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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세기 소녀

 

 (보라 부) 어유, 눈이 오네?

 

 어유  [출입문 종소리]

 

 [보라 부의 추워하는 탄성]  [오토바이 소리가 들린다]

 

 [다가오는 오토바이 엔진음]

 

 [보라 부의 반기는 탄성]  (집배원) 아이고

 

 엄청 부지런햐, 꼭두새벽부터  [보라 부의 웃음]

 

 (보라 부) 수고허네  [봉투가 부스럭거린다]

 

 (집배원) 이거  서울 딸내미 거 아니여?

 

 우리 보라?

 

 (집배원) [웃으며] 아이고, 수고햐

 

 응, 길 조심햐

 

 [멀어지는 오토바이 엔진음]

 

 [봉투가 부스럭거린다]

 

 [새가 지저귄다]  [풀잎이 바람에 사락거린다]

 

 (보라) 바람과 함께 너를 느낀다

 

 [신비로운 효과음]  바람의 여신

 

 (피디) 오케이, 보라 씨  고생했어요, 식사하러 갑시다

 

 (보라) 수고하셨습니다

 

 (피디) 수고하셨습니다  식사하러 가시죠  [저마다 인사한다]

 

 [휴대폰 진동음]

 

 (보라) 응, 아빠

 

 (보라 부) 조셉이 누구여?

 

 (보라) 어? 누구?

 

 (보라 부) 너 혹시  외국 놈 만나냐?

 

 (보라) 아이, 뭐래, 뭔 소리여?

 

 (보라 부)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금지된 사랑'?

 

 [버럭 하며] 너 아직도  야한 비디오 보고 그러냐?

 

 아, 뭐래, 아까부터 진짜?

 

 내가 언제 야한 비디오 봤다 그래?

 

 (보라 부) 아이고  아니면 아닌 거지

 

 아버지한테, 저기  소리를 지르고 지랄이여

 

 아, 난 또, 또 누구  있는 줄 알고 괜히 좋아했네

 

 아, 저, 저, 저, 저, 저

 

 너 이사할 때  내려오는 겨, 마는 겨?  [말문을 뗀다]

 

 아, 뭐, 바빠서 못 온다면  어쩔 수 없고  [한숨]

 

 아, 괜찮어

 

 노인네 둘이 뭐, 짐 나르다가  허리나 삐끗하겄지, 뭐

 

 - 아니…  - (보라 부) 자식들 바쁘다는데

 

 어쩌겄어  [한숨]

 

 알아서들 혀!

 

 [통화 종료음]  (보라) 응

 

 [메신저 알림음]

 

 [메시지 수신음]

 

 [메시지 수신음]

 

 [아련한 음악]

 

 (보라) 야, 김연두 너 미쳤어?

 

 [가쁜 숨소리]

 

 어?

 

 [보라의 가쁜 숨소리]

 

 [한숨]

 

 [힘주는 신음]  아니, 갑자기 미국을 왜 안 가?

 

 너 심장 수술 안 할 겨?

 

 수술이 무슨 소용이야?

 

 (연두) 심장이 없는데

 

 [답답한 한숨]

 

 아, 또 뭔 소리여?

 

 나

 

 심장을 도둑맞았어

 

 [출입문 종소리]  [옅은 웃음]

 

 (연두) 어서 오세요

 

 [반짝이는 효과음]

 

 아, 엄마 잠깐 나가셨는데요

 

 [출입문 종소리]  저기!

 

 저도 치수 잴 수 있는데요

 

 잠시만요

 

 [줄자를 달그락 집는다]

 

 어?

 

 [연두의 아파하는 신음]

 

 [연두의 속상한 숨소리]

 

 [연두가 숨을 씁 들이켠다]

 

 [다가가는 발걸음]

 

 [한숨]

 

 [팔을 탁 잡는다]

 

 [몽환적인 음악]

 

 [두근대는 심장 소리]

 

 [신비로운 효과음]

 

 (연두) 생명을 위협하는 심장 떨림

 

 느껴본 적 있니?

 

 (보라) 그냥 심장이 아파서  그런 거 아니여?

 

 [연두의 힘주는 신음]

 

 (연두) 아니야, 확실히 달라

 

 너 내가 이러는 거 본 적 있어?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때  반장 이재웅

 

 중학교 1학년 때 육상부 최영수

 

 중학교 2학년 때 미술 교생 쌤

 

 (보라) 그리고 또 누가 있더라?  아, 그리고!

 

 [탁 집는다]  야!

 

 얼마 전까진 정재 오빠가  네 마지막 사랑이라며?

 

 나 헛고생한 겨?

 

 [부정하는 신음]

 

 (연두) 나 이번엔  진짜 진짜 진짜야

 

 그날 이후로 밤에 잠도 안 온다고

 

 다시 못 볼까 두렵고 막…

 

 음악만 들어도 눈물이 주룩 나고

 

 나 진짜 심각해

 

 아이, 그래도 안 돼!

 

 (보라) 어여 짐 싸!

 

 (연두) 야, 내가  괜히 이러는 줄 알아?

 

 걔가 우암고 교복을 맞췄다고  우리랑 같은 학교!

 

 근데 어떻게 가?

 

 [한숨]

 

 [경쾌한 음악]

 

 (보라) 비밀번호는  '영원히 친구 사이'

 

 이걸로 뭘 어떡해?

 

 앞으로 넌 그 애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알게 될 거야

 

 같이 학교 다니는 것처럼

 

 보라야

 

 [감동한 신음]

 

 그러니까 수술 잘 받고 돌아와  알았지?

 

 응

 

 [메일 수신음]

 

 (연두) 보라에게, 미국 이모네 집  도착하자마자 메일 써

 

 여기 완전 신세계야

 

 미국은 땅도 넓고 건물도 엄청 커

 

 그리고 영화에  나올 것 같은 사람들이

 

 막 돌아다녀, 진짜로

 

 아, 이 좋은 걸 두고  병원 신세라니

 

 너랑 그냥 놀러 왔으면  짱 좋았을 텐데  [보라의 힘주는 신음]

 

 그나저나 오늘이  드디어 입학식이구나

 

 (보라 모) 누나 빨리 깨워!

 

 [보라의 짜증 섞인 탄성]  (연두) 설마 또  늦잠 자는 거 아니지?

 

 나보라 일어났는데?

 

 (보라 모) 웬일이래?  해가 서쪽에서 뜨겠네

 

 빨리 가서 밥 먹으라 그래  [현관문이 철컥 열린다]

 

 [현관문이 탁 닫힌다]

 

 뭐여, 간 겨?

 

 (연두) 오늘이 바로  그 애를 만나는 중요한 날이라고

 

 (보라 부) 어, 저…

 

 [보라의 가쁜 숨소리]  (연두) 생각만 해도 너무 떨려!

 

 뭐여, 간 겨?

 

 (연두) 그날 그 애가  아파트 단지 방향으로

 

 사라지는 걸 봤거든?

 

 우리 동네 버스 정류장 말고  럭키아파트로 달려가서

 

 버스를 놓치지 않고 타면  [보라의 가쁜 숨소리]

 

 그 애를 빨리  만날 수 있을지도 몰라

 

 [버스를 퉁퉁 두드린다]

 

 아저씨, 저요! 저요, 저!  아저씨, 아저씨!

 

 [브레이크 작동음]

 

 [가쁜 숨소리]

 

 아, 감사합니다

 

 (보라) 죄송합니다, 잠시만요

 

 [버스 문이 삐걱 닫힌다]

 

 잠시만요, 죄송합니다

 

 [사람들의 놀란 탄성]  어!

 

 [보라의 놀란 신음]

 

 헉! 죄송합니다!

 

 [보라의 당황한 숨소리]

 

 [엔진 가속음]  어!

 

 [보라의 당황한 신음]

 

 [당황한 신음]  아, 아저씨!  아, 좀 천천히 좀 가요!

 

 (현진) 여기 앉아

 

 또 넘어지지 말고  [보라의 당황한 신음]

 

 (보라) 감사합니다

 

 (연두) 기억해  그 애 이름은 백현진이야

 

 (운호) 있다 매점 가자

 

 그래

 

 - (운호) 이번엔 네가 사라  - (현진) [피식하며] 왜?

 

 (보라) 너구나? 백현진

 

 [밝은 음악]  [호루라기 소리]

 

 [교정이 떠들썩하다]

 

 (학주) 남자는 이짝  여자는 저짝이여

 

 [호루라기 소리]

 

 야, 이놈아, 복장이 이게 뭐여?

 

 [호루라기 소리]  [보라의 놀란 신음]

 

 - 너 어디 가는 겨?  - (보라) 예? 어어!

 

 (학주) 여자가 이쪽  [보라의 아파하는 신음]

 

 남자가 저짝이여, 빨리 들어가!

 

 어? 조또?

 

 [교실이 시끌벅적하다]

 

 하, 씨, 조또

 

 남녀공학 온다고 좋아했는데

 

 이건 뭐, 여중이랑 다를 게 없네

 

 (마님) 그렇다고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니야

 

 - 마님?  - 마님?

 

 [책을 탁 내려놓는다]

 

 종소리가 울리면

 

 굶주린 남녀가 뒤섞이는 바로 그곳

 

 [종소리]  [학생들이 아우성친다]

 

 (매점 주인) 어휴, 천천히, 천천히

 

 [저마다 마구 주문한다]

 

 [보라의 힘겨운 탄성]

 

 [경쾌한 음악]

 

 (연두) 보라야

 

 이제부터 네가 해 줄 게 있어

 

 너만 믿는다?

 

 [보라의 다급한 신음]

 

 (보라) 키는 181

 

 좋아하는 음료는  데미소다, 오렌지 맛

 

 (연두) 신발 사이즈는?

 

 (보라) 280

 

 [학생들이 왁자지껄하다]  좋아하는 운동은 농구

 

 (연두) 농구까지 잘하면  인기 엄청 많을 거 같은데…

 

 (보라) 음, 적당히?

 

 걱정할 정돈 아니야

 

 (연두) 친구 관계는?

 

 (운호) 농구 한 게임?

 

 (연두) 혹시 여자 친구  있는 거 아니야?  [운호와 현진이 대화한다]

 

 (보라) 어, 그렇진 않고

 

 항상 같이 다니는 단짝이 있어

 

 같은 반 친구 풍운호

 

 럭키아파트 304동 거주하고  등하교를 같이해

 

 (연두) 근데 좀 더  다가갈 방법은 없을까?

 

 (학주) 공동체 의식을…

 

 (보라) 동아리?  [학주가 계속 설명한다]

 

 [보라의 한숨]

 

 (학주) 자, 민주 시민의 생활 원칙  이것은 무엇이냐, 어?

 

 자, 첫째

 

 [탁탁 판서한다]  대화와 토론을 존중한다

 

 (학생1) 운호, 운호!

 

 (학생2) 헤이! 야, 이쪽, 이쪽!

 

 (학주) 겨, 아녀?

 

 (학생들) 겨요

 

 (학주) 둘째는 양보와…  [교정이 연신 소란하다]

 

 [비명]  (학주) 타…

 

 [학생들이 웅성거린다]

 

 뭐여?

 

 (보라) 예?

 

 아…

 

 [체육 선생님이 말한다]

 

 [아파하는 신음]

 

 아우, 야, 아, 나 배 아파  [보라의 아파하는 신음]

 

 아, 선생님, 제가  배가 너무 아파 가지고

 

 아, 잠깐 양호실 좀…  [보라의 아파하는 신음]

 

 - (운호) 아프냐?  - (현진) 안 아프거든

 

 [운호와 현진이 속닥댄다]

 

 [보건교사의 말소리가 들린다]  [운호가 피식댄다]

 

 어? 아…

 

 (보건교사) 다음 친구

 

 (보건교사) 다음 친구는  선생님 안 만나도 되나?

 

 (보라) 네? 아, 예

 

 [보라의 옅은 웃음]

 

 [보라의 아파하는 신음]

 

 아, 선생님, 저 배가  너무 아파 가지고, 생리통

 

 아, 배가 아프구나?

 

 [보라의 어색한 웃음]

 

 [보건교사의 힘주는 신음]  [약이 달그락댄다]

 

 (보건교사) 자

 

 [약통을 퐁 연다]  [아파하는 신음]

 

 [알약이 잘그락거린다]

 

 [보라의 아파하는 신음]  손

 

 아…  [보건교사의 웃음]

 

 (보건교사) 이거 먹고  좀 쉬었다 가

 

 - (보라) 감사합니다  - (보건교사) 응  [보라의 아파하는 신음]

 

 - 아프지 말아요  - (보라) 네

 

 (보건교사) 다음

 

 (운호) 현범이 태클이  너무 심한 거 아니냐?

