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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상청 사람들. 사내연애 잔혹사 편 6

 

   (하경) 아까 빗물 펌프장 갔다가    근처에서 한잔했는데

 

   저렇게 확 취하실 줄 몰랐네

 

   대리 부르지 그랬어요

 

   아, 그게…

 

   (하경) 어?

 

   혹시 집 나오셨어요?

 

   (동한) 어, 뭐

 

   그렇게 됐어

 

   뭐, 그렇게 됐네

 

   (하경) 근데 너는 이 시간에    여긴 무슨 일이야?

 

   그냥 나도 그렇게 됐어요

 

   대답하기 싫은 거야?    아니면 할 수 없는 거야?

 

   과장님은 어느 쪽인데요?

 

   무슨 말이야?

 

   (시우) 보통 직장 동료가 취하면    집으로 보내지

 

   모텔로 데리고 들어오진 않잖아요

 

   [차분한 음악]

 

   (하경) 상처는 고약하다

 

   (여자) 이시우 씨

 

   아니, 아까 간 줄 알았는데    여태 있었어요?

 

   (하경) 다 나은 줄 알았는데    돌아보면 못생기게 덧나 있고

 

   이제 안면도 텄는데    자주 봐요, 우리

 

   (여자) 조심히 가고

 

   (하경) 상처에 대한    기억이 깊을수록

 

   더욱 몸을 움츠리게 되고

 

   [황당한 숨소리]

 

   높이 솟은 빌딩 숲에    갇혀 버린 공기처럼

 

   자기 연민과 통증에 잠긴 채

 

   그렇게 빙글빙글    같은 자리를 맴돌며

 

   스스로를 고립시켜 간다

 

   서울에 올해 첫 폭염 경보가    내려졌습니다

 

   축적된 열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는    열섬 현상으로

 

   서울은 당분간    찜통더위가 이어지겠습니다

 

   (라디오 속 앵커) 낮 동안    잔뜩 달궈진 아스팔트와

 

   에어컨 실외기가 내뿜는    뜨거운 바람이

 

   온도를 더욱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보도에 박철민 기자입니다

 

   [하품]

 

   (태경) [신발을 신으며]    아휴, 아휴

 

   아, 아침부터 왜 이렇게 더워?

 

   뭐 해, 엄마, 더운데 불 앞에서?

 

   [태경의 한숨]

 

   아, 벌써 그렇게 됐나?

 

   [잔잔한 음악]

 

   엄마도 이제 이거 그만해    해 놔도 먹는 사람도 없고

 

   침 튀어, 저리 가

 

   또 병날까 봐 그러지!

 

   [태경의 한숨]

 

   [못마땅한 숨소리]

 

   (태경) 쯧

 

   [한숨]

 

   (향래) 여름철 방재 기간이라    당분간 기상청에서 지내야 된대

 

   같이 살려고 온 거 아니었어?

 

   (향래) 어?

 

   어, 어, 그랬지

 

   그랬는데…

 

   언제 와?

 

   어…

 

   장마 끝나고

 

   [동한의 신음]

 

   (동한) 아이씨, 더워

 

   [동한의 신음]

 

   [힘주는 신음]

 

   [한숨]

 

   어, 어유, 씨    [흥미로운 음악]

 

   [힘주는 신음]

 

   [다급한 숨소리]

 

   (청원 경찰) 아이고    오늘은 또 얼마나 더우려나

 

   (동한) 아, 예

 

   [청원 경찰의 의아한 숨소리]

 

   (1팀 총괄과장) 우리나라가    고기압의 영향권에 들면서

 

   - (1팀 총괄과장) 일사가 강하고    - (동한) 아, 죄송합니다

 

   [거친 숨소리]    (1팀 총괄과장) 더운 공기가    계속 유입되고 있습니다

 

   (동한) 어?

 

   (1팀 총괄과장) 그로 인해    일시적이긴 하나

 

   6월임에도 평년에 비해    기온이 계속 올라가고 있습니다

 

   [1팀 총괄과장이 계속 말한다]    (박 주무관) 출근이 이르시네요?

 

   (동한) 응?

 

   총괄 2팀 오늘부터    야간 근무 아니었습니까?

 

   [익살스러운 음악]    오늘이?

 

   [숨을 몰아쉬며] 그렇지

 

   (박 주무관) 강원청에서    갑자기 본청으로 오셔서

 

   헷갈리셨나 봐요

 

   수고해

 

   (박 주무관) 들어가십시오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원두가 드르륵 갈린다]

 

   [심호흡한다]

 

   [냄새를 씁 맡는다]

 

   [손가락을 튀기며] 버터    버터, 버터, 버터

 

   (석호) 버터, 버터

 

   [숨을 씁 들이켠다]

 

   아!

 

   [씩씩댄다]    [익살스러운 음악]

 

   [징징거린다]

 

   아, 냄새

 

   [방향제를 칙칙 뿌린다]

 

   [숨을 푸 내쉰다]

 

   [징징거린다]

 

   [한숨]

 

   [인터폰이 울린다]

 

   [흥미로운 음악]

 

   [석호의 한숨]

 

   [한숨]

 

   [똑똑]

 

   (시우) 네

 

   [도어 록 작동음]

 

   (관리 직원) 어, 마침 계셨네요

 

   (시우) 아, 예    그,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죠?

 

   (관리 직원) 저희 직원이 여러 번    안내 문자를 보냈다는데

 

   답이 없으셔서요

 

   씁, 조만간 새로운 교육생이    들어오기로 돼 있어서

 

   방을 좀 비워 주셨으면 합니다

 

   될 수 있으면 다음 주 중으로요

 

   다음 주 안에요?

 

   새로운 교육생을 받으려면    저희가 정비를 좀 해야 해서요

 

   (관리 직원) 원래도 한 달 이상은    계실 수가 없게 돼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아, 예, 예

 

   그럼 다음 주까지    꼭 좀 비워 주세요

 

   (관리 직원) 수고하십시오

 

   (시우) 예

 

   [한숨]

 

   [시우의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시우) 와, 이렇게 더운데    뛰러 나온 거예요?

