

나도 잘 알고 있소

 

(허임) 해서 그 소녀가 되도록이면

 

기름진 고기를 먹지 못하도록 내 말렸소이다

 

그 소녀 심장이 안 좋은 거 아니오?

 

그새 별 얘기를 다 했네

 

하, 저기요

 

비록 내 수술이 무엇인지는 아직 잘 알지 못하나

 

그냥 아이가 허기진 듯하여 음식을 나눠 준 것뿐이오

 

그것이 여기선 죄가 된단 말이오?

 

그런 죄를 지으면 여기선 어떤 형벌을 받소이까?

 

곤장 백 대?

 

유배를 가거나 참형을 당하기라도 한답니까?

 

[헛웃음]

 

아, 이보오! 이보오, 이보오, 이보오

 

(허임) 아, 내 그대에게 성을 낸 것이 아니라

 

그, 좀 노여움을 풀고

 

다른 데 가서 잠시 이야기를 좀 합시다

 

내 그대에게...

 

(연경) 뭐, 유배? 곤장? [허임의 아파하는 신음]

 

[헛웃음]

 

와, 내가 어쩌다 이런 또라이랑 [휴대 전화 벨 소리]

 

[허임의 다급한 신음] 어, 나

 

이보오, 이보오, 처자!

 

내 얘기는 그런 것이 아니고

 

아, 이보오!

 

(연경) 어, 지금 가고 있어

 

오하라 수술은?

 

- 어떻게 하기로 했어? - (구급대원2) 비키세요, 비키세요!

 

(간호사4) TA 환자입니다, 비켜 주세요!

 

(구급대원2) 비켜 주세요!

 

긴급 TA 환자입니다!

 

[삐 소리가 울린다]

 

[무거운 음악]

 

[어두운 음악]

 

갑자기 왜 이래

 

그게 다 뭐야?

 

(허임) 괜찮... [연경의 비명]

 

[리드미컬한 음악]

 

[허임의 당황한 신음]

 

(연경) 미쳤어요?

 

변태예요?

 

어딜 따라 들어와요?

 

병자를 돌보는 의원의 안색이 어찌 그리 병자 같소?

 

[경쾌한 음악]

 

(허임) 혹, 쉬이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는 날이 많소?

 

자주 체증이 있다거나 속이 답답한 증세는?

 

불시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이 자주 있소이까?

 

나한테 왜 이래요?

 

원하는 게 뭐냐고요, 대체

 

- 손목 좀 주시오 - 뭐라고요?

 

(허임) 내 그대에게 궁금한 것이 많소이다

 

어제 그대에게 일어난 일이며 그대가 혼절한 새에 내가 짚었던 그 맥

 

잠시면 되오

 

제아무리 뛰어난 명의라 한들

 

자신 스스로를 진단하고 치료하기는 어려운 법이오

 

[맥박 효과음] [잔잔한 음악]

 

[잔잔한 음악이 늘어진다] 이 맥은...

 

이거였네

 

[익살스러운 음악] 이거였어?

 

이 인간이 보자 보자 하니까 지금

 

[허임의 아파하는 신음] (허임) 팔, 팔, 팔

 

(연경) 어, 아주 잘됐어, 어? 딱 기다려

 

[허임의 놀란 신음] 우리 과가 아무래도 양아치 상대할 일이 좀 많거든

 

(허임) 오해...

 

(연경) 여보세요, 보안실이죠?

 

[아파하는 신음]

 

(허임) 아이, 왜 이러시오

 

어, 왜 이러시오

 

[허임의 놀란 신음]

 

[허임의 아파하는 신음]

 

(보안 직원1) 와, 요새 병원 노숙자가 있다더니

 

또 들어오면 그땐 경찰에 넘길 줄 알아요

 

어찌 된 세상이 자초지종은 듣지도 않고

 

[뻐근한 신음]

 

[숨을 들이켠다]

 

어허, 그 여인 참

 

(황 교수) 너 잘하는 짓이다, 응?