 

 (현진) 내버려 둬  내가 잘하나 보지

 

 [보라의 힘주는 숨소리]  (운호) 야, 동아리 결정은 했냐?

 

 (현진) 글쎄, 너는?

 

 (운호) 난 방송반

 

 (현진) 그럼 나도 거기

 

 (운호) 하, 뭐 하는 덴 줄은 아냐?  [숨죽인 웃음]

 

 (현진) 뭐, 몰라, 뭐 하는 데냐?

 

 (운호) 야, 오디션도 있어  [흐뭇한 웃음]

 

 (운호) 잠깐만  [보라의 놀란 신음]

 

 [털썩 내려간다]

 

 (현진) 왜?

 

 (운호) 그냥

 

 (현진) 야

 

 근데 방송반 오디션 뭘 보는데?

 

 [보라의 떨리는 숨소리]  (운호) 열정적인 목소리?  뭐, 그런 거 본다는데?

 

 (연두) 열정적인 목소리?  [옅은 웃음]

 

 그걸 어떻게 보여줘?

 

 [경쾌한 음악]

 

 (학생3) 빨리 가자, 빨리 가자  빨리 가자

 

 [학생들의 박수와 환호성]  (동욱) 네, 수고하셨어요

 

 자, 다음 3번, 나보라  [학생4의 환호성]

 

 [기합]

 

 [학생들의 탄성]

 

 [보라의 힘주는 신음]

 

 [보라의 힘주는 신음]

 

 [학생들의 탄성]

 

 [기합]

 

 [보라의 힘주는 신음]

 

 [학생들의 탄성]

 

 [학생들의 박수와 환호성]

 

 - (학생5) 붙겠다, 붙겠어  - (학생6) 나보라야?

 

 (동욱) 네, 수고하셨어요

 

 자, 다음 4번 백현진

 

 선배님, 죄송합니다

 

 [학생들이 웅성거린다]

 

 저런 멋진 친구들을 위해

 

 저는 이 오디션 기권하겠습니다

 

 [학생들의 탄성]  [경쾌한 음악]

 

 (동욱) 자, 앞에  연간 운영 계획표 다들 보이지?  [학생들이 대답한다]

 

 (보라) 붙어 버렸다

 

 (동욱) 자세한 내용은…

 

 (보라) 백현진 없는 방송반에

 

 (동욱) 너희들은  우리 방송반의 미래야

 

 앞으로 1년 동안  우리 열심히 한번 해 보자

 

 - (함께) 네!  - (학생7) 열심히 하겠습니다!  [동욱이 호응한다]

 

 (보라) 하지만 걱정 마  [동욱이 말한다]

 

 (동욱) 2인 1조로 움직이도록 한다

 

 (보라) 좋은 방법이 있어  [수상한 음악]

 

 (동욱) 싸우지들 말고  사이좋게 지내고  [학생들이 대답한다]

 

 (보라) 어? 운호야!

 

 저기, 우리 같은 조인데  잘 지내보자

 

 어

 

 어? 아, 저기…

 

 [멀어지는 발걸음]

 

 '어'?

 

 [교정이 왁자지껄하다]

 

 [무선호출기 알림음]

 

 (보라) 어? 삐삐?

 

 어?

 

 [반기는 숨소리]

 

 [보라의 가쁜 숨소리]

 

 (보라) 012…

 

 [흥미로운 음악]

 

 6…

 

 [보라의 긴장한 숨소리]

 

 0…

 

 [브레이크 효과음]

 

 - (운호) 이것만 하고 매점 가자  - (보라) 어?

 

 (현진) 기다려 봐, 확인 중이라고

 

 [초조한 숨소리]  (운호) 알았어, 빨리해

 

 아이씨

 

 [숫자판을 삑삑 누른다]

 

 [보라의 헛기침]  [통화 연결음]

 

 [긴장한 숨소리]

 

 [동전이 짤그랑 내려간다]  (여자1) 여보세요

 

 백현진 학생 부탁합니다

 

 (여자1) 네? 그런 사람 없어요

 

 [통화 종료음]  아, 저…

 

 [실망한 한숨]

 

 [통화 연결음]

 

 [동전이 짤그랑 내려간다]  백현진 학생 부탁합니다

 

 - (남자1) 이 집 아니여  - 예

 

 [경쾌한 음악]  [숫자판을 삑삑 누른다]

 

 [통화 종료음]

 

 [통화 종료음]

 

 [보라의 긴장한 숨소리]

 

 [보라의 떨리는 숨소리]

 

 [보라의 긴장한 숨소리]

 

 [발신음]

 

 [통화 연결음]  [목을 가다듬는다]

 

 [떨리는 한숨]

 

 (보라) 제발…

 

 [보라의 긴장한 숨소리]

 

 [동전이 짤그랑 내려간다]

 

 (남자2) 여보세요

 

 (보라) 백현진 학생 부탁합니다

 

 (남자2) 누구시죠?

 

 [흥미로운 음악]

 

 [놀란 숨소리]

 

 [숨을 내뱉는다]

 

 리서치 기관 '예스 오어 노'입니다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대중가요는 무엇입니까?

 

 삐 소리가 나면 말씀해 주세요

 

 삐

 

 (남자2) 토이, '거짓말 같은 시간'

 

 [기쁜 숨소리]  [발을 동동 구른다]

 

 설문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정의 상품을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삐 소리가 나면  삐삐 번호를 불러 주세요

 

 (보라) 삐

 

 [보라의 옅은 웃음]  (남자2) 나보라?

 

 [익살스러운 음악]  [보라의 놀란 숨소리]

 

 [놀란 신음]

 

 [보라의 다급한 숨소리]

 

 (보라) 아! 아이씨

 

 [보라의 다급한 신음]

 

 [문이 달칵 닫힌다]

 

 [테이프가 달그락거린다]

 

 (운호) 어제

 

 너 맞지?

 

 아닌데?

 

 [다가오는 발걸음]

 

 아…

 

 뭐가?

 

 현진이 삐삐 번호 알고 싶어?

 

 (보라) 어? 백현진?

 

 아, 내가 왜  걔 삐삐 번호를 알고 싶어?

 

 너 맞네

 

 '예스 오어 노'

 

 [CD가 달그락거린다]

 

 아, 너 뭐야!

 

 야, 너!

 

 너 왜 백현진도 아니면서  백현진인 척하고

 

 막, 막 걔네 집 전화를  막 받고 그래, 어?

 

 난 현진이라고 한 적 없는데?

 

 몰라!

 

 씨

 

 그래서 알려 줄 거야?

 

 에이, 말아, 말아!  [쾅 내리친다]

 

 어차피 알려 주지도 않을 거면서…

 

 보고 싶은 영화가 하나 있는데

 

 빌려주면 생각해 볼게

 

 (운호) 너희 집  비디오 가게 한다며

 

 무슨 영화?

 

 [멀리서 개가 짖는다]  [다가오는 발걸음]

 

 [달려가는 발걸음]

 

 (학주) 이놈이…

 

 [조또가 중얼댄다]  (학주) 나가셔

 

 - (조또) 아, 나가요, 나가요  - (학주) 나가

 

 (조또) 아, 근데  아, 잠깐만, 이것만

 

 (학주) 다음

 

 뭐야?

 

 가방 안 열어?

 

 예…

 

 씁, 안 열어!  [학생들의 놀란 신음]

 

 (보라) 어, 어

 

 (학주) 쯧!  [가방 지퍼를 직 연다]

 

 [어색한 신음]

 

 이래도 되는 겨?

 

 [익살스러운 음악]  [교내가 소란하다]

 

 [한숨]

 

 - (학생8) 아, 뭐?  - (학생9) 똑바로 들어  [학생8이 투덜거린다]

 

 [학생8이 연신 투덜거린다]

 

 (학생9) 그걸 누가  통째로 가져오냐?

 

 (학생8) 너는, 너나 잘해

 

 [한숨]  [학생8과 학생9가 티격태격한다]

 

 (학생9) 조용히 해, 짜증 나

 

 [멀어지는 발걸음]

 

 [보라의 헛웃음]

 

 [보라의 분한 고함]

 

 [씩씩거린다]

 

 부숴 버릴 거야

 

 [분한 숨소리]

 

 [보라의 음미하는 신음]

 

 [출입문 종소리]  (보라) 음? 어서 오세…

 

 [문이 닫힌다]  [출입문 종소리]

 

 (운호) 얘 내 친구인데

 

 가입하면 할인해 주는 거지?

 

 응, 응, 응, 잠깐만, 잠깐만

 

 아유

 

 여기 이름이랑  그, 생년월일이랑 그…

 

 아, 여긴 삐삐 번호 적으면  비디오 하나 서비스래

 

 (현진) 아, 그래?

 

 [글씨를 쓱쓱 끄적인다]

 

 [볼펜을 딸깍인다]

 

 [볼펜을 툭 내려놓는다]

 

 (녹음 속 현진) 안녕하세요  백현진입니다

 

 [옅은 웃음]  삐 소리가 나면

 

 당신의 목소리를 들려주세요

 

 [삐 소리가 난다]

 

 ♪ 오직 너만을 생각한  밤이 있었어 ♪

 

 ['시작'이 이어서 흐른다]  (방송 속 보라) '우암 멜로디'  진행을 맡은 WBC 나보라

 

 인사드립니다  [교정이 떠들썩하다]

 

 오늘부터 무심천 벚꽃 축제가  시작된다고 하네요

 

 방과 후 교실을 떠나

 

 무심천으로  꽃 나들이 가 보는 건 어떨까요?

 

 ♪ 사랑인가 봐 ♪

 

 ♪ 처음 본 순간 ♪

 

 [전투기 비행음]

 

 ♪ 나는 느꼈어 ♪

 

 ♪ 내가 기다리던 사람이  바로 너란 걸 ♪

 

 ♪ 난 네게… ♪

 

 [학생들의 환호성]

 

 [보라의 웃음]

 

 (학생10) 너 밥 먹었어?

 

 밥 같이 먹으면 되겠다!  [학생들이 즐겁게 대화한다]

 

 여자 친구 있어?

 

 (운호) 아니

 

 (보라) 그러면  어떤 스타일 좋아해?

 

 (운호) 글쎄…

 

 심은하?

 

 (보라) 아…

 

 씁, 완전 청순가련형?

 

 흠  [수첩을 턱 꺼낸다]

 

 딱이네  [수첩을 팔락팔락 넘긴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운호) '아마겟돈'

 

 (보라) 어? 나도인데

 

 [중얼대며] '아마겟돈'

 

 가고 싶은 학과

 

 (운호) 연영과나 신방과

 

 (보라) [중얼대며] '연영과'

 

 역시, 좀 생겨서  연예인에 뜻이 있는 건가?

 

 (운호) 아니

 

 카메라 만지는 게 좋아서

 

 (보라) '카메라 만지는…'

 

 - 야!  - (운호) 아

 

 누가 너 물어봤냐? 어?

 

 아, 백현진 말이야!

 

 아, 다시 써야 되잖아

 

 야  [보라가 투덜거린다]

 

 놀지만 말고 너도 좀 찍어 봐

 

 내가 왜?

 

 (운호) 너도 방송반이잖아  할 줄은 알아야지

 

 [보라의 한숨]

 

 (보라) 뭐, 어떻게 하는 건데?

 

 자

 

 (운호) 여기다가 눈 대고

 

 [풋풋한 음악]

 

 손

 

 이게 줌인

 

 이게 줌아웃

 

 아이, 너무 누르지 말고

 

 (운호) 보이지?

 

 (보라) 알았어  내가 알아서 할게, 너 가

 

 망가트리지 마라

 

 (보라) 씨

 

 [전투기 비행음]

 

 [강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 (학생11) 대박  - (학생12) 와, 진짜 빨라!

 

 [학생들이 연신 감탄한다]

 

 (학생13) 얘들아!

 

 싸움 났다, 싸움!

 

 - 파라다이스  - (학생14) 야, 진짜?

 

 (학생13) 어, 구경 가자, 구경  구경!

 

 (조또) 야, 야, 싸움 났대  싸움 났대, 보러 가자…

 

 네가 내 여자 꼬셨냐?

 

 (복순) 진짜 그만해!

 

 복순아, 너는 가만있어  [현진이 피식 웃는다]

 

 너 내가 누군지 알면은  그렇게 못 하지

 

 나 본정통 불주먹 민홍기여

 

 감히 내 여자를 넘봐?