 

   낮 근무도 없는데    늦잠 같은 거 안 자요?

 

   여긴 뭐가 맛있나?

 

   우리 다시 생각해 보자

 

   뭘 다시 생각해요?

 

   너하고 나

 

   [차분한 음악]

 

   (시우) '구름이 구름을 만나면    큰 소리를 내듯이'

 

   '아, 하고    나도 모르게 소리치면서'

 

   '그렇게 만나고 싶다, 당신을'

 

   '구름이 구름을 갑자기 만나면    환한 불을 일시에 켜듯이'

 

   '나도 당신을 만나서    잃어버린 내 길을 찾고 싶다'

 

   (하경) 근데 이거 의미가 뭘까?

 

   여기 마지막에

 

   '비는 비끼리 만나야    서로 젖는다고'

 

   '당신은 눈부시게 내게 알려준다'

 

   이 구절

 

   (시우) 음…

 

   서로의 비슷한 점들이

 

   서로의 마음을 알아준다

 

   뭐, 그런 의미 아닐까요?

 

   (하경) 예를 들면?

 

   (시우) 뭐, 요런 거?    [하경의 웃음]

 

   (하경) [웃으며] 뭐야

 

   (시우) [웃으며] 왜, 왜

 

   (시우)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하경과 시우가 대화한다]

 

   비는 비끼리 만나야 서로 젖는다는

 

   그 아름다운 시구를 이해하기 위해

 

   얼마나 아프게 엇갈려야 하는지

 

   (시우) 갑자기 왜요?

 

   괜찮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봐

 

   어제 거기서 널 본 순간부터

 

   계속해서 생각이 멈추질 않아

 

   (하경) 계속해서    내 상처가 떠오르고

 

   자꾸 화가 나

 

   저랑 진짜    아무 상관도 없는 여자예요

 

   그래, 나도 믿고 싶고    나도 삼키고 싶다?

 

   (하경) 근데

 

   그게 계속 목에 걸려서    안 넘어가지더라고

 

   알아, 나도    네가 거짓말하고 있지 않다는 거

 

   근데 그래서 더 문제인 거 같아

 

   넌 분명 진실을 말하고 있는데

 

   내가 그걸 믿을 수가 없으니까

 

   [떨리는 숨소리]

 

   과장님

 

   생각할 시간을 좀 갖자

 

   널 위해서가 아니라    날 위해서 그러고 싶어

 

   나 먼저 갈게, 먹고 와

 

   아버지였어요

 

   (시우) 어제 모텔에 갔던 거요

 

   아버지 때문이라고요

 

   [어두운 음악]

 

   [빗소리가 들려온다]

 

   (여자) 이시우 씨?

 

   이명한 씨 만나러 왔는데요?

 

   들어와요

 

   (남자1) 어이, 쫄리면 죽어, 응?

 

   (남자2) 화투 치는 사람    어디 갔나?

 

   아이씨

 

   오빠, 아들 왔어    [남자들의 웃음]

 

   - (남자1) 내 거다    - (남자3) 응?

 

   (여자) 아주 잘생기셨네

 

   야, 시우야, 왔냐?

 

   (명한) 야, 일로 와

 

   인마, 시우야!

 

   인마, 시우야, 시우…

 

   아이고, 아유, 씨

 

   야, 인마, 시우야!

 

   (명한) 인마, 야, 야, 야, 야, 야!

 

   인마, 시우야

 

   [시우의 성난 소리]    [명한의 거친 숨소리]

 

   아, 이 자식이 이게, 씨

 

   야, 인마, 여기까지 와서    그냥 가면 어떡해

 

   또 도박이야?

 

   그렇게 숨넘어갈 듯이    전화해 댄 이유가 또 이거였어?

 

   아, 뭐, 어떡하냐    아들이라곤 너 하나밖에 없는데

 

   (명한) 야, 일단    돈 가져온 거 다 줘 봐

 

   뭐야

 

   아나, 씨…

 

   너 돈 안 가져왔어?

 

   나

 

   돈 없어

 

   네가 돈이 왜 없어?

 

   (명한) 인마, 좋은 직장 들어가서

 

   월급 통장에    돈 팍팍 꽂히고 있는 거

 

   내가 다 아는데

 

   그렇게 모아 둔 거

 

   1년 전에 아버지가 다 털어 갔잖아

 

   그랬었나?

 

   (명한) 야, 아무튼    동전이라도 좋으니까 다 줘 봐

 

   야, 아버지가 지금    가진 거 다 풀고

 

   땅 파고 들어가게 생겼다, 지금

 

   야, 응?

 

   (시우) 아, 없는 돈을    어떻게 주냐고!

 

   당장 방 구할 보증금도 빠듯해서    연수원 신세 지고 있는데!

 

   대출도 안 돼?

 

   (명한) 인마    공무원들한테 해 주는

 

   그, 대출 혜택 같은 거    그런 거 있을 거 아니야

 

   진짜 나한테 전화하지 마요

 

   (시우) 한 번만 더 전화하면

 

   아버지고 뭐고    경찰에 확 신고해 버릴 거니까

 

   이 자식이 이거…

 

   인마, 거기 서, 서

 

   이씨, 어어?

 

   아, 씨

 

   [다리를 두드리며] 아유, 씨

 

   [비가 쏴 내린다]

 

   (하경) 근데 너는 이 시간에    여긴 무슨 일이야?

 

   (시우) 그냥 나도 그렇게 됐어요

 

   (하경) 대답하기 싫은 거야?    아니면 할 수 없는 거야?

 

   (시우) 과장님은 어느 쪽인데요?

 

   '과장님'?

 

   (하경) 무슨 말이야?

 

   보통 직장 동료가 취하면    집으로 보내지

 

   (시우) 모텔로    데리고 들어오진 않잖아요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하경의 한숨]

 

   [잔잔한 음악]

 

   [한숨]

 

   [한숨]

 

   [새가 지저귄다]

 

   [어두운 음악]

 

   주민 센터?

 

   왜?