 

너 어디 가서 뭐 하다 이제 왔냐?

 

남친이랑 놀다 왔냐?

 

(황 교수) 네 남친 병원에 와 있다며

 

수술 빵꾸 내고서 남친이랑 노니까 좋더냐?

 

[헛기침]

 

남친 아닙니다, 교수님

 

[황 교수의 헛기침] 오하라 수술 미뤄집니까?

 

아, 그럼 위에 빵빵하게 음식물 들어차 있는 환자

 

전신 마취 하고 수술할래?

 

(황 교수) 너 그러다 역류돼 가지고 기도라도 막히면 네가 책임질 거야?

 

죄송합니다

 

(황 교수) 고작 15살짜리 여자애 하나 컨트롤 못 해 가지고서는

 

아, 왜, 감당 못 할 거 같으면 도로 바꿔 줘?

 

아닙니다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아이고, 환자 하나 제대로 케어 못 하는 게 무슨 의사라고, 씨

 

(황 교수) 넌 인마, 하여튼 저 그게 문제야, 그게

 

아휴, 씨, 쯧

 

[작은 목소리로] 아휴, 잘하자

 

[황 교수의 헛기침]

 

원샷

 

[의미심장한 음악]

 

(연경) 주치의 최연경입니다

 

들으셨겠지만 오늘 수술은...

 

(하라 모) 들었지, 그럼

 

음, 죄송할 거 없어요

 

막말로 최 선생이 싫다는 애 억지로 먹인 것도 아니고

 

오늘 일은 그냥 넘어갑시다

 

수술 스케줄은 이번 주 내로 다시 조정해서...

 

(하라 모) 어, 그것도 들었고

 

최 선생이 수술 때까지

 

우리 애 좀 잘 좀 케어해 봐요

 

그래야죠, 제 일인데

 

실력은 좋다더니

 

어떻게 애 비위 하나를 못 맞춰 가지고

 

(하라 모) 수고해요, 그럼

 

[멀어지는 발걸음]

 

[한숨]

 

(민재) 들어가세요

 

괜찮아요?

 

(연경) 바이털 어때요?

 

혈압 100에 60이고 심박수는 110입니다

 

맥박이 높네

 

홀터 채워서 다시 체크해 봐

 

네

 

오하라, 들었지?

 

(연경) 내가 널 잘 케어하고 네 비위도 잘 맞춰야 한다네?

 

근데 내가 환자 비위 맞추고 이러는 데 영 소질이 없어요

 

그래서 말인데

 

뭐야, 무슨 짓이야?

 

환자 운동 좀 시켜 주세요

 

(연경) 무리하지 마시고 천천히 10분만요

 

공원 나가실 때 저 휠체어 태워서 나가시고요

 

네, 네

 

나 잘 거야

 

안 돼

 

(연경) 너 아까 고기 먹었잖아

 

지금 이대로 자면 위에 부담 가고 컨디션 나빠져

 

나빠지든 말든 아줌마가 무슨 상관인데

 

놔둬, 그냥 나 죽게 놔두라고

 

그렇게는 못 하지, 의사가

 

그리고 아줌마 아니고 선생님

 

[헛웃음]

 

나가, 나가라고, 씨

 

[하라가 구시렁거린다] [간병인의 한숨]

 

[한숨]

 

이게 그 무섭다는 중2병이구나

 

이건 내 전공 분야가 아닌데 말이야

 

(연경) 아무래도 진료 매뉴얼에 따라서 이 정신과 쪽에다가...

 

[분한 신음]

 

[살짝 웃는다]

 

나갈까?

 

[한숨]

 

[익살스러운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한숨]

 

(허임) 목이 마르니 물이라도 마시러...

 

(보안 직원2) 신고하기 전에 가시죠

 

[허임의 헛기침]

 

[허임이 코를 훌쩍인다]

 

(보안 직원1) 이 양반이 진짜...