 

 [학생들의 놀란 신음]  너 오늘 뒤졌어

 

 (복순) 아이씨, 진짜!  나 혼자 좋아한 거라고!

 

 안 그래도 차여서 쪽팔려 죽겠는데

 

 (현진) 누나, 미안해요

 

 근데…

 

 이 형은 만나지 마요

 

 더 좋은 남자 만나

 

 응

 

 (홍기) 너 방금 뭐라 그랬냐?

 

 어라? 저 새끼가, 야

 

 [학생들이 술렁인다]

 

 (홍기) 야!

 

 [강렬한 음악]

 

 [학생들의 비명]  [홍기의 신음]

 

 [보라의 가쁜 숨소리]  (홍기) 어떤 새끼여!

 

 당장 저 새끼 잡아!  [병을 쉭 딴다]

 

 [놀란 신음]  [병뚜껑이 땡그랑 떨어진다]

 

 [학생들의 놀란 비명]

 

 [홍기의 성난 고함]

 

 (운호) 뛰어! 뛰어, 뛰어!  뛰어, 뛰어, 뛰어!

 

 (홍기) 잡아! 야, 잡아!

 

 [홍기 일당의 고함]

 

 (홍기 일당) 야, 잡아!

 

 [홍기 일당이 고함친다]

 

 야, 잡아!

 

 [보라의 비명]

 

 [홍기 일당이 연신 고함친다]

 

 [보라의 가쁜 숨소리]

 

 (홍기) 이리 와!  [경찰 무전기 작동음]

 

 - 왜, 왜, 왜, 왜, 왜?  - (일당1) 경찰, 경찰

 

 (경찰1) 선생님, 제발 좀 타세요  [홍기의 분한 신음]

 

 (홍기) 어, 그려  다음에 한번 보자  [저마다 숨을 몰아쉰다]

 

 아, 이 새끼 웃네?

 

 [경찰들이 취객과 실랑이한다]  [보라의 가쁜 숨소리]

 

 - (취객) 아니라고요, 나  - (경찰1) 아휴, 참

 

 - (취객) 내가 잘못한 거 없다고요  - (경찰1) 아휴

 

 [보라의 헛기침]

 

 [보라의 가쁜 숨소리]

 

 야, 너 미쳤냐?

 

 (보라) 저 선배  파라다이스라고, 파라!

 

 아, 좀 몸 좀 사려  그러다 목숨이 남아나겠냐?

 

 [가쁜 숨소리]

 

 너 괜찮냐?

 

 [당황한 숨소리]

 

 [사이렌이 들린다]

 

 [두런거리는 말소리]

 

 (보라 부) 괜찮아?

 

 아이고, 제 한 몸 지키라고  태권도 가르쳐 놨더니만

 

 허구한 날 사내놈들이랑  싸움박질이나 하고

 

 그래 가지고  어느 놈이 너 좋다고 하겄냐?

 

 나 좋다는 남자 쌔고 쌨거든?

 

 (보라 부) 아이고, 지랄

 

 아무튼 너 집에 가서

 

 싸움박질하다 다쳤다 그러지 말어

 

 너희 엄마 걱정햐

 

 가뜩이나 마음 약한 사람인디

 

 (보라) 남자애들이  다 아빠 같았으면 좋겠네

 

 (보라 부) [웃으며] 아이고, 또  보는 눈은 있어 가지고, 아이고

 

 (보라) [웃으며] 쳇!  [보라 부가 껄껄 웃는다]

 

 [교내 방송이 들린다]  (보라) 어제 엄청 습했는데…

 

 - (조또) 야, 야  - 아!

 

 저 앞에 새로 생긴 PC방 있잖아

 

 거기 오빠가 겁나 잘생겼대, 어?

 

 - 보러 가자, 보러 가자!  - (마님) 진짜?  [조또의 웃음]

 

 너희들끼리 가  나는 방송반 가야 돼

 

 - (마님) 에?  - (조또) 아, 왜! 같이 가자!

 

 아, 너희들끼리 가  인사하려고 기다린 거야

 

 - 간다  - (조또) 구경이나 가

 

 [조또와 마님이 칭얼거린다]

 

 [다가오는 오토바이 엔진음]

 

 [오토바이 시동이 꺼진다]

 

 [숨을 하 내뱉는다]

 

 나보라, 타

 

 (마님) 이야!

 

 - (조또) 너 타래, 너 타래  - (마님) 가자, 가자

 

 - 가자, 가자, '컴 온'  - (보라) 아, 나 왜!

 

 어, 야, 어디 가는 거야  우회전해야지!

 

 (현진) 우회전할 줄 몰라

 

 어?

 

 아이

 

 (보라) 야, 어디까지 가는 겨  유턴, 유턴!

 

 (현진) 유턴도 할 줄 모르지

 

 (보라) 뭐? 아이, 씨

 

 (보라) 야!

 

 너 무슨 운전을 그렇게 하냐? 어?

 

 (현진) 미안, 아직 배우는 중이라

 

 그래도 특별히  아는 형한테 빌린 거야

 

 너 태워 주려고  [가쁜 숨소리]

 

 날 왜?

 

 나 때문에 다쳤으니까

 

 [잔잔한 음악]

 

 왜 그랬어?

 

 그게…

 

 (보라) 네가 다치면  슬퍼할 사람이 있거든

 

 내가 걱정됐구나?

 

 [곤란한 한숨]

 

 아니, 뭐, 그럼  사람이 맞아 죽게 생겼는데

 

 그걸 그냥 내버려 두냐, 어?

 

 그리고 너

 

 아무한테나 함부로  웃어 주고 잘해 주지 마

 

 그럼 옆에 있는 사람 피곤해져

 

 (현진) 고백?

 

 (보라) 어?

 

 [보라의 헛웃음]  뭐?

 

 [헛웃음 치며] 아, 내, 내가?  아니, 누, 뭐, 뭐, 누구한테?

 

 [어이없는 한숨]

 

 그, 쓰잘데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다시 데려다줘

 

 방송반 가야 돼

 

 [피식한다]

 

 (현진) 알았어

 

 타

 

 [오토바이가 탈탈거린다]  (현진) 어?

 

 [오토바이가 탈탈거린다]  [피식한다]

 

 시동이 안 걸리네?

 

 뭐?

 

 야!

 

 (현진) 잠깐만, 잠깐만, 아, 야

 

 [현진의 당황한 웃음]

 

 할 수 있어, 야

 

 이게 뭐, 그, 어, 그렇게 어려워?

 

 [보라의 한숨]

 

 [배가 꼬르륵거린다]

 

 [피식한다]

 

 밥이나 먹자

 

 [보라의 헛기침]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현진) 풍운호, 언제 왔냐?

 

 (운호) 좀 전에

 

 (현진) 손 씻고 올게, 앉아 있어

 

 [멀어지는 발걸음]

 

 어, 혹시 기다렸어?

 

 (보라) 미안

 

 [보라의 기대하는 신음]

 

 [보라가 후루룩거린다]

 

 (현진) 사귀자

 

 어?

 

 [옅은 한숨]  네가 좋아

 

 [캑캑거린다]

 

 [보라가 연신 캑캑거린다]

 

 (현진) 야, 야, 야, 마셔, 마셔

 

 [쿡쿡거린다]

 

 [숨을 몰아쉰다]

 

 [탁 짚으며] 내가 좋아?

 

 - 응  - 왜?

 

 아, 안 되는데? 아닌데, 어

 

 야, 나 피자 두 판 먹어  감당 안 될걸?

 

 지금도 네 거 뺏어 먹고 싶어서  환장할 거 같아

 

 이거 봐 봐  나 진짜 짱 많이 먹는다?

 

 [만족하는 신음]

 

 으음!

 

 [코를 훌쩍인다]  잘됐다

 

 (현진) 길 건너 피자집 있지?

 

 거기도 우리 아버지 가게야

 

 [난감한 웃음]

 

 - 그래?  - (현진) 응

 

 나 잘 안 씻어

 

 (보라) 이거 봐라? 기름 보이지?

 

 나 이거 이틀째 안 감은 거야  나 비듬도 짱 많아

 

 그리고 공부도 더럽게 못해

 

 수학은 3번으로만 찍고  나 성격도 짱 더러워

 

 우리 아빠가  나 누가 데려갈까 불쌍하대

 

 그리고 또 나…

 

 나 방귀로  '학교 종이 땡땡땡'도 쳐!

 

 [보라의 당황한 신음]

 

 미안

 

 나 먼저 갈게

 

 [보라의 다급한 신음]

 

 [멀어지는 발걸음]

 

 [가쁜 숨소리]

 

 [한숨]

 

 [거리가 떠들썩하다]

 

 [한숨]

 

 뭐여

 

 (뻥튀기 아저씨) 뻥이요!

 

 [뻥 터지는 소리]

 

 [밝은 음악]

 

 (운호) 근데 너…

 

 현진이 좋아하는 거 아니었냐?

 

 아니거든

 

 그냥 관심인 거지

 

 그게 그거 아닌가…

 

 완전 달라

 

 관심은 그냥 관심이고

 

 좋아하는 건…

 

 [부드러운 음악]

 

 좋아하는 건?

 

 됐어

 

 (운호) 일어나 봐

 

 발목은 한 번 다치면 계속 다쳐

 

 다음엔 주먹 써라

 

 간다

 

 [멀어지는 발걸음]

 

 [떨리는 숨소리]

 

 (보라) 연두야

 

 나도 심장이 좀 이상한 거 같아

 

 [두근대는 심장 소리]

 

 아니야, 여긴 내가 해결할게

 

 [경쾌한 음악]  [학생들의 환호성]

 

 - 아, 됐어? 야, 야, 야  - (조또) 됐지?

 

 (마님) 하나, 둘  [카메라 셔터음]

 

 [마님의 힘주는 신음]  (보라) 우와!

 

 (사진사) 자, 자, 자, 자  찡그리면 더 못 나와

 

 어, 자, 웃으시고

 

 아이, 폭탄 머리 언니  너무 뒷사람 안 보이잖아

 

 양옆 다, 다, 다, 조금만 더 숙여  어, 오케이, 오케이, 오케이

 

 자, 하나, 둘, 셋!

 

 하면 찍을 거예요

 

 [학생들이 야유한다]

 

 (상인) 자, 경주 최고의 특산품  꾸지뽕 엑기스

 

 만성피로, 고혈압, 암, 치매  [보라의 장난치는 신음]

 

 심지어 심장에 아주 좋은

 

 최고의 효도 상품입니다

 

 (보라) 야, 너 그거 먹고 있어 봐

 

 - (보라) 이거 하나에 얼마예요?  - (상인) 3만 원

 

 여기 2만 원이랑요

 

 일단 받, 받으세요, 잠깐만요

 

 - 야, 너희 3천 원…  - (현진) 여기요

 

 [지폐를 부스럭 받는다]

 

 뭐야?

 

 역시 남달라  [보라의 당황한 신음]

 

 근데 우리 사귀면

 

 '학교 종이 땡땡땡'  방귀로 들려주는 거야?

 

 [웃음]

 

 너 따라와, 씨!

 

 [보라의 힘주는 신음]  (현진) 어, 야

 

 야, 너 미쳤냐?

 

 그, 사람들 보는 앞에서?

 

 [보라의 한숨]

 

 [보라의 속상한 숨소리]

 

 1010235

 

 어?

 

 (현진) 네가 나 열렬히 사모한다며

 

 내 삐삐 번호  가족이랑 운호밖에 몰라

 

 그리고 너, 보라 비디오

 

 아이, 치!

 

 아이, 열렬히 사모든 뭐든!

 

 (보라) 난 모르는 일이니까  생사람 잡지 말고

 

 가던 길 가세요, 네?

 

 이거 줘!

 

 그냥 가라고?

 

 안 사귀고?

 

 [한숨]

 

 (보라) 진짜 미치겠네

 

 아, 너 귓구녕 막힌 겨? 어?

 

 나는 내 목에  칼이 들어오는 한이 있어도

 

 절대 너랑 안 사귀어, 알았어?

 

 아니

 

 뭘 그렇게  살벌하게 말하냐, 무섭게

 

 너랑 나는 그…

 

 그, 같은 학교, 뭐여, 그…

 

 동급생!  그 이상 그 이하도 될 수 없어

 

 알았어?

 

 알았어, 동급생 해

 

 줘, 그거

 

 - 싫은데?  - 야!

 

 - 내 거…  - (현진) [놀리는 말투로] 싫은데?

 

 (보라) 너 까불지 마!  우리 집에 큰 개 있어!

 

 (현진) 크, 큰, 큰 개 있어?

 

 (보라) 그게 나다! 뭐, 왜!