 

   (기준) 응, 혼인 신고 하게

 

   신혼부부 전세 자금 대출 좀    알아봤더니

 

   필요한 서류 중에

 

   혼인 관계 증명서도    있어야 하더라고

 

   그래?

 

   지금 있는 아파트는    계약 연장 더 안 된대?

 

   거기 좀 비싸잖아, 혜택도 없고

 

   (기준) 너 표정 왜 그래?

 

   너 혹시…

 

   그 아파트에 벌써 정들었니?

 

   [살짝 웃는다]

 

   그렇지, 뭐

 

   아이고

 

   (기준) 유진아

 

   집이라는 건

 

   우리가 자리 잡고 정붙이면    그게 우리 집 되는 거야

 

   오빠가 괜찮은 데 알아볼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아, 오빠 거 도장이랑    신분증 줄 테니까

 

   유진이 네가 주민 센터 가서    신고 좀 해 줘라

 

   아, 같이 가고 싶은데

 

   오빠 내일까지    칼럼 마감이어 가지고

 

   혼자 할 수 있지?

 

   - 그럼    - (기준) 응, 좋았어

 

   - (유진) 더 먹을래?    - (기준) 응?

 

   아, 왜 이렇게 안 먹었어?

 

   (기준) 유진이 너 닭 싫어하니?

 

   [유진이 살짝 웃는다]

 

   아이…

 

   [웃으며] 닭 다리도

 

   [옅은 탄성]

 

   - (기준) 응, 식사했어?    - (직원1) 아, 네

 

   - (기준) 점심 식사 했어?    - (김 주무관) 아, 예

 

   일이 좀 있어 가지고    저는 그냥 김밥 먹었습니다

 

   에이그, 그래도    밥은 잘 챙겨 먹어야지

 

   (기준) 다 같이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살짝 웃는다]

 

   (김 주무관) 예

 

   아, 근데 뭔 일인데    그렇게 열심히 해?

 

   예? 아니요, 아니요, 아니요

 

   뭔데 그래?

 

   (김 주무관) 그게 사실은

 

   과장님이 칼럼 한번 써 보라고    하셔 가지고요

 

   칼럼? 무슨 칼럼?

 

   '테마 스토리'요

 

   '테마 스…'    [흥미로운 음악]

 

   과장님이 그걸 쓰라 그랬다고?

 

   (업무과장) 어    그거 내가 그러라 그랬어

 

   (기준) 아니    그거 제가 할 일인데 왜…

 

   (업무과장) 원고 인쇄소에    넘겨야 될 날짜는 얼마 안 남았지

 

   자네 칼럼도 아직이지

 

   나도 아무런 대안 없이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잖아

 

   아니, 그, 마무리 중이라니까요    다 써 놓고?

 

   (기준) 마지막으로    마무리 중입니다, 예

 

   (업무과장) 그럼 빨리    마무리해서 넘겨, 그럼 되겠네

 

   김 주무관은요?

 

   김 주무관도 쓰던 거 계속 쓰고

 

   둘 다 써서 넘겨

 

   (업무과장) 그 가운데 더 나은 걸    이번 달에 내보낼 테니까, 됐지?

 

   김 주무관, 파이팅

 

   파이팅

 

   - 예    - (업무과장) 파이팅하자고

 

   [업무과장의 헛기침]

 

   - (김 주무관) 사무관님    - (기준) 응?

 

   파이팅

 

   그래, 파이팅이다

 

   에이, 진짜, 씨…

 

   (기준) 내가 쓴다, 써, 내가

 

   쓴다, 써

 

   내가 꼭 쓰고 만다

 

   [키보드 소리가 요란하다]

 

   [순번 알림음]

 

   [차분한 음악]

 

   (직원2)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김 주무관) 수고하셨습니다

 

   [키보드 조작음]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김 주무관이 키보드를 탁 친다]

 

   다 됐다

 

   벌써?

 

   예

 

   아, 사무관님은…

 

   (기준) 어

 

   어, 나는 아직 다른 할 일이    좀 많이 남아 가지고

 

   [웃으며] 너무 많아, 너무 많아

 

   아, 난 신경 쓰지 말고    먼저 가, 먼저

 

   (김 주무관) 예    [마우스 조작음]

 

   [스위치 조작음]

 

   저, 그러면 내일 뵙겠습니다

 

   응

 

   고생했어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익살스러운 음악]

 

   (기준) 아…

 

   [기준의 괴로운 신음]

 

   [엘리베이터 도착음]

 

   [동한의 한숨]

 

   (하경) 어? 일찍 나오셨네요?

 

   아니, 오늘부터 야간 근무인 거    깜빡해 가지고

 

   (동한) 12시간 일찍 왔어

 

   아니, 아침에 눈뜨자마자    또 지각인 줄 알고

 

   정신없이 뛰어왔는데    1팀 회의 중이더라고

 

   뭐예요    본팀은 느긋하게 지각하시더니

 

   다른 팀은 정신없이 뛰어오시고?

 

   [동한의 웃음]

 

   (동한) 아, 어저께 취했으면은    그냥 버리고 가지

 

   되게 꼴 보기 싫었을 텐데

 

   여름철 방재 기간이잖아요

 

   (하경) 일손이 부족해서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은데

 

   아까운 인력을    길바닥에 두고 갈 순 없죠

 

   아까운 인력은 무슨    짐만 되고 있구먼

 

   저녁은요?

 

   아직, 뭐, 별생각 없는데

 

   30분 드릴게요    뭐라도 드시고 오세요

 

   (동한) 어

 

   [문이 스르륵 열린다]

 

   [살짝 웃는다]

 

   [동한이 놀란다]    [흥미로운 음악]

 

   왔냐?

 

   [문이 스르륵 닫힌다]

 

   왜?

 

   [문이 스르륵 열린다]

 

   쟤 왜 저렇게 쳐다보지?

 

   [직원들이 저마다 인사한다]

 

   (동한) 어, 밥 먹고 왔어

 

   정리된 거잖아, 그렇지?