 

저리 안 꺼져요?

 

어허, 이 사람들이

 

지나가던 과객이 물을 청하면

 

바가지에 잎을 띄워 주진 못할망정!

 

어찌 이리 매정하단 말이오!

 

(허임) 어허!

 

내 잠시 볼일이 있어서 들어가...

 

(보안 직원1) 아이...

 

[허임의 힘주는 신음]

 

이 사람이 진짜 [허임의 힘주는 신음]

 

(허임) 내 잠시...

 

[보안 직원들의 한숨] [허임의 못마땅한 신음]

 

(허임) 내 잠시만...

 

아저씨, 여기서 뭐 해요?

 

어? 고기 소녀!

 

(허임) 여긴 바퀴 달린 신통한 것들이 참으로 많구나

 

이건 이름이 무엇이냐?

 

(하라) 아, 뭐야, 휠체어도 몰라?

 

아저씨 누구예요? 이 옷은 또 뭐고

 

[허임의 멋쩍은 웃음]

 

(허임) 그러니까, 그...

 

내 너한테만 귀띔해 주는 말인데

 

실은...

 

나 의원이다!

 

[비웃음]

 

(허임) 어허, 이 처자가

 

아니, 이 소녀가

 

내 이래 봬도 조선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얼마나 유명한...

 

(하라) 아저씨

 

(허임) 응?

 

연경 쌤이랑 무슨 사이?

 

아, 나 그 처자 남친이다, 남친

 

대박

 

덕분에 그 아이 오늘 수술 못 할지도 몰라요

 

당장 수술 못 받으면 언제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아, 그...

 

오늘 수술이라는 걸 받았느냐

 

[헛웃음]

 

아니, 아저씨 때문에

 

[멋쩍은 웃음]

 

그렇지 않아도 오늘 그것 때문에 그 처자에게 된통 혼쭐이 났단다

 

(허임) 걱정 말거라

 

그 처자 제법 실력 있는 의원이니

 

너를 필경 살려 줄 게다

 

의원이 하는 말이니 믿어 보거라

 

[허임의 웃음]

 

(연경) 살고 싶으세요?

 

그럼 그냥 여기 계세요

 

재수탱이

 

(간호사5) 어? 안녕하세요, 선생님

 

(연경) 안녕하세요

 

괜찮아

 

요새 무리를 좀 해서 그래

 

별거 아니야

 

[허임의 웃음]

 

[긴장되는 음악] 저런 미친

 

(허임) 자, 이제 그만 연경 처자한테 가 보자꾸나

 

(하라) 아저씨, 잠깐만요!

 

(연경) 오하라!

 

(허임) [웃으며] 어, 처자

 

어, 여기요, 여기

 

[허임의 웃음]

 

[무거운 음악]

 

[놀란 신음]

 

[허임의 아파하는 신음] [연경의 놀란 신음]

 

[놀란 숨소리]

 

[잔잔한 음악]

 

(연경) 오하라

 

[허임이 캑캑거린다]

 

[연경의 다급한 숨소리]

 

너 괜찮아?

 

보다시피

 

그러게 왜 끼어들어 가지고

 

너 그럼 일부러 그런 거야?

 

(하라) 쌤 남친 좀 미친 듯

 

자기가 조선에서 온 의원이라나 뭐라나

 

멀쩡하게 생겼는데 안됐네

 

[허임의 다급한 신음]

 

어, 피

 

(허임) 피, 피...

 

어쩌겠소? 그...

 

같은 의원 된 자의 입장으로서

 

그대의 공교로움을 모르는 바 아니나

 

병자와 관련된 일은 곧 의원의 일

 

마땅히 그 책임을 다하는 것이 의원 된 자의 도리 아니겠소이까

 

하니 그, 그대가 나를 책임져 주는 것이

 

(허임) 다른 뜻의 책임이 아니...

 

[허임의 의아한 신음]

 

이것이 무엇이오?