 

 (현진) 야, 야, 동급생, 같이 가!

 

 (학주) 안 자는 놈들  내 귀에 다 들려

 

 어?

 

 (조또) [속삭이며] 야

 

 [학생들이 속닥거린다]

 

 (학주) 아이고, 참

 

 [신발을 툭 놓는다]

 

 [중얼거리며] 신발을 좀  정리 좀 해 놓고 자지

 

 애들이 지저분하게 그냥, 아휴

 

 [새근거리는 숨소리가 들린다]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

 

 [학생들이 속닥거린다]

 

 [밝은 음악]

 

 (함께) 짠!

 

 [저마다 캑캑거린다]

 

 - (마님) 아유, 써  - (조또) 어유, 너무 맛없어  [다들 투덜댄다]

 

 [조또의 질색하는 신음]

 

 (마님) 어? 야, 저거 타 볼까?  저거, 저거

 

 - (조또) 야, 좋아, 좋아  - (보라) 아, 안 돼!

 

 이거 연두 선물이야!  심장에 좋은 꾸지뽕

 

 - (조또) 어? 아, 줘 봐  - (보라) 꾸지뽕이라고, 꾸지뽕!

 

 어, 알았어, 조또 티도 안 나  아휴, 진짜, 응?

 

 - (조또) 물 조금만 타면 되지  - 아니, 그거 심장에 좋은 건데…

 

 맛있어, 맛있어

 

 [저마다 환호한다]

 

 (조또) 야, 진짜 맛있다니까

 

 [보라의 말리는 신음]  (학생15) 와, 진짜 맛있어!

 

 (함께) 짠!  [그릇이 탁탁 부딪친다]

 

 [조또의 아파하는 신음]  (함께) 인디언 밥!

 

 [거나한 신음]

 

 [숨을 푸르르 내뱉는다]

 

 [긴 한숨]

 

 [취한 목소리로] 아이, 조또

 

 땅 꺼져  [보라의 한숨]

 

 아까부터 왜 계속 한숨 쉬고 지랄?  [보라가 연신 한숨 쉰다]

 

 [취한 목소리로] 너희들이  사랑을 알아?

 

 치, 아휴  [멀리서 개가 짖는다]

 

 [술병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난다]

 

 (보라) 어?

 

 [술병이 연신 달그락거린다]  어?

 

 아, 저것들이 미쳤나, 씨!

 

 (보라) 아잇, 야, 야, 잠깐만

 

 (학생16) 잘 먹을게  [보라의 분한 신음]

 

 - (조또) 어?  - (보라) 저것들이, 씨!

 

 (보라) [탁탁 치며] 야, 기다려 봐

 

 - (조또) 아이, 뭘…  - (보라) 내가 해결해

 

 (조또) 아니…

 

 딱 기다려!

 

 [보라의 성난 숨소리]  (보라) 문 열어

 

 [속삭이며] 아니  거기 아니고 옆방이잖여

 

 아이씨, 너 가, 내가 해결한다고

 

 [보라의 취한 숨소리]

 

 문!

 

 [보라의 취한 숨소리]

 

 확, 씨!

 

 [보라의 취한 숨소리]

 

 [달려오는 발걸음]  야, 학주 떴다, 학주!

 

 [도망가는 발걸음]  [다급한 숨소리]

 

 [보라의 취한 딸꾹질]

 

 (학주) 누구여!  잠 안 자고 시끄럽게!

 

 이놈들, 그냥!

 

 시끄럽게 잠 안 자고  떠드는 놈들이 누구여, 응?

 

 잠 안 자는 소리가  나한테 다 들려, 아주!

 

 내가 분명히 얘기했어

 

 일찍 일찍 자란 말이여

 

 얼마나 고단햐, 응?  [보라의 딸꾹질]

 

 하루 종일 저, 돌았는데  [학주가 혀를 쯧 찬다]

 

 차분하게 일과를 정리하고

 

 자!  [숨을 들이켠다]

 

 [보라의 숨죽인 숨소리]

 

 [부드러운 음악]

 

 [숨을 내뱉는다]

 

 [멀어지는 발걸음]

 

 [운호의 한숨]

 

 [안도하는 한숨]

 

 [보라의 취한 신음]

 

 (운호) 너

 

 [소리가 울린다]  술 마셨냐?

 

 [숨을 들이켠다]

 

 [보라가 숨을 들이켠다]

 

 [새가 지저귄다]

 

 [학주가 혀를 쯧쯧 찬다]

 

 왜유?

 

 꿀물이라도 타 드려유?

 

 (학주) 으이구, 으이구

 

 정신 차리고  빨리 저, 로비로 집합햐!

 

 [찌뿌둥한 신음]

 

 [피곤한 신음]

 

 (교사1) 아이고, 아이고  [학생17이 쿨럭거린다]

 

 학생들이 잘하는 짓이다, 어?  [학생18의 괴로운 신음]

 

 자라는 잠은 안 자고  수학여행 와서 술을 그냥…  [보라의 괴로운 숨소리]

 

 (교사1) 자, 봉지 하나씩  꽉 채워서 쓰레기 줍는다, 실시

 

 거기, 쓰레기, 거, 거, 거, 거…

 

 [저마다 떠든다]

 

 [비닐봉지가 부스럭거린다]

 

 [거센 파도 소리]  [학생들이 연신 떠든다]

 

 [멀어지는 발걸음]

 

 [보라의 힘주는 신음]

 

 [카메라 셔터음]

 

 동급생  [보라의 놀란 신음]

 

 그런 거였어?

 

 뭐?

 

 (보라) 아, 뭐가!

 

 [카메라 셔터음]

 

 (현진) 야!

 

 같이 찍자!

 

 조금만 왼쪽으로

 

 아, 붙지 마

 

 (현진) 붙을 건데?  [보라의 짜증 섞인 신음]

 

 - 뭐?  - (보라) 아이!

 

 - (현진) 야, 웃어라  - 내가 알아서 해

 

 (운호) 저기

 

 하나, 둘, 셋

 

 [보라의 기대에 찬 숨소리]

 

 [부드러운 음악]

 

 [웃음]

 

 (보라) 수술 끝나면  가장 먼저 보라고 이 사진 보내

 

 그리고 돌아오면  너한테 해 줄 이야기도 있어

 

 내일부턴 여름방학이 시작됩니다

 

 알찬 여름방학을 보내고  2학기에 다시 만나요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난다]

 

 [조작음]

 

 나 내일부터 저기서 일해

 

 내일 보자

 

 [보라의 옅은 숨소리]

 

 [운호가 인사한다]

 

 (운호) 아, 네

 

 [운호가 손님에게 말한다]

 

 [멀리서 개가 짖는다]

 

 (보라) 야, 너 아이스크림  먹고 싶으면 똑바로 쳐

 

 빨리빨리, 빨리

 

 어, 이제 가는 거야?

 

 (운호) 응, 동생?  [보라의 옅은 웃음]

 

 어, 요새 꼬맹이랑  배드민턴 치거든

 

 야, 인사해, 바다

 

 (바다) 안녕하세요

 

 - 안녕  - (보라) 해

 

 [셔틀콕이 툭 떨어진다]

 

 [운호가 피식 웃는다]

 

 야, 너희들 거기서 뭐 해?  안 들어오고?

 

 (보라) 아, 우리 그, 운동하잖아

 

 아휴, 무슨 평소에  안 하던 걸 하고 그래?

 

 (보라 모) 빨리 들어와

 

 (보라 부) 왜 그려?

 

 아, 얘네 안 들어오고  지금 저러고 있잖아

 

 (보라 모) 아, 빨리 자야지

 

 안녕하세요

 

 어, 어, 그려, 보라 친구여?

 

 어, 그래, 놀아, 놀아

 

 (보라 모) 어휴, 놀긴 뭘 놀아?

 

 - 야, 빨리 들어와, 잘 시간인데  - (보라 부) 당신 나 봐 봐

 

 오이 마사지 해 줄까?

 

 [보라 모가 재촉한다]  (보라 부) 들어와 봐  내가 시원하게 해 줄게

 

 (보라 모) 아, 오이 없어!

 

 (보라 부) 아, 내가 사다 놨어  이리 와

 

 (보라 모) 오이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아휴, 진짜

 

 [어색한 웃음]

 

 [비닐봉지가 부스럭거린다]

 

 [쩝쩝 먹는 소리가 난다]

 

 (운호) 자, 형 거 먹어

 

 - (바다) 진짜?  - (운호) 응

 

 (바다) 앗싸!

 

 (운호) 또 먹고 싶으면  형 가게로 놀러 와

 

 (보라) 야

 

 그만 먹고 들어가지?

 

 (바다) 잘 먹었습니다

 

 [운호가 피식한다]

 

 (운호) 또 사 줄게

 

 (보라) 어휴, 진짜

 

 (운호) 왜? 더 먹으라고 하지

 

 [보라의 한숨]

 

 넌 동생이 없어서 그래  얼마나 성가시게 구는데

 

 나도 있어, 남동생

 

 - 진짜로?  - (운호) 응

 

 몇 살?

 

 이제 다섯 살

 

 [보라의 웃음]

 

 - (보라) 완전 막둥이네  - (운호) 응

 

 (보라) 궁금해, 보고 싶다

 

 나도 보고 싶다

 

 응?

 

 너

 

 자두 좋아해?

 

 [부드러운 음악]

 

 (보라) 근데 여긴 어디야?

 

 (운호) 어릴 때 살던 집

 

 (보라) 진짜로? 몇 살 때?

 

 (운호) 태어나서  뉴질랜드 가기 전까지

 

 (보라) 너 뉴질랜드 갔었어?

 

 어

 

 부모님 이혼하시면서

 

 나만 아빠 따라 한국에 왔어

 

 동생은 엄마랑 뉴질랜드에 있고

 

 (보라) 그랬구나

 

 보고 싶겠다

 

 [운호가 흥 웃는다]

 

 [보라의 놀란 숨소리]

 

 (보라) [웃으며] 우와

 

 [보라의 웃음]

 

 진짜 자두가 있네?

 

 [웃으며] 야, 엄청 많아!

 

 (운호) 어릴 때  아빠랑 같이 심은 거야

 

 봄에는 꽃도 피어

 

 꽃은 맛없잖아, 자두가 짱이지

 

 [후루룩 먹는 소리]

 

 야, 진짜 맛있어

 

 너도 먹어 봐

 

 [보라의 웃음소리]

 

 [풀벌레 울음]

 

 (보라) 아, 배부르다

 

 아휴

 

 [운호의 옅은 웃음]

 

 [운호의 한숨]

 

 아무튼 넌 좋겠다

 

 잘하는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확실해서

 

 [카메라 작동음]  난 딱히 없거든

 

 (운호) 너 그거 잘하잖아

 

 '예스 오어 노'

 

 '삐'  [운호의 웃음]

 

 야!  [운호가 연신 웃는다]

 

 - 또 놀리냐? 진짜  - (운호) 아!

 

 이, 씨!

 

 (운호) 예뻐, 너 목소리

 

 [부드러운 음악]

 

 [헛기침]

 

 [카메라 종료음]

 

 뭐?

 

 (운호) 그냥

 

 좋아서

 

 아!

 

 [함께 웃는다]

 

 괜찮아?

 

 (보라) 야, 네가 그랬지?  [운호의 아파하는 신음]

 

 (운호) [웃으며] 나 안 했어

 

 - (보라) 네가 그랬잖아!  - (운호) 아니야

 

 [운호가 연신 웃는다]  [보라의 아파하는 신음]

 

 괜찮아?

 

 (운호) 음

 

 (보라) [작은 목소리로] 아…

 

 저기…

 

 주말에 같이 영화 볼래?

 

 [풀벌레 울음]

 

 싫으면 말고

 

 들어갈게

 

 (운호) 보라야

 

 [설레는 음악]

 

 주말에 보자

 

 간다

 

 [보라의 한숨]

 

 (보라) 연두야  네가 전에 그랬었지?

 

 누군가를 좋아하면  밤에 잠이 오질 않고

 

 밥도 맛없고 음악만 들어도  눈물이 주룩주룩 난다고

 

 나는 사실 잠도 잘 자고

 

 밥은 유난히 더 맛있고

 

 음악만 들으면 춤이 절로 나와

 

 근데 이상하게

 

 그 애만 생각하면  가슴 한쪽이 쿡쿡 쑤셔

 

 이런 것도 사랑이라면

 

 나도 사랑에 빠진 것 같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바로…

 

 [웃음]

 

 (보라) 어?