 

   (1팀 총괄과장) 가뜩이나    기온이 높은데

 

   일사까지 강해서 큰일이야

 

   일몰 때가 됐는데도

 

   여전히 28도 선을    유지하는 거 보면

 

   씁, 당분간 열섬 현상으로    서울 지역이 녹아날 거 같은데?

 

   대기 흐름이 바뀔 기미는    아직 없는 거죠?

 

   또 모르지

 

   어디서 시원하게    소나기라도 한바탕 내려 줄지

 

   [하경이 살짝 웃는다]

 

   [휴대전화 진동음]

 

   (태경) 전화 좀 해    엄마 많이 아프단 말이야

 

   [수자의 힘겨운 숨소리]

 

   (수자) 아휴

 

   [태경의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와, 하경이 이 계집애

 

   엄마 아프다는데    전화 한 통 없는 거 봐

 

   놔둬

 

   걔 오늘부터 야간 근무일 거다

 

   (태경) 아, 그래도 그렇지

 

   아프다 그러면 문자라도    한 통 해야 되는 거 아니야?

 

   이게 아주 오냐오냐하니까    싸가지가 점점, 씨, 쯧

 

   꾀병이라고 생각하겠지

 

   엄마 아프다는 걸로    백기 들라 그럴까 봐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휴대전화 진동음]

 

   오늘 새벽 소나기 가능성이    어느 정도 될까요?

 

   와, 이 계집애 진짜, 씨

 

   [통화 종료음]

 

   [태경의 못마땅한 숨소리]    [휴대전화 조작음]

 

   [잔잔한 음악]

 

   (수진) 오늘은 참 고요하네요

 

   이런 날도 있어야지

 

   (하경) 그래도    국지성 소나기 가능성 있으니까

 

   잘 감시해 주세요

 

   (수진과 동한) 네    [마우스 조작음]

 

   [한숨]

 

   (석호) 오 주임님    뭐, 무슨 일 있어요?

 

   어?

 

   나한테 뭐라 그랬어?

 

   뭐, 신경 쓰이는 일    있으신 거 같은데

 

   아

 

   뭐, 어, 그냥    [잔잔한 음악]

 

   (명주) [웃으며] 집안일

 

   [한숨]

 

   (명주 남편) 여보

 

   나 5급 기술 고시    다시 보면 안 될까?

 

   [한숨]

 

   [전화벨이 울린다]

 

   - (시우) 과장님    - (하경) 어?

 

   제 쪽으로 돌려 받을까요?

 

   어, 아니야, 괜찮아

 

   네, 총괄 2팀 진하경입니다

 

   네?

 

   아, 네, 지금 여기    손님이 와 계시는데

 

   과장님을 좀 뵙고 싶다고    자꾸 그러셔 가지고요

 

   아, 네, 네, 네    [의미심장한 음악]

 

   (명한) 아…

 

   예

 

   아유, 안녕하십니까, 과장님

 

   아, 전 이명한이라고

 

   이시우 아비 되는 사람입니다

 

   (명한) 아니, 저    우리 아들 일로다가

 

   긴히 상의드릴 일이 있는데

 

   어떻게

 

   한 10분만    시간을 내 줄 수 없을까요?

 

   아, 네

 

   [태경의 한숨]

 

   [성난 숨소리]

 

   진하경 이 지독한 년    끝까지 전화를 안 하네

 

   [흥미로운 음악]

 

   [기준이 중얼거린다]

 

   (기준) 아이씨

 

   [휴대전화를 탁 놓으며] 안 돼, 씨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중얼거린다]

 

   [휴대전화를 집는다]

 

   아니야, 아니야, 어떡하지?

 

   (하경) 이시우 씨 아버님?

 

   예, 맞아요

 

   내가 시우 아비입니다

 

   (하경) 아, 예, 네

 

   어, 무슨 일이신지…

 

   [어두운 음악]

 

   저 실은 내가    긴히 드릴 말씀이 있는데

 

   아, 이거 초면에 이런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이거 참…

 

   [명한이 숨을 씁 들이켠다]

 

   뭐, 그런데

 

   우리 시우랑    보통 사이는 아닌 거 같고 해서

 

   무슨 말씀이세요?

 

   아, 왜 우리 저, 시우랑    그, 뭐냐, 저…

 

   모텔도 같이 다니고 하는    사이인 거 내가 다 아는데?

 

   (명한) 아, 회사에선    아직 비밀이시구나

 

   [웃으며] 알았어, 알았어    내가 저, 큰 소리로 안 할게

 

   [당황한 숨소리]

 

   저, 아무튼    우리 시우랑 과장님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 맞죠? 응?

 

   어제도 모텔에 같이 왔었더구먼요

 

   아…

 

   [난처한 웃음]

 

   실례지만    절 찾아오신 이유가 뭔지…

 

   혹시 돈 좀 있어요?

 

   (명한) 씁, 보아하니    연륜도 깊어 보이시고

 

   나이도 좀 있어 보이시고

 

   게다가 과장님이라 그러시고

 

   뭐, 그러면은 씁, 우리 시우보다    연봉도 좀 되실 거고

 

   아, 내가 저기

 

   어, 급하게 써야 할 데가    있어서 그런데

 

   혹시 돈 좀 뀌어줄 수 있나 해서

 

   (시우) 형

 

   과장님 어디 가셨는지 알아요?

 

   전화받고 나가신 거 같던데

 

   (석호) 몰라

 

   네가 전화 한번 해 봐

 

   (시우) 네

 

   [휴대전화 진동음]

 

   예, 진하경 과장님 핸드폰입니다

 

   [긴장되는 음악]

 

   예?

 

   [태경이 흐느낀다]

 

   (구급대원) 보호자분    같이 타세요

 

   (태경) [흐느끼며] 네

 

   [사이렌이 울린다]

 

   (명주) 진 과장님    들여보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석호) 우리가 들어가란다고    그냥 들어갈 사람이 아니잖아요

 

   어떡해요, 엄 선임님

 

   [무거운 음악]

 

   [거친 숨소리]

 

   [시우의 거친 숨소리]

 

   (시우) 과장님

 

   방금 집에서 전화 왔었는데요

 

   어머니가 많이 편찮으시대요

 

   여기요

 

   과장님!