 

[헛웃음]

 

(연경) 뼈에는 이상이 없네

 

앉아요

 

(허임) 그것은 무슨 침이오?

 

침 아니고 주사요

 

(연경) 항생제랑 파상풍

 

소매 좀 올릴게요

 

(허임) 아이, 그, 여인네가 이렇게

 

[허임의 수줍은 웃음]

 

간지럽소이다

 

[경쾌한 음악] [허임의 아파하는 신음]

 

이건 또 뭐요?

 

(연경) 리도카인 국소 마취제요

 

[아파하는 신음]

 

그건 또 뭐요?

 

봉합해야죠

 

꿰, 꿰맨단 말이오, 지금?

 

(허임) 아이고, 저, 난 아직 주, 준비가 안 됐소

 

내 아직 그 정도로 이게 상처인지는 모르겠고

 

자, 잠깐만 기다려 보시오

 

[허임의 겁먹은 신음]

 

(허임) 살가죽을 꿰매는데

 

통증이 하나도 없는 것이

 

[잔잔한 음악] 신기하오

 

쌤 남친 좀 미친 듯

 

자기가 조선에서 온 의원이라나 뭐라나

 

조선에선 이럴 때 어떻게 하는데요?

 

아, 일단은 오적골을 뿌려 피를 멈추게 한 후

 

춘란 뿌리 말린 것을 기름을 개어 상처에 바르고

 

(허임) 약효가 빨리 돌도록 침을 놓소이다

 

그리고 병자들에겐 삼칠근 가루를 먹이고

 

통증이 심할 땐

 

뽕나무 태운 재를 상처에 붙이는 방도도 있소

 

[허임의 웃음]

 

그쪽에서 일하는 데가 어디라고 했더라? 그...

 

- 헤... - 혜민서요

 

헤라가 아니고 혜민서

 

알아요, 그...

 

나라에서 가난한 백성들을 위해서 치료해 주던 곳

 

쯧, 맞소이다

 

한데 어제 보니 오래전에 없어지고 없어...

 

혜민서를 아시오?

 

[허임의 놀란 신음]

 

하면 내 얘기를 믿어 주는 것이오?

 

[살짝 웃으며] 네, 뭐

 

[흥미진진한 음악]

 

[도구를 달그락거린다]

 

[허임의 아파하는 신음]

 

고맙소

 

[연경이 장갑을 탁 벗는다]

 

[연경이 장갑을 탁 벗는다]

 

(혜선) 조선? 혜민서? [연경이 장갑을 탁 던진다]

 

장난 아니고?

 

[한숨]

 

저도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는데

 

뭐, 그, 매 순간 너무 진지하고

 

또 디테일도 구체적이고 또 사실적이라

 

나 또 이런 케이스는 처음 들어 보네?

 

처음 들어 보세요?

 

'마누라가 밤마다 딴 새끼 만나요'

 

'송중기가 나 스토킹해요'

 

(혜선) 기타 슈퍼맨, 아이언맨 각종 히어로물은 봤어도

 

혜민서 의원?

 

와

 

이거 진짜면 학계에 보고할 일이다, 얘

 

망상 장애의 새로운 사례로

 

망상 장애요?

 

그중에서도 과대망상

 

(혜선) 일단 한번 데려와 봐

 

뇌 질환이나 약물 후유증일 수 있으니까

 

정밀 검사를 할지 말지 보게

 

네

 

(연경) 저...

 

교수님

 

(혜선) 또 뭐 궁금한 거 있어?

 

[익살스러운 음악]

 

어허, 참

 

(허임) 인체의 오장육부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을

 

어찌 따로따로 치료를 한단 말인가

 

[한숨]

 

[숨을 들이켠다]

 

저기는 뭐 하는 곳이지?

 

(허임) 만나게 해 줄 사람 있다더니 여기는 왜...