 

 [반가운 숨소리]

 

 [보라의 웃음]

 

 [보라의 신난 탄성]

 

 (바다) 왜 저래?  [보라가 연신 웃는다]

 

 [보라가 흥얼거린다]

 

 [보라의 웃음]

 

 [한숨]

 

 아, 엄마!

 

 나 옷이 왜 다 이따구여!

 

 (보라 모) 그거 다 네가 고른 거야

 

 - 아휴, 얘는 왜 갑자기…  - (보라) 아, 내가 언제!

 

 (보라 모) 아, 쟤는 왜 갑자기  옷 타령이야  [보라가 짜증 낸다]

 

 아휴, 참 나

 

 (현진) 동급생!

 

 [다가오는 발걸음]

 

 [매미 울음]  뭘 그렇게 샀냐?

 

 데이트라도 해?

 

 (보라) 어?

 

 (현진) 뭐야, 진짜인가 보네

 

 [보라의 부정하는 신음]

 

 - (현진) 뭔데? 보여줘 봐  - 아, 안 돼, 내 거야

 

 - (현진) 아, 보여줘 봐  - 안 된다고!

 

 (현진) 아, 안녕하세요

 

 - (보라) 앗!  - 아이스크림이나 먹자

 

 야!

 

 아니, 아이스…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치!

 

 야

 

 [운호의 헛기침]

 

 [운호의 옅은 웃음]

 

 [피식한다]

 

 [울먹인다]

 

 김연두?

 

 [울먹이며] 보라 저기 있다

 

 [보라가 훌쩍인다]

 

 - (보라) 연두야!  - (연두) 보라야!

 

 [보라와 연두의 울음]

 

 연두야

 

 [함께 엉엉 운다]

 

 (연두) [울면서] 보고 싶었어

 

 [함께 연신 운다]

 

 (보라) [훌쩍이며] 얘는  내 제일 친한 친구

 

 김연두야, 인사해

 

 [보라가 연신 운다]

 

 안녕?

 

 [세찬 심장 소리]  [기쁜 웃음]

 

 야, 진짜 크게 들려!

 

 (연두) 그렇지?  완전 새로 태어난 기분이야

 

 [보라의 기특한 신음]  (보라) 고생했어

 

 (연두) 너무 보고 싶었어  [보라의 웃음]

 

 [웃음]

 

 - 근데  - (보라) 응

 

 하, 나 심장 날아가는 줄

 

 생각도 못 했어  오자마자 현진이 볼 거라고는  [보라의 웃음]

 

 (연두) 하, 진짜

 

 아이스크림 가게 유니폼이  그렇게 멋질 일인가?

 

 - 유니폼?  - (연두) 응

 

 근데 언제부터 알바한 거야?  왜 말 안 해 줬어?

 

 걔는 풍운호고

 

 백현진은 회색 티 입고 있었잖아

 

 무슨 소리야  유니폼 입은 사람이 현진이지

 

 - 어?  - (연두) 어?

 

 [차분한 음악]

 

 기다려 봐

 

 봐 봐

 

 [연두의 웃음]

 

 어…

 

 [웃음]

 

 [바람 소리 효과음]

 

 [바람 소리 효과음]

 

 (보라) 모든 것이 잘못되었다

 

 [연두의 어이없는 웃음]

 

 아니, 잠깐만, 그러면

 

 [웃으며] 그동안  잘못 조사해 왔던 거야?

 

 [연두의 웃음]

 

 (연두) 아이고, 그러면 잠깐만

 

 운호, 운호, 현진이

 

 백현진, 풍운호

 

 [숨을 하 내뱉는다]

 

 [긴 한숨]

 

 [보라의 긴 한숨]  [보라의 심란한 신음]

 

 (연두) 안 그래도  너희 집 가려고 했는데

 

 [연두의 웃음]

 

 아휴, 인터넷  다시 설치하는 데 며칠 걸린대

 

 아, 근데 진짜

 

 아무리 다시 생각해도  너무 웃긴 거 있지?

 

 [연두의 웃음]

 

 아, 우리 그동안  뭐 한 거야, 진짜?

 

 백현진이  운호 절친이어서 다행이지

 

 - (연두) 안 그랬으면…  - 연두야

 

 나 할 말 있어

 

 어, 할 말?

 

 (연두) 뭔데?

 

 [잔잔한 음악]

 

 [풀벌레 울음]

 

 [키보드 조작음]

 

 (연두) 운호야!

 

 [다가오는 발걸음]

 

 [가쁜 숨소리]

 

 놀랐지?

 

 보라가 급한 일이 생겼는데

 

 연락할 방법이 없대서 대신 왔어

 

 무슨 일인데?

 

 (연두) 아, 그, 마님네 아버지가  다치셔서

 

 급하게 농장일 도와 달라고  연락이 왔나 봐

 

 보라가 의리가 좀 남다르잖아

 

 저기…

 

 그땐 고마웠어

 

 다시 못 볼 줄 알았는데

 

 다시 만나서 정말로 반갑다

 

 [새가 지저귄다]

 

 이게 재밌는 일이냐? 사기꾼아

 

 (보라) 잔말 말고 포도나 따

 

 나한테 차인 거  애들한테 소문내기 전에  [달칵 가위질한다]

 

 [포도를 툭 내려놓는다]

 

 [매미 울음]

 

 [현진의 한숨]

 

 [다가오는 발걸음]

 

 (현진) [작은 목소리로] 야

 

 [분한 한숨]

 

 내가 한때 널 좋아했다고 해서

 

 날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야  [달칵 가위질한다]

 

 내가 얼마나 귀한 집 자식인지  네가 몰라…

 

 [포도알이 투두둑 떨어진다]

 

 [차분한 음악]

 

 아이, 씻지도 않은 포도를…

 

 [달칵 가위질한다]

 

 너 나한테 숨기는 거 있지?

 

 어?

 

 [어색한 웃음]  뭐를?

 

 너 백현진이랑 뭐야? 수상해

 

 [연두의 웃음]

 

 야, 우리 이러다 나중에  더블데이트하는 거 아니야?

 

 [연두의 웃음]  아, 그런 거 아니라니까

 

 (연두) 근데 운호

 

 원래 그렇게 다정한가?

 

 내 얘기도 잘 들어주고

 

 밥도 사 주고

 

 [벅찬 숨소리]  나 보고 웃어 줬어!

 

 [연두의 웃음]

 

 [벅찬 숨소리]

 

 이거 꿈 아니지?

 

 그랬어?

 

 응!  [웃음]

 

 (연두) 야

 

 운호 어떤 애야?

 

 어…

 

 글쎄?

 

 딱히…

 

 야, 같은 방송반인데 너무했다

 

 너 친구한테  관심도 좀 갖고 그래, 어?

 

 (연두) 아, 나랑 잘되게 해 준다고  약속했잖아, 빨리

 

 생각 좀 해 봐, 생각

 

 음, 뭘 좋아하는지?

 

 음…

 

 뭐가 있더라?

 

 [무선호출기 알림음]

 

 (보라) 잠깐만

 

 [안내 음성] 한 개의  메시지가 있습니다

 

 확인은 1번…  [버튼음]

 

 [삐 소리가 난다]

 

 (녹음 속 운호) 나야, 풍운호  이쪽으로 전화해 줘

 

 [놀란 숨소리]  [전화기를 철컥 내려놓는다]

 

 [다가오는 발걸음]  (연두) 누구야?

 

 어?

 

 아…

 

 아, 이거 잘못 온 거 같아

 

 (연두) 아…  [어색한 웃음]

 

 알았어, 빨리 들어와

 

 [멀어지는 발걸음]

 

 [숨을 몰아쉰다]

 

 [멀리서 개가 짖는다]

 

 [풀벌레 울음]

 

 [동전을 잘그락 넣는다]

 

 [발신음]

 

 [숫자판을 삑삑 누른다]

 

 [통화 연결음]

 

 [동전이 철컥 내려간다]  (운호) 여보세요

 

 [부드러운 음악]

 

 나 보라

 

 (운호) 왜 이제 전화해?

 

 아까부터 계속 호출했는데

 

 (보라) 아, 그게…

 

 근데 이거 무슨 번호야?

 

 [동전이 달그락 내려간다]

 

 (운호) 너 지금…

 

 공중전화야?

 

 (보라) 어?

 

 (운호) 너희 집 앞에?

 

 어

 

 (보라) 왜?

 

 (운호) 지금부터 열까지 세 봐

 

 - 열까지?  - (운호) 응

 

 갑자기?

 

 (운호) 아, 빨리

 

 (보라) 하나, 둘, 셋, 넷

 

 (운호) [웃으며] 너무 빨라  천천히

 

 (보라)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달려오는 발걸음]

 

 [운호의 가쁜 숨소리]

 

 열

 

 [숨을 몰아쉰다]

 

 다음엔 거기로 연락해

 

 (운호) 괜히 친구 고생시키지 말고

 

 제일 친한 친구라며

 

 근데 너 어릴 때부터

 

 남자애들 발차기로  쌍코피 터트리고 다녔더라?

 

 그때부터 손보다 발이 먼저였어?

 

 난 지금 만난 게 다행인 건가?

 

 운호야  [잔잔한 음악]

 

 나 오늘 일부러 안 나간 거야

 

 어?

 

 [보라의 한숨]

 

 미안해

 

 (보라) 내가 실수한 거 같아

 

 난 너를 그렇게 생각한 적 없는데

 

 오해하게 했다면 미안

 

 (운호) 나보라

 

 (보라) 나 먼저 들어갈게

 

 [멀어지는 발걸음]

 

 [한숨]

 

 [낙심한 숨소리]

 

 [터벅터벅 걷는 소리]

 

 (운호) 나야, 운호

 

 얼굴 보면 말 못 할 것 같아서  편지를 쓴다

 

 [출입문 종소리]

 

 [부드러운 음악]

 

 너를 처음 본 건 올해 겨울

 

 청주에 도착하자마자 널 만났어

 

 [피식하며] 아마 넌  기억 못 하겠지

 

 [출입문이 닫힌다]  [출입문 종소리]

 

 [코를 드르렁 곤다]

 

 [달그락거리는 소리]

 

 [보라의 힘주는 신음]

 

 [연신 달그락 소리가 난다]

 

 (보라) 감사합니다!

 

 [달려가는 발걸음]

 

 (보라) 아!  [보라 부의 놀란 신음]

 

 (보라 부) 보라야  [출입문 종소리]

 

 - 야, 너 왜…  - (보라) 아니야, 아니야!

 

 [웃음]  (보라 부) 왜, 뭔 일 있어?

 

 (운호) 어찌나 빨리 뛰어가던지  그 영화가 궁금해지더라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나는 좀처럼 웃을 일이 없었거든

 

 (현진) 야, 잘 맞네

 

 중학교 졸업 전까지  내 거 입으면 되겠다

 

 [새가 지저귄다]  야, 이거 해 봐

 

 생큐

 

 (보라) 아저씨, 아저씨, 저요!  저 못 탔어요!

 

 (운호) 그런데…  [보라가 연신 외친다]

 

 너를 다시 본 거야

 

 아저씨, 여기 못 탄 애 있어요!

 

 [피식한다]

 

 (운호) 종잡을 수 없는  너의 행동이

 

 언제부턴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어

 

 (동욱) 아이고  우리 태권 소녀 오셨네?

 

 - 격파하다가 늦은 거야?  - (학생19) 안녕

 

 너 태권도 진짜 잘하더라  [보라의 웃음]

 

 - 무슨 띠야?  - (보라) 나?

 

 나는 돼지띠지

 

 (학생20) 그런 거 말고  [학생19의 웃음]

 

 (운호) 그러면서 알았어

 

 널 보면 항상 내가 웃고 있더라

 

 토이, '거짓말 같은 시간'

 

 (보라) 설문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삐 소리가 나면  삐삐 번호를 불러 주세요

 

 삐

 

 나보라?

 

 [통화 종료음]

 

 (현진) 누구야?

 

 [키보드 조작음]  아니야

 

 (운호) 하지만 너의 관심은 온통…

 

 현진이에게 쏠려 있어서

 

 괜히 질투도 하고

 

 혼자 서운해하기도 했어

 

 너는 그런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취한 목소리로] 넌 눈도 예쁘고

 

 (보라) 코도 예쁘고

 

 입도 예쁘네

 

 [보라의 취한 숨소리]

 

 큰일이다

 

 네가 좋아서

 

 [보라의 옅은 신음]

 

 (운호) 그런 엄청난 말을 해 놓고

 

 마치 없던 일처럼

 

 기억을 못 하더라

 

 정말 나였을까?

 

 (보라) 뭐가!