 

   (하경) 아…

 

   아, 그거 걱정할 거 없어

 

   엄마랑 나랑 사이 안 좋을 때마다    가끔씩 꺼내시는 카드야

 

   - 들어가자    - (시우) 응급실로 가고 계시대요!

 

   뭐라고?

 

   (시우) 과장님 어머니요    구급차까지 부르신 거 같아요

 

   상태가 많이    안 좋으신 거 같다고요

 

   [무거운 효과음]

 

   [사이렌이 울린다]    (태경) 야, 진하경    너 뭐 하는 애야?

 

   엄마가 아프다는데!

 

   네가 아무리 엄마한테    화가 나 있어도 그렇지

 

   이렇게 인정머리 없이 굴 일이야?

 

   아프다 그러면 일단    전화는 해 봐야 되는 거 아니냐고!

 

   [흐느끼며] 엄마 지금    다 죽어 간단 말이야

 

   [차분한 음악]

 

   [태경이 흐느낀다]

 

   그래서 지금    어느 병원으로 가는데?

 

   (태경) 모르겠어, 일단    가까운 응급실 간다니까 연락할게

 

   알겠어, 그럼 근무 끝나고    거기로 갈 테니까…

 

   (태경) 야, 엄마 다 죽어 간다고!

 

   [태경이 흐느낀다]

 

   나 지금 자리 비울 수 없는 거    알면서 그래

 

   (태경) 빨리 와! 지금 당장!

 

   글쎄, 알겠다고

 

   내일 아침에 교대 끝나고    바로 갈 테니까…

 

   (태경) 아휴, 진짜 넌    됐어, 끊어, 이 계집애야!

 

   [통화 종료음]

 

   [떨리는 숨소리]

 

   (시우) 과장님

 

   나 괜찮으니까 너 먼저 들어가

 

   (동한) 진 과장

 

   아휴

 

   현재로서는 고기압이    우리나라를 지배하고 있어서

 

   적어도 내일까지는    대기에 별다른 변화 없을 거야

 

   열섬 현상으로 밤에 더울 거고

 

   낮에는 뭐, 당연히 더 더울 거고

 

   어쨌든 내일 교대 시간까지    이 상황이 계속될 거 같거든?

 

   빨리 병원부터 가

 

   내가 정신 바짝 차리고    지켜보고 있을 테니까

 

   [부드러운 음악]

 

   너 나 못 믿냐?

 

   그 정도 믿음도 없으면서    일을 시키고 계신 건 아니죠?

 

   못 믿어서가 아니고 책임 때문에요

 

   제가 어찌 됐든    총괄 2팀 책임이니까

 

   진 과장 책임감은    우리 기상청 사람들 다 알아

 

   (동한) 그러니까 지금은    가서 딸로서의 책임을 다하라고

 

   [떨리는 숨소리]

 

   나도 빚 한번 갚자, 진하경

 

   빨리 가요

 

   그러면 무슨 일 있으면    꼭 연락 주세요

 

   (동한) 특보

 

   들어와

 

   아, 예, 들어갑니다

 

   [의료 기기 작동음]

 

   [하경의 다급한 숨소리]

 

   (하경) 어떻게 된 거야?    엄마는 어떻대?

 

   [하경의 거친 숨소리]    [태경의 한숨]

 

   (태경) 몰라

 

   지금 막 피 뽑고 엑스레이 찍고…

 

   [태경의 한숨]

 

   갑자기 기운 없다고 드러눕더니    계속 어지럽다고 하고

 

   조금만 먹어도 다 토하고

 

   그러다 화장실 가고 싶다고    일어서는데

 

   [울먹인다]

 

   갑자기 몸이 막    한쪽으로 기울면서 쓰러지더니

 

   [태경이 흐느낀다]

 

   [흐느끼며] 아, 진짜    이마에서 피가 철철 나는데

 

   나 진짜 엄마 그대로    죽는 줄 알았어, 이 계집애야!

 

   검사 결과는?

 

   시간 좀 걸릴 거래

 

   (태경) 지금    응급 환자들 넘쳐 나서

 

   검사 밀렸다고

 

   [잔잔한 음악]

 

   (명주) 엄 선임님    이거 아까 말씀하신 거

 

   (동한) 어, 어

 

   어, 서울 지역    지면 온도하고 일사량

 

   10분 간격으로 계속 체크해 줘요

 

   (명주) 네, 알겠습니다

 

   (동한) 고기압 이동 경로    계속 체크했어?

 

   예, 뭐, 현재로서는 경로가    크게 바뀔 것 같진 않습니다

 

   (동한) 응, 이동 속도 빨라지면    바로 보고하고

 

   (석호) 네

 

   [마우스 조작음]

 

   [키보드 조작음]

 

   [휴대전화 진동음]

 

   (시우) 병원에 잘 도착했어요?

 

   [서류를 사락 넘긴다]

 

   [기준이 중얼거린다]

 

   (기준) 돌겠네, 아이씨, 몇 시야?

 

   아, 어떡해    [괴로운 숨소리]

 

   [한숨]

 

   진…

 

   [익살스러운 음악]

 

   [한숨 쉬며]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이건…

 

   [기준의 한숨]

 

   [괴로운 신음]    [발을 탁탁 구른다]

 

   [기준의 거친 숨소리]

 

   몇 시야?

 

   [한숨]

 

   [풀벌레 울음]

 

   [밝은 음악]    [새가 지저귄다]

 

   [직원들이 저마다 인사한다]

 

   (직원들) 안녕하세요

 

   (직원3) 좋은 아침입니다

 

   [탄식]

 

   어디 간 거지? 왜 안 보여?

 

   (기준) 하, 나 이거…

 

   (명주) 어? 아침부터 무슨 일…

 

   어머, 한 사무관님 밤새웠어요?

 

   (기준) 아, 예, 뭐    일 좀 하느라고요, 예

 

   아, 근데 그, 진하경 과장이    안 보이네요, 어디 갔습니까?