 

[코를 훌쩍인다]

 

[긴장되는 음악]

 

[의아한 신음]

 

[놀란 신음]

 

(허임) 그, 이리 내거라

 

아유, 그거 그리 흔들 물건이 아니다

 

그, 어서, 아휴

 

아이, 염병, 씨

 

아이고, 소녀야!

 

(허임) 그게 그리 함부로 대할 물건이 아니다

 

아, 그, 이리 가져오너라, 어서

 

가져오너라

 

(허임) 안 된다, 그리 뛰면

 

[긴장되는 음악]

 

(연경) 뭐야, 어디 간 거야?

 

눈치채고 튀었나? [휴대 전화 벨 소리]

 

어, 민재야

 

또?

 

(보안 직원3) 어? 저기 저 아이 아닙니까?

 

(연경) 맞아요

 

오하라, 왜 또 뛰고 있냐

 

(보안 직원3) 저 남잔 또 뭐야, 저거?

 

저 사람은 왜 또 저기...

 

(허임) 아이고, 너 그리 뛰면 안 된다니까

 

아니, 그, 심장에 무리가...

 

이리 오너라, 어서

 

(보안 직원3) 뭐야, 저거, 쟤 왜 저래?

 

아저씨, 저기 어디예요?

 

[거친 숨소리]

 

[콜록거린다]

 

[하라의 거친 숨소리]

 

어유, 이리 오너라

 

내 연경 처자에게 데려다주마

 

[무거운 음악]

 

[하라가 털썩 쓰러진다]

 

소녀야, 정신 좀 차려 보거라, 소녀야

 

여기 병자가 쓰러졌소!

 

아무도 없소?

 

(연경) 화면만 봐서는 몰라

 

일단 챙겨서 그쪽으로 와, 빨리

 

(보안 직원3) 거기 경찰서죠?

 

여기 신혜병원인데요

 

이보오!

 

하면 내가 해 보겠소이다!

 

난 분명히 얘기했소

 

[허임의 거친 숨소리]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이봐요, 미쳤어요?

 

이 녀석, 이번엔 정신 바짝 차리거라

 

[무거운 음악]

 

(안내 방송 속 직원2) 코드 블루, 코드 블루

 

2층 중환자실 우측 복도 끝 응급 환자 발생

 

[흥미진진한 음악] 응급 환자 발생

 

[거친 숨소리]

 

[무거운 음악]

 

(허임) 정신이 드느냐?

 

편히 숨을 쉴 수 있겠느냐?

 

그러니 아까 내 그리 뛰지 말라고 몇 번을 얘기했느냐

 

놔두지

 

나 그냥 죽게 놔두지

 

그냥 죽게 내버려 두세요

 

[힘겨운 목소리로] 가요

 

(연경) 오하라!

 

오!

 

(연경) 하라야, 괜찮아?

 

숨 쉬는 거 어때?

 

다른 데는?

 

다친 데 없고?

 

쌤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민재) 괜찮아요?

 

오하라 괜찮은 거예요, 선배?

 

(허임) 심장이 멈춘 것 때문이라면

 

내 돌려놓기는 했소만

 

아휴, 고맙다는 말은 안 해도...

 

[긴장되는 음악]

 

이런 미친 새끼

 

[연경의 거친 숨소리]

 

[사이렌이 울린다]

 

(허임) 이게 무엇이오?

 

(형사) 아따, 침으로 협박하셨구나

 

(허임) 이곳에서도 곤장을...

 

(재하) 최연경 살아 있나 그거 확인하러 왔다

 

어, 그...

 

(재숙) [놀라며] 똥?

 

(천술) 원, 세상에, 또 이런 일이

 

다신 안 옵니다

 

(명훈) 확실히 해!

 

[허임의 비명]

 

(허임) 의원으로 살다가 가장 힘들 때가 언제인 줄 아느냐?

 

살리고 싶은 사람을 잃었을 때다

 

(연경) 약속한 건 꼭 지켜 [연경의 거친 숨소리]

 

살리겠다는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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