 

 (운호) 아니면 현진이라고  착각한 걸까?

 

 수없이 물어보고 싶었지만

 

 (현진) 야, 풍운호!

 

 (운호) 그럴 수 없었어

 

 왜?

 

 (운호) 상처받고 싶지 않았거든

 

 너도 먹어 봐  [운호가 피식한다]

 

 (운호) 이제야 네 마음을 알았는데

 

 나는 곧  뉴질랜드로 돌아가야 돼

 

 하지만 꼭 다시 돌아올게

 

 좋아한다, 나보라

 

 [새가 지저귄다]

 

 [보라와 연두의 웃음]

 

 (연두) 허, 운호야!

 

 - 잘 지냈어?  - (운호) 응

 

 - (연두) 방학 동안 뭐 했어?  - (운호) 아르바이트하고

 

 - (연두) 응  - (운호) 그러고 지냈지

 

 (현진) 야, 동급생

 

 - 좀 있다 매점 갈래?  - (운호) 응

 

 (동욱) 각 조별로  영상 잘들 마무리해 주고

 

 오늘 수고 많았다

 

 - (학생21) 수고하셨습니다  - (동욱) 해산

 

 (학생들) 수고하셨습니다

 

 [멀어지는 발걸음]

 

 불편하면 조 바꿔 달라고 할게

 

 신경 쓸 거 없어

 

 (마님) 안타깝지만

 

 [교정이 떠들썩하다]  21세기엔 세상이  멸망해 있을지도 몰라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은  틀린 적이 없거든

 

 아유, 뭐여!  [마님의 놀란 신음]

 

 (조또) 그럼 나 대학 때  미팅도 못 하는 겨?

 

 야! 넌 미팅하려고 대학 가냐?

 

 (조또) 어!

 

 - '어'?  - (조또) 어

 

 - '어'?  - (조또) 어

 

 (보라) 저기

 

 저, 그냥 좀 하지?

 

 (보라) 수고했어

 

 이제 다 끝난 거야?

 

 - (운호) 응, 편집만 하면  - (연두) 아…

 

 근데 우리 학교 편집기가  너무 오래돼서

 

 걱정이다

 

 (연두) 아…  [달그락 정리하는 소리]

 

 어? 나 서울 방송국에  아는 사람 있는데

 

 물어볼까?

 

 [경쾌한 음악]

 

 네, 들어가세요

 

 네

 

 (연두) 어? 안녕

 

 (보라) 너는 왜 왔어?

 

 서울 지리는 내가 제일 잘 알지

 

 [연두가 피식한다]

 

 (연두 삼촌) 자, 두 개 커트를  이렇게 버튼으로 바꿔 주는 거고

 

 디졸브 시킬 때는

 

 이 바를 아래로 내리는 거야  이렇게 부드럽게

 

 우와  [웃음]

 

 (연두 삼촌) 이 디졸브는  겹치는 거기 때문에

 

 부드럽게 할수록 효과가 더 좋아

 

 [자판기 음료가 덜그럭 나온다]

 

 (연두) 나 오늘  운호한테 고백하려고

 

 - 오, 오늘?  - (연두) 응

 

 짠, 삼촌이 줬다? 서울랜드 티켓  [연두의 웃음]

 

 나 서울랜드 가면  둘만 있게 좀 해 줘

 

 [옅은 숨소리]

 

 [캔 음료를 달칵 딴다]  (보라) 음

 

 - 마셔  - (연두) 응

 

 [경쾌한 음악]

 

 [연두와 보라의 웃음]

 

 [카메라 셔터음]  (보라) 너 이리 와

 

 - (현진) 왜?  - (보라) 아, 와 봐

 

 (보라) 야, 둘이 붙어, 하나, 둘  [카메라 셔터음]

 

 [사람들의 비명]

 

 [보라의 웃음]

 

 [사람들이 연신 비명 지른다]

 

 [놀이기구 작동음]

 

 (보라) 야, 우리 다른 거 타자

 

 (현진) 아, 왜, 나 이거 타고 싶어

 

 (보라) 아, 빨리 와, 빨리 와  [현진의 떼쓰는 신음]

 

 빨리, 연두야, 가자

 

 왜?

 

 (현진) 아, 저거 재미없다고

 

 (보라) 아, 재밌다니까!

 

 [연두의 웃음]

 

 (현진) 야, 재밌다!

 

 (연두) 재밌다, 그렇지?

 

 (현진) 이거 봐  [현진의 웃음]

 

 너 이거 타 봤어, 운호야?

 

 (운호) 나도 처음 타 봐  [웃음]

 

 (연두) 재밌다

 

 (현진) 이야, 이랴!  [보라의 웃음]

 

 (보라) 야, 하지 말라고!

 

 (현진) 왜?  [보라의 웃음]

 

 (보라) 연두야, 하나, 둘  [카메라 셔터음]

 

 (현진) 우와!

 

 [보라와 현진의 웃음]

 

 [서늘한 음악]

 

 [사람들의 비명]

 

 [보라와 현진의 웃음]

 

 [시끌벅적하다]  (보라) 연두야, 가자  다른 거 타자

 

 - (보라) 야, 이리 와  - (현진) 어, 가, 가, 갈게

 

 - (보라) 뭐 탈까?  - (연두) 미안, 계속 나 때문에

 

 아니야, 괜찮아, 왜 너 때문이야?

 

 그냥 너희 타고 싶은 거 타고 와

 

 나 구경하고 있을게

 

 (현진) 그럼 그럴까?

 

 롤러코스터 탈 사람?  [연두의 웃음]

 

 (보라) 야!

 

 - (현진) [작은 목소리로] 왜?  - (보라) 넌 눈치가 없냐?

 

 보라야

 

 (연두) 같이 다녀와

 

 너 롤러코스터  엄청 타고 싶다고 했잖아

 

 나 여기서 기다릴게

 

 아, 그럴까? 그럴래?

 

 야, 롤러코스터 타러 가자

 

 그럼 너희 둘이 앉아서  여기 쉬고 있어

 

 (보라) 이리 와, 가자

 

 (현진) 뭐야? 이랬다저랬다

 

 - (보라) 싫다는 거야?  - (현진) 앗싸뵹

 

 [연두의 헛기침]

 

 (연두) 여기 앉을까?

 

 (운호) 응

 

 [연두의 헛기침]

 

 어, 우리…

 

 저기 구경이라도 할까?

 

 연두야

 

 (운호) 미안한데

 

 나도 롤러코스터 타고 싶어

 

 (현진) 하, 재밌겠다, 그렇지?

 

 (보라) 응  [달려오는 발걸음]

 

 [가쁜 숨소리]

 

 내가 탈게

 

 (현진) 지나갑니다

 

 (연두) 너는 왜 나와?

 

 운호가 보라랑 할 말 있대서

 

 [현진이 숨을 씁 들이켠다]

 

 근데 괜찮을까?

 

 뭐가?

 

 운호 고소공포증 있거든

 

 뭐?

 

 그럼 왜…

 

 둘이…

 

 좋아하잖아

 

 [서정적인 음악]

 

 [롤러코스터가 천천히 올라간다]

 

 [운호의 긴장한 숨소리]

 

 [운호가 연신 숨을 몰아쉰다]

 

 [운호의 긴장한 신음]  (보라) 너 왜 그래?

 

 [떨리는 숨소리]

 

 [헐떡이며] 나…

 

 고소공포증 있어

 

 [연신 숨을 몰아쉰다]

 

 (보라) 어?

 

 [보라의 걱정하는 신음]

 

 [운호의 힘겨운 숨소리]

 

 아니, 아, 근데 왜 탔어?

 

 (운호) 너랑

 

 같이 있으려고

 

 [운호가 연신 힘겨워한다]

 

 [보라의 놀란 숨소리]

 

 [운호가 연신 숨을 몰아쉰다]

 

 나보라! 좋아한다!

 

 [운호의 비명]

 

 [사람들의 비명]

 

 [사람들이 연신 비명 지른다]

 

 [운호가 숨을 후 내뱉는다]

 

 [운호의 가쁜 숨소리]

 

 [운호의 가쁜 숨소리]  내가 물이라도 좀 사 올게

 

 (운호) 나보라

 

 떠나기 전에 말하고 싶었어

 

 떠나?

 

 나 곧 뉴질랜드로 돌아가

 

 [애잔한 음악]

 

 잘됐네

 

 정말…

 

 그렇게 생각해?

 

 동생 보고 싶다고 했었잖아

 

 나 떠난다고…

 

 서운해할 줄 알았는데 다행이다

 

 그동안 고마웠다

 

 나보라

 

 [풀벌레 울음]

 

 오늘 많이 힘들었지?

 

 배 안 고파?

 

 우리 집에 가서 뭐 같이…

 

 왜 그래? 어디 아파?

 

 나한테 할 말 없어?

 

 어?

 

 너 풍운호 좋아하지?

 

 (연두) 아니야?

 

 [놀란 숨소리]

 

 어, 왜 말 안 했어?

 

 너, 너 돌아오기 전에

 

 아, 그냥…

 

 [당황한 숨소리]  아주 조금…

 

 (보라) 그…

 

 지금은 아니야, 연두야

 

 내가 그걸 어떻게 믿어?

 

 [울먹이며] 지금까지  감쪽같이 나 속였잖아

 

 왜 말을 그렇게 해?

 

 나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 다 너를 위해서…  - (연두) 날 위해서?

 

 [애잔한 음악]

 

 [헛웃음]

 

 너 진짜 뻔뻔하다, 나보라

 

 나 이렇게 바보로 만들어 놓고  날 위해서라고?

 

 너 그냥 너만 편하려고  그런 거 아니야?

 

 [보라의 당황한 숨소리]  (보라) 연두야

 

 [보라의 당황한 숨소리]

 

 그럼 내가 뭘 어떻게 했어야 돼?

 

 네가 미국 갈 때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나 알고

 

 어떤 마음으로 갔는지도 알고

 

 네가 걔 얼마나 좋아했는지  얼마나 보고 싶어 했는지

 

 내가 다 아는데

 

 [울먹이며] 내가 그 상황에서  어떻게 그런 말을 해?

 

 내가 고작 내 마음 하나 때문에

 

 걔 하나 때문에 우리 사이  이렇게 힘들게 만들…

 

 (연두) 고작 걔 하나 때문에!

 

 [흐느낀다]

 

 상황 이렇게 만든 건 너잖아

 

 [흐느낀다]

 

 진짜…

 

 [연두가 연신 흐느낀다]

 

 나 풍운호를 정말 좋아해

 

 근데 걔가  우리 사이 갈라놓는다고 하면

 

 나 백 번도 천 번도  포기할 수 있어

 

 나한테도 제일 소중한 건 너였다고

 

 [떨리는 숨소리]

 

 (연두) 내가 아파서

 

 네가 나 신경 써 주는 거 알아

 

 그렇지만 난 네 친구지

 

 네가 돌봐야 할 환자가 아니야

 

 [보라의 속상한 신음]

 

 [보라가 훌쩍인다]

 

 [연신 훌쩍인다]

 

 [보라가 연신 흐느낀다]

 

 [휴대폰 벨 소리]

 

 [휴대폰 조작음]

 

 네, 아빠

 

 (운호 부) 아빠 오늘도 늦어

 

 짐은? 다 쌌어?

 

 아직요

 

 (운호 부) 다음 주에 가려면

 

 미리미리 싸 두지

 

 (운호) 아빠

 

 후회 안 하세요?

 

 (운호 부) 뉴질랜드 가면

 

 엄마 말 잘 듣고

 

 동생 잘 챙기고

 

 미안하다

 

 [통화 종료음]

 

 (연두 모) 보라야, 어쩌지?

 

 연두가 지금 좀 피곤한가 봐  전화를 안 받겠다네?

 

 혹시 싸웠니?

 

 아, 아니에요  저 나중에 다시 걸게요

 

 (연두 모) 그래

 

 [키보드 조작음]

 

 [차분한 음악]

 

 [마우스 조작음]

 

 (보라)

 

 [마우스 조작음]  (보라)

 

 [떨리는 숨소리]

 

 (보라) PS. 너에게 가장 먼저

 

 내 마음을 말할 수 있어서 기뻐  [흐느낀다]

 

 어쩌면 우정과 사랑은

 

 닮아있는지도 모르겠어  [연신 흐느낀다]

 

 내 마음속 1순위는  늘 연두 너라는 거  [엉엉 운다]

 

 절대 잊지 마

 

 [연두가 연신 엉엉 운다]

 

 (연두) 운호야

 

 [새가 지저귄다]

 

 나 너 많이 좋아했어

 

 연두야

 

 [피식한다]

 

 고백하면서 할 말은 아니지만

 

 보라도 너 정말 많이 좋아해

 

 그게 무슨 말이야?