 

   (수진) 퇴근하셨는데요?    일이 있어서

 

   아, 퇴근…

 

   (시우) 아침부터    왜 우리 과장님을 찾으십니까?

 

   (기준) 아, 뭐    크게 별일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예

 

   (동한) 아, 저기    해장국이나 먹고 갈까?

 

   - (명주) 오, 좋죠    - (동한) 어, 어

 

   - (석호) 좋습니다    - (동한) 그래, 가    [수진이 호응한다]

 

   (기준) 식사 맛있게 하세요, 예    [직원들이 호응한다]

 

   [한숨]

 

   진짜 미치겠네, 이거 어쩌지?

 

   (석호) 아, 한 대변인은 요즘    왜 이렇게 뻔질나게 들락거려?

 

   (수진) 그러니까요

 

   아니, 진 과장님 그렇게 가열차게    배신 때릴 땐 언제고

 

   아주 툭하면 찾아온다니까요?

 

   자기가 아쉬워서 그러지, 뭐    자기가 아쉬워서

 

   뭐가 아쉬운데요?

 

   - 칼럼    - (수진) 칼럼이요?

 

   (수진) 설마    '테마 스토리' 그거요?

 

   (명주) 응, 여태까지 그거 다    진하경 과장이 손봐 준 거였잖아

 

   예? 말도 안 돼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었을걸?

 

   (명주) 신 주임도    알고 있지 않았어?

 

   봐, 그렇다니까?

 

   (수진) 헐, 뭐야, 완전 재수 없어

 

   그러고 보면 진하경 과장은    좀 무른 데가 있기는 해

 

   (명주) 그렇지, 신 주임?

 

   [석호의 한숨]    [엘리베이터 도착음]

 

   [안내 음성] 문이 열립니다

 

   (시우) 아    저는 먼저 가 보겠습니다

 

   (동한) 왜? 뭐, 해장국 안 먹고?

 

   (시우) 예, 생각이 없어서요    이따 뵙겠습니다

 

   - (명주) 어, 가요    - (동한) 응

 

   (명주) 아, 오늘은 소머리 말고    황태로 가시죠, 엄 선임님

 

   (동한) 오, 좋지

 

   (수진) 맛있겠다    [직원들의 웃음]

 

   (직원4) 기상의 날    기념사 스크립트

 

   지난 자료 모두 다    준비해 달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누구 마음대로 요약하래요?

 

   (명주 남편) 아, 청장님 기념사의    구체적인 내용은

 

   행사 기본 계획을 짜는    저희 업무랑 관련이 없어서요

 

   그걸 왜 당신이 판단해요?    과장은 나인데!

 

   [차분한 음악]    죄송합니다

 

   (직원4) 하, 어떻게    한 번에 된 적이 없어

 

   다시 만들어 오세요

 

   [숨을 후 내쉰다]

 

   (동한) 신 주임

 

   [한숨]

 

   - (명주) 어    - (명주 남편) 응

 

   (명주) 아침은?

 

   당신 끓여 놓은 국이랑 해서    애들이랑 같이 먹었어

 

   아, 애들 학교는 잘 갔고?

 

   아이, 그럼

 

   [명주가 살짝 웃는다]

 

   큰놈이 미술 학원 다니고 싶다던데

 

   영어, 수학, 태권도에    미술까지 다니면

 

   [웃으며] 아이고

 

   학원비로만    한 달에 거의 8, 90이야

 

   앞으로 둘째도    그렇게 보내야 되는데

 

   쯧, 그래, 알아

 

   정말 1년이면 되겠니?

 

   나 혼자선 1년 이상은 못 버텨

 

   명주야

 

   [잔잔한 음악]

 

   1년 안에 5급 통과 못 해도    미련 없이 다시 돌아오기다?

 

   (명주) 그거 약속하면    어떻게 버텨 볼게

 

   [울컥하는 숨소리]

 

   당신 좋겠다, 나 같은 마누라 둬서

 

   [함께 웃는다]

 

   그걸 말이라고

 

   내가 복이 터졌지

 

   [명주 남편의 웃음]

 

   고맙다, 마눌

 

   [울먹이며] 내가 꼭 패스할게

 

   [명주 남편이 흐느낀다]

 

   - (명주) 아휴    - (명주 남편) 아유

 

   (명주) [웃으며] 아이고

 

   아유, 큰일이다, 우리 남편

 

   점점 눈물만 많아져서

 

   [훌쩍이며] 아유

 

   [명주 남편의 웃음]

 

   이 커피 맛있다

 

   [명주 남편과 명주의 웃음]

 

   [함께 시원한 숨을 내뱉는다]

 

   [함께 웃는다]

 

   [잔잔한 음악]

 

   (의사) 탈수가 심하게 왔네요

 

   거기다가 헤모글로빈 수치도    좀 떨어져 있고

 

   전해질 수치도 좀 내려와 있고

 

   뭐, 일단은 수액이랑 같이    약 처방해서 놔 드렸으니까

 

   다 맞으시면은 괜찮아지실 겁니다

 

   입원은 안 해도 될까요, 그럼?

 

   (의사) 댁에 돌아가셔서요

 

   일단은 잘 드시고 푹 쉬시고

 

   아, 무엇보다    스트레스받으시면 안 되니까

 

   어르신 기분도    좀 잘 맞춰 드리시고요

 

   두 분 따님께서 좀 그렇게 하세요

 

   네, 감사합니다

 

   [멀어지는 발걸음]

 

   [한숨]

 

   (하경) 단순한 탈수 증상이라서    잘 쉬시면 된대

 

   (태경) 우리 뭐 어쩌고 하던데?

 

   (하경) 우리만 잘하래

 

   (태경) 너

 

   (하경) 손가락질하지 마

 

   너 잘해야 돼

 

   (하경) 내가 뭐

 

   - (태경) 알았어, 쉿    - (하경) 안 오고 싶어서 안 왔냐?