 

 다 나 때문에  보라가 거짓말한 거야

 

 (연두) 보라는 그런 애야

 

 원래 혼자서  피자 두 판 먹는 애인데

 

 나랑 먹을 땐 두 조각만 먹는다?

 

 더 먹으라고 해도 안 먹어  배부르대

 

 피자에서 눈이 안 떨어지는데

 

 그리고 자긴 핑클 좋아하면서

 

 내 앞에선 SES 팬인 척한 거 있지?

 

 내가 SES 왕팬이라 말 못 한 거지

 

 아, 그리고 또 있다

 

 소풍 때

 

 내가 개구리를 보고  놀라서 쓰러졌는데

 

 보라가 나를 업고  우암산을 막 뛰어 내려가는 거야

 

 그때가 겨우 12살이었거든?

 

 아무리 씩씩해도  자기가 얼마나 무겁겠어, 근데…

 

 [피식하며] 자기는 괜찮대

 

 뭐가 괜찮아

 

 [피식한다]

 

 바보 아니냐?

 

 [비디오테이프가 달그락거린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보라의 놀란 신음]

 

 (보라) 바다야, 바다야!

 

 - (사람들) 자, 하나, 둘  - (보라) 바다야

 

 아, 바다야, 어떡해

 

 [구급차 시동음]

 

 엄마  [보라의 떨리는 신음]

 

 - (구급대원1) 천천히, 천천히  - (보라 부) 자!

 

 [사람들이 연신 웅성거린다]

 

 (보라 모) 아, 여보, 여보  우리 바다

 

 - 아이고, 쫓아와  - (보라 모) 우리 바다, 우리 바다

 

 - (보라) 엄마, 이리 와  - (구급대원2) 문 닫겠습니다

 

 [보라 모의 걱정하는 신음]  [잔잔한 음악]

 

 [사이렌이 울린다]

 

 [가쁜 숨소리]

 

 (보라 모) 바다야

 

 [가쁜 숨소리]

 

 나보라!

 

 나야, 운호

 

 나 내일 떠나

 

 만나서 줄 게 있어

 

 집 앞에서 기다릴게

 

 (의사) 큰 이상은 없고

 

 하루 정도 경과를 지켜보고  퇴원하면 될 거 같습니다

 

 - (보라 모) 정말이죠?  - (보라 부) 아휴

 

 (보라 모) 그럼 이제  다 괜찮은 거죠?

 

 (의사) 네, 정말 괜찮습니다  [무선호출기 진동음]

 

 (보라)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보라 부의 안도하는 한숨]

 

 (보라 부) 너 이제 집에 가서 자  여긴 엄마 아빠가 있으면 돼

 

 아이, 싫어

 

 깼는데 나만 없다고  서운해하면 어떡해

 

 (보라 부) 아이고  맨날 피 터지게 싸우더니만

 

 그래도 누나라고, 아유

 

 아휴

 

 [새가 지저귄다]

 

 [애잔한 음악]

 

 (학생22) 야, 야, 야, 빨리 가자

 

 - (학생23) 아, 졸려  - (학생22) 아, 빨리!  [학생23의 신음]

 

 가자, 가자, 가자

 

 [복도가 시끌벅적하다]

 

 (조또) 나보라  [조또의 걱정하는 신음]

 

 - (마님) 야, 야  - (조또) 야, 바다는? 괜찮대?

 

 - (마님) 밥은 먹었어?  - (조또) 아, 먹었겠냐?

 

 야, 우리 그거 간식  사 온 거 있잖아, 그거 먹자

 

 (마님) 어, 그래

 

 (학생24) 뭐야, 어떡해!  [저마다 놀란다]

 

 - 어떡해!  - (보라) 연두야!

 

 연두야, 연두야!

 

 연두야, 잡아 줘!

 

 [보라의 다급한 신음]  (마님) 내가 허리 잡았어

 

 (보라) 연두야!

 

 연두야, 정신 좀 차려 봐! 연두야!

 

 [울먹이는 숨소리]

 

 연두야, 조금만 참아

 

 [보라가 울먹인다]

 

 (연두) 나보라, 이 바보야!  [보라의 가쁜 숨소리]

 

 내려줘, 나 멀쩡해  [보라가 숨을 몰아쉰다]

 

 (보라) 어?

 

 [보라의 아파하는 신음]

 

 [보라의 다급한 신음]

 

 연두야, 너 괜찮아?

 

 하, 연기하다 죽을 뻔했네

 

 나 심장 수술한 거 잊었냐?

 

 [연두의 가쁜 숨소리]

 

 뭐야? 왜 그랬어?  [연두가 숨을 몰아쉰다]

 

 운호 그냥 보낼 거야?

 

 [부드러운 음악]

 

 [옅은 웃음]

 

 밖에서 현진이 기다려

 

 나 괜찮아, 빨리 가

 

 [뛰는 발걸음]

 

 [달려오는 발걸음]

 

 아무리 봐도 내가 주인공인데

 

 (현진) 운전기사 노릇이라니

 

 영광인 줄 알아

 

 [피식한다]

 

 타

 

 [오토바이 시동음]  [엔진 가속음]

 

 (보라) 고마워

 

 [달려가는 발걸음]

 

 [다급한 숨소리]

 

 [연신 헐떡인다]

 

 [안내 방송 알림음]  (보라) 어?

 

 운호야!

 

 [안내 방송] 잠시 후 서울 가는

 

 무궁화호 열차가 도착합니다  [보라의 다급한 숨소리]

 

 [안내 방송이 연신 흘러나온다]

 

 [가쁜 숨소리]

 

 [연신 숨을 몰아쉰다]

 

 [보라의 다급한 신음]

 

 [가쁜 숨소리]

 

 풍운호!

 

 [서정적인 음악]

 

 [가쁜 숨소리]

 

 [보라가 숨을 헐떡인다]

 

 [보라의 가쁜 숨소리]

 

 [훌쩍인다]

 

 미안해

 

 뭐가?

 

 [연신 훌쩍인다]

 

 [울먹이며] 내가  영화 보자고 해 놓고

 

 안 나간 거 미안해

 

 (보라) 너 촬영하는데  맨날 딴짓만 하고

 

 내가 자두도  너무 많이 먹어서 미안해

 

 너 떠난다고 했을 때

 

 나 사실 너무 슬펐는데

 

 내가 괜찮은 척해서  미안해, 운호야

 

 [훌쩍인다]

 

 내 마음은 그게 아니거든

 

 [끅끅거리며] 근데  너 안 좋아한다고

 

 내가 거짓말한 것도

 

 내가 미안해

 

 [보라가 연신 운다]

 

 [피식한다]

 

 [운호가 연신 웃는다]

 

 왜 웃어?

 

 (운호) 뭐가 그렇게 미안하냐?

 

 그냥 좋아한다고 말하면 되잖아

 

 [훌쩍인다]

 

 지금 여기서 그런 말을  어떻게 하냐! 부끄럽게

 

 여기 공공장소인데…

 

 [보라가 훌쩍인다]  난 행복했어

 

 (운호) 너와 함께한 모든 순간이

 

 좋아한다, 나보라

 

 [다가오는 기차 소리]

 

 [중얼거리며] 나도

 

 [기차 경적음]

 

 (운호) 뭐라고?

 

 안 들려!

 

 [기차가 쉭 선다]

 

 좋아한다고!

 

 (보라) 나도 네가 좋아!

 

 진짜 많이 많이 좋다고!

 

 [연신 훌쩍인다]

 

 [작게 훌쩍인다]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연신 작게 훌쩍인다]

 

 (운호) 조금만 기다려

 

 곧 다시 돌아올게

 

 [훌쩍인다]

 

 [안내 방송이 연신 흘러나온다]

 

 나 가야 돼, 갈게

 

 울지 말고  [연신 훌쩍인다]

 

 응?

 

 [기차 경적음]

 

 [보라가 연신 훌쩍인다]

 

 [목멘 신음]

 

 [열차 문이 쉭 닫힌다]

 

 [보라가 연신 흐느낀다]

 

 [운호가 흐느낀다]

 

 [서럽게 운다]

 

 [운호가 연신 흐느낀다]

 

 [보라가 연신 운다]

 

 (보라)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다

 

 [떠들썩하다]

 

 (진행자1과 진행자2)  제27회 우암제를 시작합니다!

 

 [밝은 음악]  [학생들의 박수갈채]

 

 [학생들이 연신 환호한다]

 

 [교실이 떠들썩하다]

 

 [키보드 조작음]

 

 (운호) 나야, 운호  [반가운 웃음]

 

 여기 생활은 뭐, 나름 재밌어

 

 주로 동생이랑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있어

 

 2000년 새해에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다면  [웃음]

 

 가장 먼저 너에게 메일을 보낼게

 

 - (연두) 네가 사, 동급생  - (현진) 싫은데?

 

 (운호) 추신, 현진이랑 연두는  잘 있지?

 

 [보라가 캑캑거린다]

 

 (연두와 현진)  여기 데미소다 하나…

 

 (주인) 무슨 맛?

 

 - (연두) 오렌지  - (현진) 오렌지  [보라가 연신 캑캑댄다]

 

 (보라) 말도 마  네가 이 모습을 봐야 하는데

 

 [TV 속 앵커가 말한다]  (보라 부) 10! 9!

 

 (TV 속 앵커) 카운트다운을  하고 있습니다!  [보라 부가 카운트다운한다]

 

 - (보라 부) 7! 6!  - (보라 모) 같이 봐야지!

 

 (함께) 5!

 

 4! 3! 2! 1!  [함께 환호한다]

 

 (TV 속 앵커) 새로운  밀레니엄의 시대!

 

 2000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운호) 지구는 멸망하지 않았음

 

 여긴 4시간 전에 이미 새해였거든

 

 [피식한다]

 

 2000년에 온 걸 환영한다

 

 [웃음]

 

 (보라) 네 말대로  자두나무에 꽃이 폈어

 

 [새가 지저귄다]  [보라의 기쁜 숨소리]

 

 그래도 꽃보단 자두지

 

 (운호) 나 서울에 있는  신방과 지원할 거야

 

 내년에 한국에서  같이 대학 다니면 좋겠다

 

 [휴대폰 알림음]

 

 [연두의 놀란 신음]  (연두) 야, 합격이다, 합격!

 

 [연두의 탄성]

 

 보라 합격했대요!

 

 (보라 모) 진짜?

 

 [보라 모의 다급한 신음]

 

 - (보라 모) 어, 진짜 붙었네?  - (보라 부) 뭐야?

 

 (보라 모) 어, 여보, 여보  우리 보라 합격했대!

 

 (보라 부) 합격했어?

 

 [키보드 조작음]  (보라) 혹시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지?

 

 답장 기다릴게

 

 [통화 연결음]

 

 [거센 바람 소리]

 

 [한숨]

 

 [동전이 달칵 내려간다]  (녹음 속 운호)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용건이 있으면  메시지를 남겨 주세요

 

 [삐 소리가 난다]

 

 [애잔한 음악]

 

 [통화 종료음]

 

 [동전이 달그락 들어간다]

 

 [통화 연결음]

 

 (보라) 계속 기다렸지만

 

 다시는 운호의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보라 모) 비상약 다 넣은 거야?

 

 - (보라 부) 넣었어, 그거!  - (보라 모) 소화제랑 그거

 

 - 어느 가방이야?  - (보라 부) 소화제…

 

 - (보라 모) 어느 가방에 넣었어?  - (보라 부) 아, 요 밑에다 넣었어

 

 그 밑에다 넣은 거  아까 확인했잖여

 

 (보라) 나 이제 간다?

 

 (보라 부) 어, 가, 가, 가, 가, 가  어, 됐어

 

 - (보라) 들어가  - (보라 부) 가, 가, 응

 

 너 가는 거 보고 갈게

 

 - (보라) 아, 가  - 가, 가

 

 - (보라 모) 아유, 가, 가  - (보라) 아, 진짜

 

 가! 아휴

 

 가

 

 - (보라 부) 가, 가  - (보라) 들어가, 얼른

 

 - (보라 모) 가면 연락해  - (보라) 어, 갈게

 

 [보라 모의 한숨]

 

 - (친구) 보라  - (연두) 보라야

 

 나보라!  [보라의 웃음]

 

 끝났어?

 

 (친구) 미안, 늦어서  [연두의 웃음]

 

 (연두) 많이 기다렸지?

 

 - (친구) 배고프지?  - (연두) 뭐 먹을까?