 

   (수자) 조용히 해

 

   [사람들이 대화한다]

 

   (시우) 천만 원이에요

 

   이거 내 통장에 있는 거    전부 다 털어 온 거야

 

   진짜 이게 마지막이에요

 

   (명한) 음, 역시

 

   여자 끗발이    아버지 끗발보다 무섭다, 그렇지?

 

   [어두운 음악]

 

   응? 그, 진하경 과장

 

   네 이거 맞지?

 

   [명한이 숨을 씁 들이켠다]

 

   나이는 좀 들어 보이던데

 

   야, 그래도 이쁘더라

 

   기품도 있고 분위기도 좋고

 

   야, 근데 저, 그, 과장쯤 하려면은

 

   저, 급수가 어떻게 되냐?

 

   야, 연봉도 세지?

 

   하여간 이 자식    이거 아버지 닮아 가지고

 

   이거 능력 있어, 이거, 어?    아이, 자식

 

   아버지 설마 과장님 만났어요?

 

   너 그 여자 얘기 듣고    온 거 아니야?

 

   혹시 돈 좀 있어요?

 

   (명한) 아, 내가 저기

 

   급하게 써야 할 데가    있어서 그런데

 

   혹시 돈 좀 뀌어줄 수 있나 해서

 

   아니, 우리 시우가    이 자식이 이게

 

   씁, 아, 이게 다 좋은데

 

   이게, 이게, 이게 좀 약해

 

   [웃음]

 

   그래도 뭐, 씁    본청까지 올라온 거 보면은

 

   실력이 아주 없진 않은 거 같고

 

   나이 어린 애인이랑 사귀려면은    투자 좀 하셔야지

 

   씁, 한 천만 원이면 되는데

 

   [떨리는 숨소리]

 

   진짜 미쳤어

 

   괜찮아, 인마!

 

   (명한) 야, 야, 야    내가 보아 하니까

 

   그 과장이란 여자    너 한참 좋아하는 거 같더라

 

   저번에 그, 사귀던 그 기자 애보다    훨씬 안정감도 있고

 

   속도 깊어 보이고

 

   그, 무엇보다

 

   얼굴이 딱 내 스타일이야

 

   야, 어쨌든 고맙고

 

   야, 버스 타고 가지 말고 택시…

 

   [시우의 성난 숨소리]    [명한의 당황한 소리]

 

   이 자식이 이게    어디 아버지 멱살을…

 

   이거 안 놔?

 

   대체 나한테 왜 이래?

 

   내가 뭘?

 

   제발 좀!

 

   나도 좀 살자

 

   제발 좀

 

   (시우) 내 인생에    끼어들지 말라고요

 

   제발

 

   아, 이 새끼가…

 

   [무거운 음악]

 

   [시우의 거친 숨소리]

 

   [한숨]

 

   (태경) [힘주며] 엄마

 

   (수자) 아유

 

   온 김에 밥 먹고 가

 

   쉬세요, 좀

 

   열무김치 새로 담가 놨어

 

   저, 태경이한테    너 먹을 반찬이랑 들려 보냈는데

 

   (수자) 맛은 봤어?

 

   (태경) 뭐야?    윗집에서 반찬 안 줬어?

 

   윗집이라니?

 

   아니, 네가 비번도 바꿔 놓고    전화도 안 받길래

 

   아이, 그럼    경비실에 맡기지, 그걸…

 

   아…

 

   아, 쉴까 봐 그랬지    불고기 반찬도 있고 하니까

 

   아유, 아유, 시끄러워

 

   가 물이나 한 잔 떠 와, 아이고

 

   (하경) 아유

 

   (태경) 이상한 사람이네

 

   아니, 왜 그걸 안 주고    여태 갖고 있어?

 

   혼자 사는 거 같았…

 

   [놀라며] 뭐야?

 

   자기가 다 처먹은 거 아니야?

 

   [석호가 숨을 씁 들이켠다]

 

   [익살스러운 음악]

 

   [석호의 못마땅한 숨소리]

 

   [석호의 한숨]

 

   [석호의 한숨]

 

   [인터폰 조작음]

 

   [인터폰 연결음]

 

   [한숨]

 

   씁, 아, 뭐 하는 사람인데    이렇게 계속 집엘 없어, 도대체가!

 

   아, 반찬을 맡겼으면    가져가야지, 이…

 

   (석호) 아휴    뭐 어떡하라는 거야, 이거, 며칠째

 

   [석호가 방향제를 칙칙 뿌린다]

 

   온 집 안에 음식…

 

   [석호의 짜증 섞인 소리]

 

   [석호가 방향제를 칙칙 뿌린다]

 

   [한숨]

 

   [냄새를 킁킁 맡으며] 아유

 

   언니, 물 좀 가져가!

 

   [하경의 한숨]

 

   [달그락 정리한다]

 

   (업무과장) 한기준이 어디 갔어?

 

   글쎄요? 씁    아까부터 안 보이시던데

 

   [업무과장이 숨을 씁 들이켠다]

 

   이거, 씨    여유 부릴 때가 아닐 텐데

 

   [업무과장의 한숨]

 

   [익살스러운 음악]    (기준)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떻게 해야 될까?

 

   어떡하지?

 

   아…

 

   (기준)

 

   (기준) 아이씨, 미치겠네    [익살스러운 효과음]

 

   연락하면 어떡하려고

 

   하지 마, 하지 마    하지 마, 하지 마

 

   하면 안 돼, 하면 안 돼    그럼 어떡하지?    [익살스러운 음악]

 

   그럼 어떡하지? 어떡하지?

 

   뭘 어떡해, 전화해야지

 

   [떨리는 숨소리]

 

   [통화 연결음]

 

   어, 하경아, 난데

 

   아, 밤샘 근무 하느라고 힘들었지?

 

   아, 그, 실은 그…

 

   나 한 번만 살려 줘라

 

   진짜로 미안한데

 

   딱 한 번만    나 좀 도와주면 안 되겠냐?

 

   어?

 

   어머니는 좀 어떠세요?

 

   괜찮아지셨어

 

   다행이다

 

   미안해요

 

   뭐가?