 

 (보라) 나는 오늘 양식 당긴다

 

 - (연두) 양식?  - (친구) 야, 그럼 파스타 어때?

 

 - (보라) 오, 좋지  - (연두) 파스타?

 

 (친구) 야, 여기 앞에 파스타 집  엄청 맛있는 데 생겼어

 

 - (연두) 오, 언제?  - (보라) 진짜?

 

 (친구) 야, 거기 완전 웨이팅  길단 말이야, 빨리 가자

 

 (대학생1) 먼저 그러면 몇 학년

 

 학과 어떻게 되시는지  소개부터 해 주세요

 

 (우리) 아, 안녕하세요

 

 저는 생물학과 4학년  방우리라고 합니다

 

 (연두) 보라야

 

 [인터뷰 소리가 들린다]

 

 - 빨리 가자, 시간 없어  - (보라) 어

 

 (연두) 가자

 

 (보라) 그리고 운호는 내 일상에서  조금씩 희미해져 갔다

 

 [잔잔한 음악이 흐른다]  (연두) 너 이번에  제대로 좀 만나 봐

 

 애프터 거절하지 말고

 

 [피식한다]  알았지?

 

 알았어, 이따 연락할게

 

 [통화 종료음]

 

 [서두르는 발걸음]

 

 (소개팅남) 어, 안녕하세요

 

 (보라) 아, 안녕하세요

 

 오늘 소개팅 맞으시죠?

 

 (보라) 네

 

 (소개팅남) 제가 조금 늦었어요  죄송해요

 

 (보라) 아, 괜찮아요

 

 아…

 

 아, 저는 02학번 나보라예요

 

 (소개팅남) 아, 보라  이름 참 예쁘시네요

 

 [함께 멋쩍게 웃는다]

 

 아, 제 이름은

 

 운호라고 해요, 정운호

 

 [서정적인 음악]

 

 아…

 

 이, 이런 자리가 좀 어색하죠?

 

 저도 소개팅이 처음이라

 

 아, 제 친구가  하도 나가 보라고 해서

 

 이렇게 나왔는데 이렇게 이쁘실…

 

 [울먹이는 신음]

 

 어? 보라 씨

 

 [흐느낀다]

 

 [엉엉 운다]

 

 [보라가 연신 엉엉 운다]

 

 저, 보라 씨

 

 (소개팅남)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저기, 제, 제가 그런 게 아닌데…

 

 죄송합니다

 

 저, 보라 씨

 

 보라 씨, 울지 마세요

 

 보라 씨  이거 물, 물, 물 드세요, 물

 

 [보라가 훌쩍인다]

 

 [끅끅거린다]

 

 [보라의 훌쩍이는 숨소리]

 

 [보라의 목멘 신음]

 

 [숫자판을 삑삑 누른다]

 

 [영어] [안내 음성]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이니…

 

 [한국어] 나 이제  진짜 너 잊을 거야

 

 [통화 종료음]

 

 너 안 기다려

 

 [삐 소리가 난다]

 

 나 그냥  너 죽었다고 생각할 거야!

 

 [흐느끼는 숨소리]

 

 나중에 나 보고 싶다고 찾아와도

 

 내가 절대 안 만나줄 거야!

 

 나도 너 안 보고 싶거든!

 

 [엉엉 운다]

 

 잘 먹고 잘 살아라  나쁜 개자식아!

 

 [속상한 신음]

 

 [엉엉 운다]

 

 [보라가 연신 엉엉 운다]

 

 [통화 에러음이 뚜뚜 들린다]

 

 [시동이 꺼진다]

 

 [출입문 종소리]

 

 엄마

 

 아빠?

 

 아휴

 

 [보라가 부스럭 일어난다]

 

 [피식한다]

 

 [카드가 툭 떨어진다]

 

 [잔잔한 음악]

 

 [옅은 웃음]

 

 [지직대는 소리가 난다]

 

 [피식한다]

 

 [옅은 웃음]

 

 [발걸음이 울린다]

 

 [다가오는 발걸음]

 

 (조셉) 집 이사를 하면서

 

 형이 숨겨 놓은  소포를 하나 발견했어요

 

 형이 세상을 떠난 지  15년도 넘었을 때였거든요

 

 처음엔 뭘 이런 비디오를  숨겨 놨나 했는데

 

 그냥 비디오가 아니더라고요

 

 꼭 보내야 할 거 같은  기분이 들어서

 

 제 마음대로 연락드리고  이렇게 전시회까지 열어서

 

 혹시나 마음 불편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초대해 줘서 고마워요

 

 아니었으면 아마…

 

 평생…

 

 원망만 했을 거예요

 

 [피식한다]

 

 사실 저…

 

 누나 엄청 싫어했었어요

 

 누나 때문에

 

 형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거 같아서

 

 근데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형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그 시선의 끝엔

 

 언제나 누나가 있더라고요

 

 [서정적인 음악]

 

 형이 누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무 생생하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형이 느꼈던 감정을

 

 꼭 누나에게  전달해 드리고 싶었어요

 

 사실 이번에 알게 됐어요

 

 형의 짧은 생애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누나와 같이 있었던 때라는 걸

 

 고마워요

 

 형에게 좋은 추억 남겨 줘서

 

 그리고 기억해 줘서

 

 제가 운호를

 

 어떻게 잊겠어요?

 

 [보라 부의 힘주는 신음]

 

 [꾸러미를 툭 내려놓는다]

 

 [보라 부의 힘주는 신음]

 

 [보라 부의 한숨]

 

 (보라 부) 아이고

 

 얘들 팔자도 참…

 

 예전엔 서로들 보겠다고  아주 난리였는디

 

 너도 옛날에 가끔

 

 그, 야한 비디오  몰래 빼 가고 그랬잖어

 

 (보라) 잉? 내가 언제?

 

 아이고, 친구들 올 때마다, 뭐

 

 몰래 빼가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 내가 그냥 눈감아 준 거지  - 잉? 아니거든?

 

 (보라 부) 아이고  내가 다 알았어, 아이고

 

 아, 근데 엄마는  이사 가는 집이 그렇게 좋대?

 

 (보라 부) 네가 이해햐

 

 여 처음 왔을 때 엄마한테  돈 많이 벌어 갖고

 

 좋은 집으로 이사해 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입소리를 쯧 낸다]  [다가오는 발걸음]

 

 참 오래도 살았다

 

 야야, 그건 냅 둬, 냅 둬

 

 왜?

 

 너희 엄마랑  연애할 때 봤던 영화들이여

 

 나중에 구하지도 못해, 그런 거

 

 아빤 엄마가 아직도 그렇게 좋아?

 

 [웃음]  [보라의 탄성]

 

 세상 모든 남자가  다 아빠 같으면 좋겠다

 

 네가 참 보는 눈은 있어, 이?

 

 (보라 부) 가자

 

 - (보라) 아빠  - (보라 부) 응?

 

 우리 비디오 플레이어  남는 거 있나?

 

 [힘주는 신음]

 

 [질색하는 신음]

 

 [피식한다]

 

 [비디오 플레이어 작동음]

 

 [기대하는 한숨]

 

 [숨을 흠 내뱉는다]

 

 [잔잔한 기타 반주가 들린다]  (영상 속 현진) ♪ 괜찮은 거니  어떻게 지내는 거야 ♪

 

 ♪ 나 없다고 ♪

 

 ♪ 또 울고 그러진 않니 ♪  [보라의 웃음]

 

 ♪ 찾아와 재잘대던 너 ♪

 

 ♪ 요즘은 왜 ♪

 

 - (영상 속 운호) 아이씨  - ♪ 보이지… ♪

 

 [영상 속 지저귀는 새소리]

 

 (영상 속 바다) 기다려 봐  우정이랑 나 좀 하자

 

 [영상 속 개 짖는 소리]

 

 [부드러운 음악]

 

 (영상 속 보라) 아, 예쁘다

 

 [바람이 쉭쉭 뿜어져 나온다]

 

 아, 아!  [입소리를 부르르 낸다]

 

 만약 딱 한 번의 기회…  [영상 속 운호가 피식한다]

 

 [영상 속 운호가 피식댄다]  이, 씨

 

 [영상 속 운호가 연신 피식댄다]

 

 (영상 속 운호) 나보라!

 

 야!

 

 (영상 속 보라) 파도야, 와라!  [영상 속 보라의 놀란 비명]

 

 [영상 속 운호가 피식한다]  하지 말라고!

 

 야! 또 놀리냐?  [영상 속 운호가 피식거린다]

 

 - 이, 씨  - (영상 속 운호) 아!

 

 [영상 속 운호의 옅은 웃음]

 

 [영상 속 보라가 흥얼거린다]

 

 [웃음]

 

 [영상 속 보라가 흥얼거린다]

 

 우암고 학생 여러분, 사랑해요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탁 잡는다]  그런, 그런 서로가 되자

 

 머리가 뭐야, 이게, 너는!

 

 (영상 속 조또) 아, 왜요!  맨날 저한테만 뭐라 그래

 

 (학주) 이게!  빨리 교실로 가 있어!

 

 지구가 멸망한다고  다 죽으라는 법은 없어

 

 너는 꼭 잘생긴 남자를 만나야 돼

 

 넌 여전히 멋있구나?

 

 그럴 줄 알았어

 

 과연 내 첫사랑이 이루어졌을까?

 

 [옅은 웃음]

 

 어, 엄마랑 아빠는  건강하셨으면 좋겠고

 

 바다는 말 좀 잘 듣고

 

 그리고…

 

 연두는 더 건강해졌으면 좋겠고

 

 조또랑 마님은  욕이랑 잔소리 좀 그만하고

 

 그리고…

 

 21세기에는

 

 조금 더 솔직해졌으면 좋겠어

 

 [지직거린다]

 

 (영상 속 운호) 조셉

 

 [영상 속 지저귀는 새소리]

 

 야, 조셉

 

 풍준호, 말 안 들을 거야? 응?  [영상 속 어린 조셉이 보챈다]

 

 왜 이렇게 왜 장난쳐?  [영상 속 어린 조셉이 보챈다]

 

 (영상 속 어린 조셉) 싫어  싫다고!

 

 나보라한테 가지 마!

 

 (영상 속 운호) 보라가 네 친구야?  누나라고 불러야지

 

 (영상 속 어린 조셉)  한국 갈 거잖아

 

 (영상 속 운호)  형 자주 올 거야, 응?

 

 (영상 속 어린 조셉) 힝…

 

 (영상 속 운호) 올 때마다  게임팩 하나씩 사 줄게

 

 - (영상 속 어린 조셉) 진짜?  - (영상 속 운호) 어, 좋지?

 

 (영상 속 어린 조셉) 오케이

 

 (영상 속 운호) 자, 그럼, 음

 

 카메라 똑바로 보고

 

 (영상 속 어린 조셉) 보라 누나  '하이'

 

 (영상 속 운호) '하이'가 뭐냐?  새해인데

 

 [영상 속 어린 조셉의 한숨]

 

 (영상 속 어린 조셉)  '해피 뉴 이어'

 

 (영상 속 운호) 한국말로 해야지

 

 [속삭이며] '보라 누나'  [영상 속 어린 조셉의 웃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알겠지?

 

 (영상 속 어린 조셉) 아, 알았어  오케이

 

 (영상 속 운호) 자, 그럼  다시 웃으면서

 

 [웃음]

 

 (영상 속 어린 조셉) 새해  복 많이 받아, 나보라 누나

 

 [영상 속 운호의 웃음]

 

 (영상 속 운호) 잘했어  [웃음]

 

 [영어] 있잖아요

 

 [한국어] 우리 형이랑 알바한 누나  엄청 예뻐요

 

 - 야!  - (영상 속 어린 조셉) 근데…

 

 [영상 속 운호의 웃음]  (영상 속 어린 조셉) 맞잖아!

 

 [달려가는 발걸음]

 

 아, 쓸데없는 소리를 하네

 

 [어색한 웃음]

 

 아휴

 

 잠깐만

 

 [카메라가 덜그럭거린다]

 

 이렇게 하면…

 

 보이지?

 

 이제 21세기 새해야

 

 [서정적인 음악]

 

 너 이거 보여 주려고  새벽 4시에 일어났다

 

 (영상 속 운호) 어, 한국은  지금 새벽 2시니까

 

 [영상 속 운호가 피식한다]

 

 아마 넌 자고 있겠지?

 

 [훌쩍인다]

 

 (영상 속 운호) 조금만 기다려  곧 만나러 갈게

 

 [떨리는 숨소리]

 

 보고 싶어

 

 21세기의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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