 

   우리 아버지요

 

   너무 미안해서

 

   미안하단 말도 잘 안 나오네요

 

   밥 먹었니?

 

   (하경) 먹어 봐

 

   우리 엄마가 직접 쑤신 거야

 

   해마다 이맘때면    이걸 만들어야 지나가거든

 

   왜요?

 

   우리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시던 건데

 

   내일이 아버지 기일이야

 

   (태경) 음

 

   씁, 아무래도 엄마 솜씨는    하경이가 닮았나 봐?

 

   계집애, 투덜거리면서    잘 무쳤다, 그렇지?

 

   내일 온다니?

 

   오겠어?

 

   (태경) 기대하지 마

 

   엄마도 하경이 이해하잖아

 

   [한숨]

 

   잘 무쳤네

 

   [잔잔한 음악]

 

   (하경) 아버지 돌아가신 날은

 

   내 인생에서

 

   가장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날 중    하나야

 

   [문소리]

 

   (어린 하경) 다녀왔습니다

 

   엄마

 

   집에 없어?

 

   [놀란 숨소리]

 

   [어린 하경의 떨리는 숨소리]

 

   [무거운 효과음]

 

   (하경) 하던 사업이 부도가 나면서

 

   우릴 버리고 혼자 도망쳐 버렸거든

 

   [떨리는 숨소리]

 

   나는 그런 아버지도 겪었어

 

   (하경) 그러니까 너도

 

   네 아버지 너무 힘들어하지 말라고

 

   (시우) '구름이 구름을 만나면    큰 소리를 내듯이'

 

   '아, 하고    나도 모르게 소리치면서'

 

   '그렇게 만나고 싶다, 당신을'

 

   맛있네

 

   (시우) '구름이 구름을    갑자기 만나면'

 

   '환한 불을 일시에 켜듯이'

 

   '나도 당신을 만나서'

 

   '잃어버린 내 길을 찾고 싶다'

 

   하나만 약속해 줄래?

 

   (시우) 뭘요?

 

   혹시라도 네 마음이 변하면

 

   나한테 제일 먼저 얘기해 줘

 

   (하경) 네 마음이 흔들려도    나한테 가장 먼저 얘기해 줘

 

   물론 네 마음이 변하는 건    너무 슬픈 일이지만

 

   그보다 더 가슴 아픈 일은

 

   내가 모르는 채 겪는 거야

 

   [잔잔한 음악]

 

   아버지처럼

 

   [울먹인다]

 

   [빗소리가 들려온다]

 

   (하경) 한기준처럼

 

   그러지 않을 거라고 약속해 줘

 

   (시우) '비는 비끼리 만나야    서로 젖는다고'

 

   '당신은 눈부시게'

 

   '내게 알려 준다'

 

   약속할게요

 

   됐어, 그럼

 

   우리 같이 지내자

 

   (기준) 다 했습니다

 

   (업무과장) 보자

 

   김 주무관이 쓴 것도    나쁘지 않던데?

 

   아, 뭐, 그것도 읽어 보시고    이것도 읽어 보시고

 

   다 읽어 보신 다음에    말씀해 주세요

 

   그래

 

   예

 

   [웃음]

 

   (김 주무관) 수고하셨습니다

 

   아, 수고는 김 주무관이 했지

 

   (기준) 아무튼 우리 과장님은

 

   괜히 안달 나면 이 사람 저 사람    괴롭히고 그러시더라고

 

   예?

 

   아, 예    아, 저야 좋은 경험이죠, 뭐

 

   그래, 경험, 그게 중요한 거야

 

   칭찬해, 그 태도

 

   (업무과장) 이야!    한기준이 돌아왔네, 어?

 

   이거 곧바로    인쇄 넘기는 걸로 하자

 

   예, 알겠습니다    바로 파일 넘기겠습니다

 

   [한숨]

 

   할 수 있으면서, 아유, 참

 

   [업무과장의 웃음]

 

   [웃음]

 

   [휴대전화 진동음]

 

   (기준) 응?

 

   (유진) 잠깐 볼 수 있어?

 

   [다가오는 발걸음]

 

   (기준) 어쩐 일이야?    바쁠 시간 아니야?

 

   뭐 마실래? 뭐 좀 사 줄까?

 

   아, 맞다, 어제 혼인 신고는 했니?

 

   그, 대출받으려면은    서둘러야 할 건데

 

   우리 계약 기간 얼마 안 남아서

 

   실은 그거 때문에 보자고 한 건데

 

   어, 뭔데?

 

   우리 혼인 신고

 

   조금만 미루면 안 될까?

 

   [잔잔한 음악]

 

   (기준) 어?

 

   (시우) 나랑 같이 지내자고요?

 

   (하경) 응

 

   너랑 같이 있고 싶어

 

   같이 지내자, 여기서

 

   그게 무슨 말이야?

 

   (기준) 아니

 

   무슨 뜻이야, 이거?

 

   혼인 신고를 미루자니?

 

   왜? 뭐 때문에?

 

   내가 그러고 싶어서

 

   (하경) 오늘 대기 중 오존 농도가

 

   시간당 0.3ppm 이상으로    예상됩니다

 

   (남자4) 날씨가 이렇게 멀쩡한데    무슨 놈의 오존 경보야?

 

   (기준) 오늘 총괄 팀으로 들어온    민원 전화 누가 받았습니까?

 

   그런 하찮은 전화나 받으려고

 

   (수진) 그 어려운 공무원 시험    통과해 들어온 거 아니라고요!

 

   우리 그런 일 하려고    여기 들어온 거 맞아요

 

   하고 싶으면 해

 

   - (향래) 어?    - (보미) 이혼

 

   (1팀 총괄과장) 당직실에    살림 차렸다는 소리 못 들었어?    [시우의 탄성]

 

   (하경) 하나가 아니라 둘이에요?

 

   (하경) 이시우…    [저마다 당황한다]

 

   (기자) 기상청 사람이랑    동거했다고요?

 

   (시우) 네 남편이 안 거 같아    너랑 나 동거했던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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